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본문영역

  • 코로나19 시대의
    숨은 영웅

    • 글. 이현아
    • 사진. 김홍식, 광진구청, 심사평가원, 편집실

    • 인터뷰.
      강남 모건약국 이영은 약사
      부천시보건소 건강증진과 홍영애 과장
      종로 예림이비인후과 강희선 원장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대구보훈병원 김홍식 방사선사
      광진구 예방접종센터 자원봉사자 서혁재 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보운영실 정보화지원부 박주성 과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지양 과장(보건복지부 중수본 파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최요한 대리(질병관리청 중대본 파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DUR관리실 DUR정보부 김성훈 대리
  • 우리 정부는 지난 2020년 2월, 전 세계적으로 확산세가 뚜렷해진 코로나19의 감염병 위기단계를 ‘심각’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며 사실상 코로나19 대응태세에 나섰다.
    코로나19에 맞서 지낸 시간은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다.
    올해는 말 그대로 코로나19와 함께 하는 두 번째 여름이다.
    치열한 사투의 시간에서, 그래도 우리는 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달려왔다. 그 최전선에 언제나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내던진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안 속에도 희망이 있다
2020년 2월 27일, 대구보훈병원의 김홍식 방사선사는 본인이 코로나19 현장에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병원이 감염의료기관으로 지정되고, 확진자들이 병원으로 옮겨지기 시작한 때다.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광화문 예림이비인후과 강희선 원장도 이 무렵 환자수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다. 당시 줄어든 환자수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같은 해 3월, 정부는 국내로 유입되는 모든 입국자에 ‘특별입국절차’를 도입했다. 출입국 전후 자가격리 제도가 이즈음 구체화 됐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이 전국민의 피부에 와닿았던 순간이다. 마스크는 동이 났고, 국민의 불안감도 커졌다.
“마스크 할당 전까지는 약국에서조차 마스크 찾기가 어려웠어요. 겨우겨우 100~200장 구해 놓아도 순식간에 팔리는 실정이었죠. 구입제한을 두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이 자유로운 분들이 사재기를 하여 소용이 없었어요. 환자들은 화가 잔뜩 난 상태로 방문하기 일쑤고, 계속되는 전화나 방문 문의로 업무가 마비되는 지경이었어요.”
강남 모건약국 이영은 약사
빠른 대응이 필요했다. 요양기관업무포털이 이미 구축돼 있었던 심사평가원은 바로 이 시점, 대응책 마련에 뛰어들었다.
“2월 28일쯤이었을 거예요. 퇴근하려는데 DUR* 담당 부장님과 팀장님으로부터 마스크 수급 불안으로 사재기, 줄서기 등 혼란이 커 걱정이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DUR은 제한사항이 있어 개발이 어려우니 요양기관업무포털을 통해 마스크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냐는 질문과 함께요. 3월 2일, 바로 개발에 착수했고, 같은 달 6일, 오픈 목표를 세웠습니다. 3일만에 하나의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것이 엄청난 압박을 주었지만 책임감을 갖고 시스템 구축 전담팀을 꾸렸습니다.”
* DUR(Drug Utilization Review):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보운영실 정보화지원부 박주성 과장
심사평가원은 판매처(약국 등)에서 마스크 입고물량과 재고물량을 관리하는 ‘입고관리’ 화면,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를 입력해 개인별 구매수량을 체크하는 ‘판매등록’ 화면, 판매처에서 판매한 이력을 관리(수정, 삭제 등) 할 수 있는 ‘판매이력조회’ 화면 등으로 구성된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을 개발했다. 판매처별 재고현황 데이터가 오픈API를 통해 공개됐으며, 이를 토대로 다양한 마스크 관련 정보 어플리케이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었다. 오픈 전까지 버그 등을 확인하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던 전담팀은 마침내 오픈 날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시스템을 보고 환호성을 올렸다. 물론 마스크 판매로 인한 현장의 업무는 여전히 무거웠다. 하지만 이같은 시스템으로 인해 마스크 구입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고, 현장 근무자들의 보람이 더욱 커진 것 또한 사실이다.
“마스크 판매로 인해 약사들의 업무는 가중됐어요. 그래도 마스크중복구매 확인시스템으로 약사에 의해 마스크를 공정히 분배하고 구매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었죠. 이로써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환자분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마스크 판매를 통해 저 또한 코로나19 시대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또 타이레놀을 구입하기 위해 약국을 찾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어딘가는 품귀현상도 있다고 하는데 저희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이런 현상이 있기 전에 심사평가원 등 정부기관이 조금 더 긴밀하게 상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처럼 특정한 제품이 먼저 대중에게 인식되기 전에 약국에서도 충분히 물량을 준비할 수 있도록요.”
강남 모건약국 이영은 약사
그들은 모두 자신의 역할을 했다
전염병 확산을 막고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기관 및 지자체는 신속히 코로나19 대응체계에 돌입했다. 감염 환자를 조기 발견하여 확산을 차단해야 했다. 전국적으로 의심환자를 검사하기 위한 선별진료소가 설치됐고, 지자체는 의심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이들의 동선을 추적하고 파악해 공유했다. 의료인들도 앞다퉈 코로나19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았다.
“종교시설발 감염자들이 대구를 비롯해 인근지역에서 쏟아져 나온 때였어요. 처음 음압병실로 이동하기 전 방호복을 입던 순간을 기억해요. 방사선사는 기본 방호복 외에도 10kg 상당의 방사선 전용 방호복을 입어요. 그럼에도 혹시 어디 빈틈이 있지는 않나, 이 방호복이 정말 감염을 막을 수 있나,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감염병동이 2층에 있는데 평소라면 웃으면서 인사를 주고받았을 직원들도 모두 긴장이 역력한 얼굴이었습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대구보훈병원 김홍식 방사선사
의료인력과 행정인력이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에도 산발적인 집단감염은 끊이지 않았다. 소속된 지역에 집단감염이 발생할 때면,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달했다. 전신을 가린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일선 공무원들은 날마다 많게는 수천 건에 달하는 검사와 민원 응대를 감당해야 했다. 진료소 외에도 현지조사 인력을 비롯해 의심환자를 후송하는 인력, 자가격리 국민을 지원하는 인력 등이 한계를 넘어선 헌신적인 활동으로 확산방지에 기여했다.
“부천시보건소는 파트별로 업무를 나눠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건강증진과는 코로나19 검체 검사과정에 전원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초기만 해도 검사에 부정적인 분들도 있었죠. 현장에서 욕하고, 소리지르고, 발로 차는 분들도 많았어요. 팔을 깨물려 파상풍 주사 맞은 직원도 있었습니다. 업무가 가장 과중됐을 때는 지난 해 5월로 기억하는데요. 물류센터발 집단 감염으로 1일 검체량이 2천 명에 달한 때였죠. 매일 거의 자정까지 근무해야 했습니다.”
부천시보건소 건강증진과 홍영애 과장
35년 경력의 홍영애 과장에게도 이번 코로나19는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으로 기억된다. 100여 명의 부서 직원들과 함께 매일 밀려드는 검사 요청 건에 일일이 대응하는 동안 그녀는 팀장에서 과장이 됐고, 새로운 해를 맞았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손발을 맞춰온 부천시보건소 건강증진과는 이제 더욱 능숙하게 코로나19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여전히 계속되는 위협
2021년이 돼서도 코로나19의 위협은 여전히 강력하고, 적지 않은 의료인들은 생업의 위기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의 발걸음은 사명감으로 여전히 현장을 향한다. 폐업의 고민이 가시지 않는다는 강희선 원장도 생업을 뒤로하고 현장으로 달려간 경우다.
“지난 12월 대한의사협회에서 현장에서 근무할 의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신청했어요. 원래 개원의가 3차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없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가능하다더군요. 코로나19로 이비인후과, 소아과 등의 타격이 심해요. 저도 여러 달 매출이 90% 까지 감소한 적이 있어요. 폐업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차라리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도록 하자는 마음으로 지원을 하게 된 거죠.”
종로 예림이비인후과 강희선 원장
강희선 원장은 지난 12월부터 현재까지 건강상 이유로 잠깐 휴식을 취한 한 달께를 제외하고는 줄곧 코로나19 병동을 지키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한 일반병동에서 당직 근무를 한다. 그렇다보니 다양한 사연의 환자들을 두루 만나왔다. 암치료 과정에서 확진이 돼 치료를 중단해야 했던 환자나, 부부 모두 의심환자로 입원했다가 아내가 사망하고 남편만 생존한 경우 등 마음 아픈 이야기도 허다하다. 하지만 그가 힘주어 강조한 것은 의사로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의 강력한 위험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었다.
“최근에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요양병원 확진자 발생률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백신 접종 후 혈전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혈전이라는 것은 결국 약물로 조절할 수 있고, 백신 접종 시 발생하는 혈전의 양은 실제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발생하는 혈전을 생각한다면 논할만한 수준이 아니에요. 저는 지금 제 병원에서 백신 접종도 하고 있는데요. 초기에는 주변 눈치를 보며 어쩔 수 없이 맞는 분들도 있었지만, 최근 접종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젊은 분들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다행입니다.”
종로 예림이비인후과 강희선 원장
현장의 종사자들은 감염병 확산과 방지에 기여하는 동시에 그들 스스로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적인 사례가 되기도 한다. 홍영애 과장은 그토록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직원 중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은 부천시보건소의 상황을 강조했다. 매일 의심환자와 확진자들을 마주해야 하는 현장이다보니 감염에 대한 불안이 높았다. 하지만 직원들 스스로가 방역지침 및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으로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코로나19에 꼭 부정적인 면만 있었던 건 아니겠죠. 우리 방역체계가 잘 만들어져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또 다시 비슷한 감염병이 닥친다고 해도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엄격하고 섬세한 우리의 방역수칙은 또 다시 이런 위기가 왔을 때 분명히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부천시보건소 건강증진과 홍영애 과장
코로나19는 의료 인프라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 다시 현장으로!
정부는 지난 6월 15일을 기점으로 국내 백신 접종자가 1,4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시점에도 의료인이나 정부기관 어느 누구도 긴장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코로나19 현장의 자원봉사를 신청하는 이들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국가재난 상황에서 뭐라도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지역 자원봉사를 신청했고 대구시청에 배정 받아 2주간 자원봉사를 했는데요. 당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자택에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매일 전화상담을 했습니다. 저는 이 상담 결과를 카톡이나 전화로 받아 정리하고 분류하는 일을 했습니다. 휴일 없이 지속되는 일이라 지칠 때가 많았지만 응원의 말씀과 전국에서 밀려든 온정의 손길을 잊을 수 없어요. 그리고 해외유입 차단을 위해 해외입국자의 명단을 작성하고 이들의 주소와 연락처를 확보하는 일을 했습니다. 지금 저는 본격적으로 중수본 진료지원팀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전화로 의료 상담이나 처방이 가능하도록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죠. 이를 통해 해외 건설현장 근로자나 재외국민까지도 진료가 가능해졌습니다. 동료들이나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지만 이렇게라도 K-방역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지양 과장(보건복지부 중수본 파견)
“손세정제를 많이 쓰다 보니 손이 많이 텄더라고요. 하지만 지난 해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 격리시설에서 지내며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았던 일을 기억해 그에 보답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배우는 것도 많고,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보람이 크죠.”
광진구 예방접종센터 자원봉사자 서혁재 씨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안전한 백신을 제공하자는 마음으로 잠시 심사평가원의 업무를 내려놓고 질병관리청 파견근무를 지원했습니다. 지난 6월 30일까지 백신물류창고와 접종기관 그리고 보건소 등에서 백신 콜드체인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업무를 했고요. 또, 백신의 보관·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번 파견근무는 심사평가원의 핵심가치에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하루 속히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국민들이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최요한 대리(질병관리청 중대본 파견)
심사평가원 역시 최선을 다해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진행상황에서 심사평가원은 마스크 배분에 크게 기여한 마스크중복구매 확인시스템과 함께 DUR이나 ITS*의 적극적인 활용에 나섰다. DUR은 의약품 처방·조제 시 의약품 안전정보를 의·약사에게 실시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심사평가원과 전국 의료기관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류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번에도 확진자와 사망자 발생 현황 등 필요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데 DUR이 활용됐다.
ITS는 감염병 관련정보가 DUR 이전인 방문환자 접수·진료 단계에서도 제공될 수 있도록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8년부터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DUR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력을 기반으로 백신별 이상반응의 초기 증상을 조기에 인지해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ITS(International Traveler Information System):해외여행력정보 제공시스템
“코로나19가 본격화되면서 ITS 미이용 기관의 이용률을 높이고자 유관기관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전국 의료기관에 1:1 유선 안내 및 홍보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ITS 이용률이 크게 향상됐죠. 코로나19 사태로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 및 전파를 차단하고 환자의 이상 증상을 조기에 파악하는 데 DUR이나 ITS가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봅니다. 국민의 안전에 보탬이 되었다는 사실에 시스템 담당자로서 책임감을 갖는 동시에 자랑스러운 마음도 있습니다. 시스템의 기능을 더욱 개선해 의료기관의 편의성을 높이고 국민안전 및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싶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DUR관리실 DUR정보부 김성훈 대리
여전히 뜨거운 현장의 열기는, 계속되는 감염병의 도전에도 지치지 않는 에너지에서 비롯한다. 한 명의 누군가가 모든 일을 감당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각자가 제몫의 일을 해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 국민 모두를 영웅이라고 부르기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