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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에 좋은 체질별

    한방 약재

    • 글. 강동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소화기/보양 클리닉 고석재 교수
한의학에서 보는 여름

『동의보감』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하늘의 기운이 뜨거워 땀이 항상 많으므로 인체의 양기(陽氣)가 체표로 들떠서 흩어지므로 배 안의 양기가 허약해진다."고 하였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일년 중 여름은 양기가 가장 왕성한 시기로, 인체 또한 양기가 가장 왕성해져 그 활동영역이 체표로까지 넓어진다. 하지만 오히려 체내의 양기가 허해져 식욕이 떨어지면 자꾸 늘어지고 자주 무기력하게 된다. 또한 속이 차가워지기 쉬운데, 덥다고 찬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배탈, 설사가 나기 쉽다. 따라서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여름철에 쉽게 소진되는 양기를 북돋기 위한 방편으로 보양(補陽)을 하는 약재들이 다용되어 왔다.

체질에 맞는 보양 약재 선택하기

체질은 성격이나 체형, 병이 발생했을 때 몸이 나타내는 반응 등으로 사람의 특성을 구별하여 나눈 네 가지 유형으로 소양인, 소음인, 태음인, 태양인이 있다. 같은 여름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에너지에 따라 덥고 찬 기운에 반응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체질에 맞게 보양 약재를 선택하는 것은 다음 계절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소양인에 좋은 여름 약재

소양인은 더위에 약하기 때문에 여름철에 특히 짜증을 잘 내고 성격이 급해지는 경향이 있다. 땀을 흘릴수록 체력은 더욱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 운동도 기피하게 된다. 소양인에게 여름철 인삼, 홍삼 등은 열을 더욱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한 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소양인의 건강 상태는 소변에 주로 잘 나타나는데 소변색이 짙어지고, 시원하게 보지 못하며, 오래 참지 못한다면 건강하지 않은 징조로 볼 수 있다. 숙지황, 구기자, 산수유, 복분자, 목단피 등이 잘 맞고 음식으로는 오리고기, 장어가 대표적 보양식이다.

소음인에 좋은 여름 약재

소음인은 몸이 차고 소화기가 좋지 않으므로 여름철 찬 음식이나 상한 음식 섭취 시 구토, 설사, 복통의 증상 발생이 쉽다. 또한 소음인은 더위에 체력의 저하와 피로로 몸이 쳐지기 쉽고, 무더위에 땀을 많이 흘리면 몸이 더욱 냉해져 건강이 나빠지게 된다. 여름철 냉장 음식과 에어컨에 몸을 가장 많이 상하는 체질이다. 여름철 보양이 가장 필요한 체질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소음인에게는 소화하기 쉽고 따뜻한 성질의 약재가 잘 맞는다. 인삼이나 황기, 생강, 계피와 같은 전통적인 보양약이 소음인에게 잘 맞고, 음식으로는 조리할 때 파나 마늘을 사용해서 식욕을 북돋워 주는 것이 좋다. 삼계탕과 보신탕은 소음인을 위한 대표적 여름철 보양식이다.

태음인에 좋은 여름 약재

태음인은 보통 키가 크고 체격이 좋으며, 나이가 들수록 살이 찌고 체격이 건실해진다. 더위에 가장 영향을 덜 받는 체질이지만 잘 움직이지 않아 살이 찌기 쉽고 변비, 소화불량이 발생하기 때문에 여름철 건강관리가 어려운 체질이기도 하다. 태음인은 운동의 효과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며 땀을 흘려도 몸이 가볍고 시원해지기 때문에 조금만 몸 관리를 하면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태음인에게 잘 맞는 대표적 약재는 녹용이며, 마, 도라지, 율무, 오미자, 맥문동, 마황 등도 잘 맞다. 음식으로는 연근, 양배추, 무 등 야채와 수박, 복숭아, 사과 등 과일이 좋고, 소고기, 명태 등이 보양식으로 합당하다.

태양인에 좋은 여름 약재

태양인은 전 국민의 1%도 되지 않으며 상체가 발달한 특징적 골격을 가지고 있다. 4가지 체질 중 체력도 가장 좋고 근육도 잘 붙는 특성이 있다. 심폐기능이 좋아서 장거리 유산소 운동도 잘 맞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으면 허리가 아프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고, 걷기 힘들며, 목에 무언가 걸린 것 같은 느낌, 머리가 멍하고 아픈 느낌이 생긴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본인의 건강상태를 정밀히 체크하여 보는 것이 좋다. 태양인 약재로는 오가피, 모과가 좋다. 특히, 교맥, 노근, 백모근, 송절, 초룡담, 포도근 등 잘 구할 수 없는 특이한 약재가 많다. 이로운 음식으로는 더운 식품보다는 신선하고 시원한 식품으로 자극성이 적고, 담백한 맛이 적합하다. 메밀이나 당면, 새우, 조개류가 좋고 차로는 모과차나 감잎차, 오가피차가 적합하다.

  • 소양인 : 산수유
  • 소음인 : 생강, 계피
  • 태양인 : 오가피, 모과
  • 태음인 : 녹용
체질과 무관하게 마실 수 있는 여름철 한방차

더위를 이기는 체질과 관계없이 여름철 마실 수 있는 차를 소개한다. 먼저 죽엽 박하차로서 피를 맑게 하고 열을 식히는 작용을 한다. 여름철 더위로 식욕이 부진할 때, 몸에 기운이 없고 피로할 때, 눈이 충혈되거나, 두통이 있을 때 죽엽, 박하, 대추를 넣고 물로 끓여 음용한다. 단오날에는 제호탕을 음용하면 여름을 잘 날 수 있다고 하였다. 제호차는 오매육이 주재료인데 오매육은 푸른 매실을 질그릇 냄비에 넣어 연기가 나지 않을 때까지 검게 구워 말린 것을 말한다. 백작약 감초차는 여름에 더위를 타고 입맛이 없을 때,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알맞은 건강차이다. 백작약, 감초, 꿀, 설탕 약간을 섞어 물로 끓인 다음 섭취한다.

여름철 건강 관리법

우선 냉수(冷水)나 아이스크림과 같은 차가운 식품의 섭취를 줄이도록 한다. 아울러 과도한 활동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것 또한 삼가는 것이 좋다. 땀 또한 우리 몸에 필요한 진액(津液)의 하나로서 발한은 과도한 진액 손실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친 흥분이나 격한 감정은 체내의 열 생산을 조장하므로,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하여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도한 냉방은 배앓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여름철 뱃속은 이미 냉한 상태인데 에어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더욱 냉해지기 때문이다. 인체는 계절에 적응하고 살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적당히 더위를 느끼며 지내는 것이 좋다. 더위가 심한 경우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한 후 그늘이나 자연풍으로 더위를 식히며 지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