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맺은 인연이 30년이 넘도록 지속되는 병원이 있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세월 동안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동네 주치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환자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병원,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자리한 황효주내과의원이 바로 그곳이다. 지역주민들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1차 의료기관으로서 정확하고 편안한 진료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싶다는 황효주 원장을 만났다.
글 편집실 사진 윤선우
불필요한 진료가 없는
‘대학병원 스타일’ 동네의원
문산은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도농복합도시로,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원주민이 많은 지역이다. 특히 아직도 오일장이 열리는 소도시라 장날에는 찾아오는 환자들로 동네병원이 북새통을 이룬다. 지금은 내원 환자 수가 줄었지만, 한때는 황효주내과의원을 찾는 환자가 하루에 300명이 넘을 정도여서 저녁 8시가 되어야 진료가 끝나는 일도 많았다.
황효주 원장이 문산에 내과를 개원한 1992년만 해도 의료 인프라가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건강검진을 받아본 주민이 많지 않던 시절이어서, 당시 위 내시경 조직검사를 시행한 환자 중 절반이 암 진단을 받을 정도였다. 거동이 불편한 암환자들을 위해 초창기에는 왕진도 다녔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이야기지만, 1990년대에는 진료 잘 봐주셔서 고맙다고 농사지은 배추를 들고 오시기도, 닭을 갖고 오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환자들을 돌봐야 하니까 우리 원장님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달라고 기도해주시는 분도 많았고요. 이런 분들이 계셔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황효주 원장이 이 지역에 내과를 개원하면서 다짐한 부분은 ‘대학병원 스타일’로 병원을 운영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의아해하는 환자가 많았다고 한다.
“감기 환자를 매일 병원에 오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처방약을 복용하다가 불편하면 오시고, 그렇지 않으면 안 오셔도 된다고 했더니 환자들이 더 놀라는 거죠. 다음 주에 정말 안 와도 되냐고 되묻기도 했어요.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쓸데없는 과잉진료로 환자나 의사가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들에겐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환자 상태가 전보다 나빠지면 심한 경우 호되게 꾸짖기도 하는 동네병원을 주민들은 꼬박꼬박 잊지 않고 다시 찾는다. ‘우리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주치의’가 곁에 있어서 든든하다는 한결같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환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맞춤형 진료
옆집 숟가락 수까지도 훤히 알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것이 시골 인심이라고 했다. 내원 환자 개개인의 병력을 상세하게 알고 있는 황효주내과의원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병원 접수 데스크 주변에는 종이 차트가 층층이 쌓여 있는데, 거기에는 내원 환자들의 병력을 세세히 기재한 30년 역사가 담겨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들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환자들의 세세한 변화를 모두 기록으로 남겨두고 있어요. 이전 진료 때보다 수치가 안 좋아진 분들은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무엇을 드셨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등 특정할 만한 사안이 있으면 메모해두었다가 다음 진료 때 관련 내용을 반드시 물어봐요. 의사가 환자를 충분히 이해해야만 병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맞는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의사가 환자에게 관심을 보이며 잔소리도 잊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생활습관을 개선하게 된다는 것이 환자들의 반응이다. 심평원 ‘우리 동네 좋은병원 소문내기’ 공모전에 소개된 사연도 이와 결을 같이한다. 당뇨병이 있는 80세 할머니가 식습관을 개선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스스로 혈당을 조절하는 등 변화된 모습에 감동받은 손녀의 사연이었는데, 무엇보다 다정하고 살가운 진료로 할머니의 공허한 마음을 치유해주어서 황효주내과의원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지역주민들, 특히 어르신들은 멀리 있는 큰 병원을 정기적으로 찾아가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동네병원을 믿고 오랫동안 찾아주시기 때문에, 1차 의료기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당뇨병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나빠지면 야단치기도 하고, 또 잘 유지되면 칭찬도 아끼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환자들에게 잔소리를 달고 사는데, 이를 좋게 봐주시고 심평원에 사연까지 올려주셔서 제가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환자를 위한 쓴소리를 더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듣겠습니다.”
주민들이 신뢰하는
따뜻한 평생 주치의의 소망
황효주 원장은 자신을 ‘환자들을 혹독하게 교육하는 의사’라고 말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당근과 채찍을 휘두르는 스타일이다. 그만큼 질환 관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요즘은 젊은 당뇨병·고혈압 환자가 많아졌습니다. 약을 처방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환자가 정말 잘 먹고 있는지, 혈당과 혈압을 잘 관리하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해야 해요. 평소 관리는 환자 자신이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혹독하게 교육하고 잔소리도 하는데, 다행히 환자들이 잘 따라주셔서 스스로 관리하는 요령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들에게 수치의 변화가 있다고 해서 약을 증량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게 황효주 원장의 생각이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최근 무슨 음식을 드셨는지 꼬치꼬치 묻다 보면 환자 한 사람당 진료 시간이 30분을 넘길 때도 많다. 반면 호전된 경우는 상대적으로 의사 얼굴만 잠깐 보고 끝나기도 해 환자들의 불만이 생길 법도 한데, ‘잘하고 있으니 오늘은 잔소리할 필요없다’고 칭찬하면 금세 웃는 얼굴로 병원을 나선다고 한다.
“우리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환자가 발생하면 서울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드리는데, 이런 경우 제가 병원을 선별하고 예약도 병원에서 다 해드리고 있습니다.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아드리는 일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과도 소통하며 서로 신뢰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로부터 받아온 오랜 믿음을 편안하고 정확한 진료로 보답하고자 하는 황효주내과의원. 성실한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단골 환자들에게는 대형병원 못지않은 만족감을 선사하는 황효주내과의원을 보면서 지역사회를 지키는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본다. 주민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평생 주치의가 되고자 하는 황효주 원장의 꿈을 응원한다.
잠깐! 우리 동네 주치의 황효주내과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주최 ‘우리 동네 좋은병원 소문내기(2022)’ 공모전 대상 수상기관입니다. 2024년에도 계속되는 우리 동네 병원이야기, 함께 나누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