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 치매안심병원 }

서울 치매환자 전문치료를 위한
첫 치매안심병원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현재, 치매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다. 기억력, 인지능력 저하를 넘어 뇌 구조 변형으로 인한 성격변화, 망상이나 환시 등과 같은 정신 증상이나 폭력성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치매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정부는 급증하는 치매환자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부터 치매안심병원 지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전국 25개 치매안심병원 가운데 서울지역 최초로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특별시 서북병원을 찾았다.

편집실 사진 송인호

서울특별시 서북병원은 1948년 시립순화병원으로 시작해 1964년 서대문시립병원으로 승격, 2009년에 서울특별시 서북병원으로 명칭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수도권에서 유일한 결핵전문병원으로, 결핵의 전담치료 및 예방사업을 통해 결핵 퇴치에 앞장서 왔다. 또 메르스, 코로나19 등 전염병 대유행 시기에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서 위기 극복에 힘쓰며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노인치매 및 말기암 환자 완화의료 호스피스 병동 운영, 재활치료 등 민간 의료기관이 회피하는 진료부문을 특화해 형편이 어려운 시민과 노인성질환 관련 진료를 확대해 지역사회에 친근하게 다가가는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특별시 서북병원은 이미 2003년부터 치매전문병동을 운영해왔고, 2022년 리모델링을 거쳐 치매환자들에게 최적화된 시설로 새롭게 단장했다. 이를 계기로 2024년 3월 서울시 최초로 보건복지부 지정 치매안심병원으로 전환돼 가정에서 돌보기 힘든 중증 치매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가정에서 돌보기 힘든
중증 치매환자를 위한 맞춤 의료서비스

치매안심병원은 치매환자를 집중치료하기 위해 전문적인 시설과 인력을 갖춘 보건복지부 지정병원이다. 일반 가정이나 요양병원에서 보호·관리가 어려운 폭력적인 행동, 피해망상 증상 등 중증 행동심리증상을 보이는 치매환자에게 약물적 치료와 비약물적 치료를 병행해 빠른 사회 복귀를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무엇보다 치매라는 질병을 개인이나 가정이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집중 관리를 지원함으로써 가족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고,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도움을 주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치매안심병원은 병원 안의 치매치료센터 개념이 아니라 치매 치료전문병원으로서 역할 정립을 위해 치매병상은 최소 30병상 이상, 일반병동과 분리된 치매환자 전용병동 설치, 전용 화장실이 구비된 4인 이하의 병실, 중증 치매환자 단기 집중치료를 위한 1인실 1개 이상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 요양병원과 차별화된다. 서울특별시 서북병원은 노인치매 치료 경험이 많은 전문 의료진이 집중치료 및 입원 관리를 담당하며, 신경과 전문의 3명을 비롯해 임상심리사, 간호사, 작업·음악·미술치료사들로 구성된 전담팀이 인지기능의 회복과 정서 기능 향상을 위해 매일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치매환자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넓고 쾌적한 병실, 충분한 보행로, 숲이 보이는 조망과 야외 정원 등 치매 친화적인 병동 시설을 갖추었으며, 행동심리증상이 심한 어르신 환자를 위한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 병원의 치료 목표는 치매환자를 단기간 집중치료해 지역사회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다. 최대 입원일은 60일이며, 입원 후 30일부터 퇴원 가능 여부를 전문의가 판단한다.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신경과 송은향 과장은 처음에는 문제 행동이 많던 환자들이 60일 동안 집중치료와 치료 프로그램을 병행하면서 증상이 조절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모든 환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약 조절이 가능하고, 보호자들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판단하는 60일을 입원 기간으로 정해 운영한다고 한다.

다학제팀으로 구성된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 운영

행동심리증상(BPSD, 치매에 동반하는 난폭한 행동, 피해망상, 배회, 배변장애, 식사문제 등 인지장애 외적인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감정)이 심한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집중치료는 약물적 치료와 비약물적 치료 병행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서울특별시 서북병원은 집단 인지치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매일 오전에 30분씩 음악·미술·작업치료 등으로 구성된 ‘잘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경과 전문의를 비롯한 간호 인력과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등 다학제팀으로 구성된 잘 돌봄 프로그램은 치매환자의 회복을 돕고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음악치료사는 치매 노인의 기능 수준을 진단하고 맞춤형 음악활동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적용해 인지·언어·행동심리 기능의 회복을 돕는다. 미술치료사는 치매노인이 감퇴된 기억력과 시공간 능력을 회복하도록 돕고, 작업치료사는 환자 개개인의 기능에 맞게 다양한 교구를 활용해 교육을 진행한다. 또 프로그램실 옆에는 심리안정치료실인 ‘스누젤렌실’을 마련해 치매환자들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때 시각·청각적 요소 등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돕는다.

‘서울특별시 서북병원만큼 치료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는 송은향 과장은 치매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경감하는 비약물 치료 활동을 통해 기억력, 주의집중력, 현실 지남력(시간, 장소, 사람을 아는 능력), 언어능력 등 인지기능을 향상하고 우울, 불안, 초조, 배회, 망상 등 행동심리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그런 만큼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제외하고 최대한 많은 어르신 환자가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병원에 오시는 환자들은 양질의 재활치료를 받기를 원하십니다. 다시 걸을 수 있기를 바라고, 누워 있는 분은 휠체어에 앉을 수 있기를 바라시죠. 이런 분들을 위해 하루가 바쁘게 느껴질 정도로 프로그램을 짜드리다 보니 재활 의지도 강해지고 만족도도 높은 편입니다.”

지역사회 복귀를 목적으로 하는
공공병원의 사명감

서울특별시 서북병원은 사회안전망이 미치지 않는 취약한 환경에 놓인 치매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치료해 일상기능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자 한다.

첫 단계로 올해는 치매안심센터와 협업해 치매안심센터 대상자 등록을 의뢰하고, 퇴원 환자를 공동으로 관리하며, 치매 관련 시범사업에 참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에는 점차 권역을 넓혀 구청·국민건강보험공단·노인복지시설·행정복지센터와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중증 치매환자 위주로 입원 치료를 진행하기에 입원환자 수 대비 간호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치매환자 특성상 밀착 간병 서비스가 필요한데, 간병인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간병비 부담이 커서 입원 치료를 꺼리는 보호자가 많습니다. 퇴원 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입원 만족도를 실시한 결과, 문제 행동 조절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고, 특히 지역사회 복귀율이 74%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약물·비약물 처치를 균형 있게 시행하여 문제 행동을 조절한 결과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입원 치료가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간병비 부담이 입원 치료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치매안심병원이 본연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고, 지방으로 확대·보급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돌봄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 입원 치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치매안심병원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기가 지금이다.

“치매안심병원에 근무하는 구성원들의 소망은 치매환자들을 다른 요양 시설이 아니라 원래 살던 집으로, 지역사회에 복귀하시도록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우리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은 환자들 가운데 70~80%는 호전돼서 퇴원을 하시는데, 걸어서 나가신 분이 휠체어나 침대에 누워 다시 돌아오실 때는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퇴원 후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데이케어센터나 방문요양 등 지역사회와 연계해야 하고 이런 사회적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될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mini interview

공공병원의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이창규 병원장

서울특별시 서북병원은 시립순화병원으로 시작해 서대문시립병원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취약하여 병원에 쉽게 오기 힘든 이웃들을 위해 폭넓은 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4년 서울시 최초로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돼 가정에서 돌보기 힘든 중증 치매환자를 진료하며,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지역사회로 복귀시킨다는 목표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공공의료에 대한 사명감으로 중증 치매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치료 능력을 갖춰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자부합니다. 갈 곳이 없어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따뜻하게 품고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는 병원이 되도록 맡은 바 역할에 충실을 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