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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걸고 싶은
그림 한 점
- 글. 손이천 케이옥션 수석경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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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마음의 위로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미술품은 다른 문화예술품과 달리 유일하게 실물을 소유할 수 있는 장르에 속해 있다.
미술작품은 그 자체로도 심리적인 위로를 주지만 작품에서 파생하는 여러 행위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작품을 향유할 수 있다.
미술품의 치유적 기능
전지구적 재난 이후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던 사례가 있었다. 중세시대 흑사병이 창궐한 이래, 이전에는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품이 대중화되었다. 여기에는 조속한 재난상황의 복구를 기원하는 바람이 미술품을 통해 드러난 것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미술품을 통해 위로를 찾으려는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미술품의 보급이 확대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비슷한 사례로 최근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가 인간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을 합친 신조어 ‘코로나블루’는 인간 내면이 재난과도 같은 일상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지 잘 표현하는 현상이다. 활동의 과도한 제약으로 심리적 무기력감에 빠지기 쉬우나 자기 자신을 독려하거나 위로하기 위한 방법도 딱히 많지 않다. 이렇듯 전지구적으로 한 시대를 관통해 영향을 미친 재난적 상황에서 미술품은 순기능을 할 수 있다.
미술품은 그 자체로 인간의 내면에 닿아 위로와 치유의 역할을 수행한다. 미술품은 인간 내면과 소통을 시도하고, 정서적 손상이 일어나는 지점에 위로를 전한다. 온전히 자신의 취향을 통해 스스로와 소통하며, 내면의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손상된 능동성을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술품 시장 다시 활기
이 때문에, 한동안 주춤했던 미술품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케이옥션은 올해 들어 10년 사이 거래 최고액을 달성했다. 미술품 거래를 소수의 컬렉터들이 점유했던 때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술품 경매가 활성화되며 다양한 작품의 폭넓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미술품은 수익률에 앞서 작품을 거래하는 구매자의 취향과 기호가 깊이 개입한다. 따라서 미술품은 투자 가치 이전에 그 작품과 상호소통하며 누릴 수 있는 심미적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만일 그 작품이 무리하게 자금을 융통해 구입한 것이라면 그 작품의 가치가 아무리 뛰어나다한들 그로부터 느낄 수 있는 감상의 효과가 어떻게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품 거래의 수익적 가치가 더욱 활발히 거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는 미술품 거래에 대한 변화된 대중의 시각이 반영되고 있다. 최근 옥션에 유입되고 있는 신규 회원들만 보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읽힌다. 지난 1년간 케이옥션에 새롭게 가입한 회원 중 80%가 1천만원 미만의 작품에 응찰해 낙찰을 받았다. 물론 옥션의 매출액은 고가의 작품이 포진한 20% 낙찰 건에 크게 의지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에 없던 구매자들의 새로운 유입은 유의미한 시그널로 보인다. 처음 옥션에 가입, 1천만원 미만의 작품을 구매해 소장하는 이들은 자신의 실제 자산 규모에 맞춰 손에 넣을 수 있는 미술품과 상호작용하기를 원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과도하지 않은 영역에서 지극히 탐미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좇는 행위는 외부적 활동이 제한된 코로나19 시대 자존감을 높이고 능동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술품 감상에 더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법
미술품을 통해 보다 능동적이고 확실한 만족감을 얻고자 한다면 미술품 구매에 도전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비록 결국 원하는 그림을 사지 못한다고 해도, 그림을 구입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미술품에 접근하는 것은 색다른 감상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갤러리 등의 1차 시장과 옥션 등 2차 시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만일 미술품 구입의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면 옥션은 어느 정도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이다. 옥션에 나온 작품은 이미 1차 시장에서 선택을 받았던 작품인데다, 또 그것을 선택하는 옥션의 추가적인 평가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히 신규 작품을 선택해 그로부터 발생하는 가치를 향유하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다.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후에는 갤러리 등의 1차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해 신진작가를 찾아내고 그들의 작품을 구입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더 큰 만족감도 있을 것이다.
미술품 콜렉션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시각적으로만 경험했던 미술품 감상을 내 것으로 가지는 새로운 경험의 단으로 끄집어 올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족이나 연인,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친구 등이 소통하며 미술품을 하나의 취미활동으로까지 폭넓게 즐기고 있다. 실제로 최근 옥션을 방문해 주거공간에 장식할 수 있는 그림이나 미술품 등을 찾는 경우가 꽤나 자주 발견된다. 처음에는 부부가 방문해 후보군을 고른 후, 다른 가족들까지 확장해 선택에 대해 논의한다. 미술품은 개인의 기호와 취향을 반영한다. 가족 단위에서 기호와 취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이를 일상생활로까지 끌어낼 수 있는 취미활동이 얼마나 될까.
내 마음에 걸고 싶은 그림 한 점이 언제까지 수십년 전 교과서에서 봤던 유명작품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품을 보고, 선택하여 구매해, 내 가까이에 두는 행위는 더 이상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