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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지접합
    전문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

    우상현 W병원장

    • 글. 이현아 사진. 헬리오포토 스튜디오
  • 수지접합은 예기치 않게 발생한 수부 절단 및 손상 상태를 접합해 회복 치료하는 분야다.
    이를 다루는 수부외과는 손과 팔에 대한 모든 질환과 외상을 치료하는 진료과목이며 성형외과·정형외과 전문의 취득 후 수부외과 세부전문의 수련병원에서 정식으로 2~3년간 수련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수부외과 전문의를 보유한 우리 지역 수지접합 전문병원을 만나본다.
수지접합 분야 최고 수준의 전문병원

평소 생각지도 않은 질환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 간단한 찰과상 정도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살점이 떨어지거나 뼈가 절단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당했을 때 당장 어떤 병원을 가야 할지 정보 구하기가 어렵다. 증상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거니와, 시간을 지체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이나 흉터가 남을까 하는 걱정에 가까운 대형병원을 선택하기 쉽다. 만약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떨까.
우상현 병원장은 수부외과 세부전문의로 국내 수부외과 수술 권위자 중 한명이다. 영남대병원 교수로 10년 이상 재직했고, 미세수술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 루이빌 클라이넛 수부외과센터*에서 한국인 임상교수로 근무했다. 우상현 병원장이 이끄는 수부미세재건센터 의료진은 2017년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에 성공했고, SCI급 학술지에 여러 번 논문이 게재된 것은 물론 수차례 영문 수부교과서를 기술하기도 했다.
우상현 병원장이 2008년 개원한 W병원은 국내에서 손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수지접합 전문병원이다. 여기서 전문병원이라는 용어는 단순히 해당 분야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능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1년부터 특정 진료과목이나 질환에 대해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기 시작했다. 2021년도 현재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은 19개 분야(질환 12개, 진료과목 7개)로, 총 101개 기관이다. 전국의 요양기관이 10만 개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많은 숫자라고 할 수 없다.
2021년 현재 국내 수지접합 분야로는 4개 병원만이 전문 병원으로 지정되었다. 한번 전문병원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그 자격을 영구히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문병원 지정기간은 3년간 유효하다. 이 기간 동안 전문병원 제도의 안정적 운영과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 및 의료수준 향상을 위해 매년 전문병원 지정기준 유지여부에 대한 평가와 의료 질 평가를 받는다.

수지접합 전문병원 선정기준(2020년 기준)
  • 환자구성비율*
    주요진단범위
    (MDC, Major Diagnosis Category)
    45% 또는 66%
  • 진료량
    연환자 수
    209명
  • 필수 진료과목
    정형외과 또는
    성형외과, 내과
    45% 또는 66%
  • 전문의 수
    8명 이상
    (정형외과, 성형외과)
  • 최소 병상수
    80병상
*한 가지 주요 진단 범위에 속할 경우 45%, 두 가지 주요 진단 범위에 속할 경우는 66% 임

대구의 W병원은 전문병원 제도가 도입된 2011년 처음 수지접합 분야 1기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후 현재 4기 1차년도에 이르기까지 연속 지정되었다. 근 10년간 전문병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우상현 병원장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내놓았다. “W병원은 전문병원 제도가 도입될 당시 수지접합 분야 전문병원의 기준을 함께 고민하고 수립한 의료기관”이었다는 것이다.
우상현 병원장은 앞으로 W병원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수지접합 전문병원 기준을 오히려 넘어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는 전문의 보유 현황이나 수술실 가동률, 수술 성공률 등의 수치적인 면만 보더라도 우상현 병원장의 자신감을 신뢰할 수 있다. W병원은 총 11명의 미세수술 분야 전문의를 비롯해 마취과 의료진, 전문 간호사 등 24시간 수술실을 가동할 수 있는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언제든지 야간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지접합 전문병원은 최소 의료인력이 당직을 설 수 있는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언제 절단사고가 발생해 응급환자가 들이닥칠지 알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런 규모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매일 돌아가며 당직을 설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전문의가 7명 이상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요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죠. 대학병원을 포함해 미세수술 전문의가 10명 이상 갖춰진 병원은 전국에 W병원뿐일 것입니다.”
W병원은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지만 환자 접근성이 결코 낮지 않다. 수시로 응급 헬기가 전국에서 환자를 이송한다. 팔이나 다리의 절단이 아닌 수부 절단은 골든타임이 비교적 길어, 길면 이틀까지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렇다면 침착하게 전문성을 고려해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우상현 병원장의 조언이다. “전국 어디에서 출발하시더라도 하루 이내면 우리 병원에 도착할 수 있잖아요. 팔이나 다리처럼 근육을 많이 포함하는 경우는 골든타임을 맞추기가 어렵지만, 손가락처럼 손목 아래의 부위에 상해를 입으셨다면 (절단 부위의) 보관 상태에 따라 하루나 이틀까지도 접합 수술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경우는 환자들이 다급한 마음에 병원의 전문성을 잘 따져 보지 않고 1차 수술을 시도했다가 그 결과가 나쁜 상태로 저희 병원을 찾는 경우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절단 사고를 겪었을 때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준 없이 병원을 선택하다보니 그런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거든요.”

* 미국 루이빌 클라이넛 센터는 1960년 설립된 전문 신체이식의료기관으로 1999년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을 성공했으며, 2012년까지 59개국 1,200명 이상의 의료진이 이 센터의 펠로우십을 거쳤다.

환자가 수술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을 때
저 또한 더 큰 희망과
보람을 느끼죠
인내와 희생 너머에는 최고라는 자신감

W병원의 전문성은 우상현 병원장의 자신감에서 비롯한다. 그는 이미 수련의 시절부터 수지접합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심장마비가 닥친 사람에게 골든타임은 5~10분이고, 뇌경색의 골든타임도 1~2시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수지접합, 특히 미세부위의 접합 수술은 5~6시간이 지나더라도 신경과 조직을 살릴 수 있습니다. 인체기능도 회복할 수 있고요. 죽었던 신경과 조직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오늘날에 이른 것 같습니다.” W병원의 수부미세재건센터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W병원 수술팀의 논문(Practical Tips to Improve Efficiency and Success in Upper Limb Replantation)이 미국성형외과학회의 최우수논문에 선정됐을뿐 아니라 미 논문 의학연수교육(CME) 부문에 게재돼 교육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점은 괄목할 만하다.
“사실 이 분야의 의료인들에게는 많은 희생과 인내가 요구됩니다. 진료에 대한 보상은 늘 아쉬움이 있으니까요. 수지접합 전문병원을 목표로 하는 의료인이 있다면 저는 이 분야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먼저 말씀드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수술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고, 또 유관기관이 이 분야에 대한 어려움을 공감하며 제도가 조금씩 바뀌는 모습을 볼 때 저 또한 더 큰 희망과 보람을 느끼죠.”
희생과 인내의 너머에 존재하는 자신감이야말로 오늘 W병원이 더 힘차게 뛰는 이유다.

Mini Interview 한철 님(남, 56세)
불의의 사고로 절단된 손가락 접합수술을 받은 지 불과 몇시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앞이 캄캄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수술도 잘됐고 회복도 빠르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지금은 입원 상태로 거머리를 이용해 피를 내는 회복치료 중입니다. 치료 과정에서도 회복에 대한 기대도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