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표한 ‘2024년 국민 정신건강지식 및 태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취업 등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여전히 정신질환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정신건강 문제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그런 만큼 조기 발견과 적기 치료, 일상 회복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24시간 정신응급입원 및 상담체계를 운영하며 위기 상황에서도 공백 없는 치료를 제공한 성과로,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공공의료평가에서 5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전북특별자치도마음사랑병원(이하 마음사랑병원)을 방문해 정신의료기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실 사진 윤선우

치료 서비스는 더 높이,
환자와 지역사회에는 더 가까이

1994년 문을 연 마음사랑병원은 인산의료법인 설립자인 이병관 명예이사장이 토지와 기자재를 전라북도에 기증하고 운영권을 수탁해 도의 지원 없이 자체 운영하는 정신의료기관이다. 개원 당시 200병상으로 출발해 현재 560병상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치료 서비스는 더 높이, 환자와 지역사회에는 더 가까이’라는 핵심 가치를 지켜왔다. 또 정신질환, 중독, 노인성 인지장애 분야에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명감이 원동력이 되었다.

마음사랑병원이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환자가 회복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환자 중심 치료’다. 현실적으로 정신의학 현장에서 실질적인 환자 중심 체계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소아부터 노년까지 환자 연령층이 폭넓은 데다 질환 또한 경증의 우울증·공황장애부터 중증의 조현병, 알코올의존증 등 임상적 스펙트럼이 다채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현장에는 급성기 증상으로 현실 검증력이 떨어져 집중적인 보호와 치료가 시급한 환자, 사회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참여하는 환자, 병원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일상생활 전반의 세밀한 밀착 돌봄을 필요로 하는 환자도 계십니다. 이처럼 개개인의 기능과 다양한 요구 사항을 간과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최적화된 전문프로그램과 전용 치유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 병원은 다학제적 전문 인력이 배치된 특성화 병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음사랑병원의 핵심 자산은 우수한 전문 인력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 17명을 비롯해 30여 명이 넘는 정신건강간호사·사회복지사·임상심리사 등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환자 중심의 통합적 치료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탄탄한 인적 인프라는 환자 개개인에게 정확하고 세밀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김성의 이사장은 단순히 치료를 제공하는 것에 더해 환자가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회복의 경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가까이에서 돕는 것이 마음사랑병원의 중요한 역할이라 말한다. 또 환자의 증상을 다스리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의 ‘존엄한 삶’을 되찾아주는 것이 정신의료기관의 사명이라 강조한다.

치료의 핵심 가치는 ‘격리’가 아닌 ‘연결’

끊어졌던 일상을 다시 연결하는 ‘드림브리지(Dream Bridge) 통합재활시스템’도 마음사랑병원의 자부심 중 하나다. 대부분의 정신의학적 치료는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에 집중하지만, 이곳은 환자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온전히 복귀하는 회복에 집중해 마음사랑병원-낮병원-정신재활시설-공동생활가정-지역사회 4개 센터를 하나로 잇는, 병원 기반 회복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는 환자가 어느 단계에 있더라도 중단 없이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전국 최고수준의 사회 안전망이다. 이 밖에도 입원 경험이 환자에게 또 다른 트라우마가 되지 않도록 병원 설계 단계부터 창살없는 치유 환경을 구현해 환자들이 외부 세상과 심리적으로 연결되는 안정감을 얻도록 돕고 있다.

마음사랑병원의 운영 방식은 급성기, 재활, 낮병원, 중독, 노인성 질환, 만성기 등으로 세분화한 특성화 병동으로, 환자 개별 상태에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정신건강교육, 정신치료극, 인지행동치료, 수용전념치료 등 근거 기반의 정신치료 프로그램과 함께 정서조절훈련, 스트레스관리, 사회기술훈련 등 정신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마취하 전기자극치료(M-ECT), 조건반사제어법(CRCT), 오픈 다이얼로그(Open Dialogue) 등 다양한 정신건강 치료를 운영해 난치성·복합적인 정신질환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치료 역량을 갖추었다. 특히 정신질환을 먼저 경험하고, 회복 과정을 거친 회복 당사자가 진행하는 ‘동료지원가 교육 및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환자들에게 ‘회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지정 정신응급 급성기치료활성화시범사업 병원으로서 24시간 응급진료체계를 갖춰 위기상황에서도 신속하고 연속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도 이곳만의 경쟁력이다.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들은 대부분 가족, 사회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급성기 환자가 병원 치료를 받고 증상회복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나 자신의 잃었던 기능을 되찾고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사례들을 경험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힘을 얻습니다.”

이건학 병원장은 사회와 격리돼 삶을 포기했던 환자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시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의료진 모두에게 큰 의미이자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한다. 단순히 병을 잘 고치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의 잃어버린 삶을 되찾아주는 병원이라는 긍지가 마음사랑병원 구성원들을 움직이는 큰 동력으로 작용하는 까닭이다.

정신의료기관 제대로 바라보기

현재 마음사랑병원을 찾는 주요 이용자는 급성기 정신질환 환자부터 만성질환자, 중독 환자, 노인성 인지장애 환자까지 폭넓게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로, 조기 개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예방적 치료에 힘쓰고 있다. 특히 입원 치료 중에도 청소년 환자의 학습권이 단절되지 않도록 병원 내 학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이 배움을 놓치지 않고 건강하게 학교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전에는 정신의료기관은 조현병, 조울증, 우울증, 알코올중독 등 중증 환자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 경증 환자들이 발길을 꺼렸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점차 인식이 개선되면서 경증의 우울이나 자해, ADHD 등으로 정신의료기관을 찾는 이들이 많이 늘고 있는 추세다.

“과거에는 만성화 단계가 되어서야 병원에 오는 분이 많았는데 요즘은 빨리 병원을 찾는 추세라 만성화 비율이나 입원 기간도 상대적으로 줄고 치료 효과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다루는 질환들은 대부분 마음의 균형이 무너져서 생기기 때문에 완치라는 개념보다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것처럼 마음의 질환도 조기에 발견하고 제때 치료 하며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신건강과 관련한 질환은 발병 후 5년 정도를 결정적인 시기라 보는 만큼 이때 전문 의료진의 집중적인 개입과 치료가 이루어져야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재발이나 재입원을 반복하는 만성화의 위험이 있는 만큼 접근성 높은 진료체계 구축과 24시간 응급 대응역량 강화, 지역사회 연계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치료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정신의료 영역은 높은 수준의 관찰과 돌봄이 요구되는 만큼 충분한 간호 인력과 전문 인력 배치가 치료의 질과 직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신의료 수가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되고 정신응급의료체계가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공공의료 인프라로 자리 잡기 위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 누구나 위기 상황에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정신의료 환경이 단단하게 구축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mini interview

치유를 넘어 성장의 영감을
나누는 동반자

김성의 이사장

전북특별자치도마음사랑병원은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정성과 책임을 다하는 치료를 바탕으로 더욱 수준 높은 정신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진단과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환자의 빠른 회복을 지원하며 치료 기준을 선도하는 전국 최고 수준의 전문 정신의료기관으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또한 전문 진료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차별화된 치료모델을 확립해나갈 계획입니다. 올해 계획하고 있는 본관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자연과 회복이 공존하는 환자 중심의 치유 환경을 구현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단순한 치료기관을 넘어 환자와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치유 공동체로서 전문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환자와 가족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신뢰받는 정신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마음사랑병원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