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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광의 감기 몸살
    ‘방광염’

    • 글. 이화의료원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윤하나 교수
  • 날이 더워지면 응급실에 슬슬 늘어나는 비뇨의학과 질환 중 하나가 급성 세균성 방광염이다.
    방광의 감기몸살로 비유되는 방광염은 주로 여성에게, 피곤하거나 힘들 때 자주 발생한다.
    방광염, 왜 생기고 어떻게 치료할까?
방광염은 어떤 질환일까?
여름철 여성을 자주 괴롭히고, 심할 경우 전신 감염까지도 일으키는 급성 세균성 방광염은 소변이 새빨갛게 나오고 때로는 선지 같은 핏덩어리가 소변에 섞이기도 하며, 요도가 타는 듯 아픈 증상이 특징이다. 대부분 자다가 소변을 보는데 갑자기 아프고 잔뇨감이 심하게 느껴지더니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에 놀라서 병원을 찾게 된다.
급성 세균성 방광염은 방광 내에 침투한 대장균과 같은 병원균이 방광점막에 들러붙어 증식하면서 발생한다. 소변색이 탁하고 냄새가 심하게 나면서 소변 볼 때 요도가 타는 듯이 아프거나 저릿한 증상이 있고, 소변을 자주 보는데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감과 방광 쪽의 통증이 지속된다. 때로는 소변을 잘 참지 못하는 절박뇨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심한 경우 화장실 가는 동안 실수를 하기도 한다.
급성 방광염 환자들이 가장 놀라고 걱정하는 증상은 혈뇨이다. 변기에 피오줌이 그득하다면 안 놀랄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광염 증상 중 안심해도 되는 증상이 바로 이렇게 통증이 심하면서 혈뇨가 나오는 것이다.
세균성 방광염은 세균 감염으로 방광 점막이 붓고 충혈되며, 점막이 탈락되면서 출혈이 일어나는 것이라 상당한 통증과 혈뇨가 반복되다가 없어진다. 하지만 비슷한 증상으로 혈뇨, 잔뇨감, 빈뇨가 있으나 통증이 없다면 걱정해야 한다. 이 경우 가장 의심되는 질환이 바로 암(방광암, 요관암, 신장암 등의 요로계 암)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처럼 통증 없는 혈뇨는 몇번 나오다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았는데도 없어지고, 또 몇개월 지나면 다시 나오는 등의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어떤 경우든지 통증은 전혀 없는데 소변이 붉게 나오면 반드시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하다.
급성 방광염의 치료와 예방
급성 방광염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급성 세균성 방광염은 통증이 심하고 피도 많이 나지만 세균 감염이기 때문에 치료는 어렵지 않다. 적절한 항생제와 방광에 쓰이는 소염제, 방광근 안정제를 쓰면 증상이 완화된다. 치료를 언제 시작하였는지, 염증에 얼마나 자주 걸리는지, 원인 세균의 항생제 내성이 생겼는지에 따라 치료 기간은 3~7일 정도 걸린다. 말 그대로 방광의 세균 감염이기 때문에 항생제만 잘 맞는다면 2~3일만 약을 복용해도 금방 좋아진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항생제인 세파계 항생제와 퀴놀론계 항생제는 요로감염의 주된 원인균인 그람 음성 세균(대표적으로 대장균)에 효과적인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세균의 항생제 내성률이 높아져서 진료 시 항상 항생제 내성 확인 검사를 한다.
급성 방광염의 빠른 치료와 재발 예방, 증상 개선을 위한 방법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다. 소변양이 늘어나면 방광 안의 세균이 소변에 씻겨나갈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평소 물을 잘 안 마시는 사람들이 방광염에 잘 걸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 더 자주, 평소보다 200~300cc 이상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예방에 도움 된다. 음료수, 커피, 국물류 등은 방광에 더 자극만 될 뿐 수분 배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흔히 마시는 생수나 물이 좋다.
여성에 더 위험 … 심해지면 패혈증까지도
방광염은 성인 여성 30% 이상이 살면서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여성에 흔한 질환이다.
방광은 남녀 모두 같은 모양인데, 방광염은 왜 유독 여성에게 더 흔할까? 그 이유는 바로 남성과 여성의 해부학적인 구조 차이에 있다. 여성의 요도 위치는 질 입구와 아주 가깝다. 요도 바로 뒤에 질 입구와 항문이 있다. 질과 항문은 정상적인 환경일 때도 세균이 늘 상주하고 있으며, 특히 항문 주변에는 대장균이 흔하다. 요도의 길이도 4cm 정도로 남성에 비해 훨씬 짧고 모양이 곧게 나 있기 때문에 외부의 세균들이 방광에 쉽게 침범할 수 있다. 남성은 요도입구에서 방광까지의 길이가 16~18cm 정도로 길고 구부러져 있으며, 중간에 전립선, 정낭 등 항염 성분을 분비하는 분비샘이 많이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성인 남성에게 방광염이 생긴다면 전립선이나 방광에 다른 문제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게 된다.
방광염은 주로 성관계 후에 많이 발생하는데, 이를 밀월 방광염(honeymoon cystitis)이라고도 한다. 여성은 방광 입구인 요도가 질 바로 앞쪽에 있다 보니 세균에 감염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서 생긴 용어다.
방광염은 자주 재발할 수 있으므로 평소 배뇨 습관을 잘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용량의 소변을 일정 간격으로 배출하는 것은 다양한 경로로 방광에 들어간 세균을 방광 점막으로부터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보통 하루 5~6회 정도, 3~4시간마다 한 번씩 소변을 보는 것이 정상이다. 평소 성관계 후 잘 생기는 편이라면 성관계를 하는 한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으므로 미리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들여야 한다. 불결한 성관계를 피하고, 성관계 전후로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며, 소변을 보는 것이 좋다.
방광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발성의 급성 세균성 방광염은 큰 후유증 없이 잘 치료된다. 하지만 극도로 피곤하고 탈수가 된 상태에서 방광염이 생기면 세균이 순식간에 혈류를 타고 신장으로 퍼져 급성 신우신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급성 신우신염은 혈액이 걸러진 소변이 나가는, 콩팥의 깔때기 역할을 하는 신우 부위에 세균 감염이 일어나는 것이다. 옆구리가 아프고 메스꺼우며 39℃ 이상의 고열과 몸살증상이 동반된다면 신우신염이 의심되므로 속히 병원에 가야한다. 건강한 성인이 신우신염을 한 번 앓았다고 콩팥이 나빠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당뇨와 같이 감염에 취약한 기저 질환이 있거나, 거동이 어려운 노인의 경우 급성 신우신염은 전신 감염, 나아가 패혈증으로 진행되기 쉽다. 시작은 단순한 방광염이었으나 제때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운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기저질환이 있거나 노년층이라면 방광염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개개인의 배뇨습관 및 일상 생활습관, 유전적 소인이나 비뇨기계의 모양, 방광의 면역력 상태 등에 따라 재발률이 특히 높을 수 있다. 보통 1년에 3회 이상, 6개월 이내 2회 이상 소변 배양 검사에서 균이 발견되는 세균성 방광염이 반복되면 만성 세균성 방광염으로 진단한다. 만성 방광염은 증상의 잦은 재발, 늦어지면 완벽히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점, 최종적으로 방광이 헐어서 망가지는 간질성 방광염으로 이행될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다.
만성 재발성 방광염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평소 물을 하루 1.5~1.8ℓ 내외로 충분히 마시고 비타민 C, 무기질, 유산균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있다. 치료법으로는 수개월간 대장균에 대한 내성을 키워주는 면역 강화제를 복용하거나 방광 안에 주기적으로 약을 주입, 방광 점막을 코팅하여 감염으로부터 방어벽을 튼튼히 만들어 주는 방법 등이 있다.
Tip. 종류별 방광염
  • 급성 세균성 방광염
    • 방광 내에 침투한 병원균이
    방광점막에 들러붙어 증식하며 발생
    • 소변색이 탁하고 냄새가 나며,
    심하면 혈뇨 증상을 보임
  • 밀월 방광염
    • 성관계 후 세균 감염으로 발생
  • 만성 세균성 방광염
    • 증상이 수차례 재발되는 상태로
    늦어지면 완전한 치료 어려워
    조기 진단을 통한 치료가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