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아프다고 울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는 부모의 심정은 안타깝기만 하다. 응급실에 가기에는 부담이 되고, 병원 문 열리는 시간까지 무턱대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 이런 난처한 상황에 처한 소아 경증 환자를 위해 전국 소아청소년과 병원 중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2014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5년 현재 전국 107개소가 운영 중인데, 그중 하나인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을 찾아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편집실 사진 윤선우
365일 36.5˚C 우리아이 지키기
출근길에 미열이 있는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하루 종일 걱정하다가 퇴근해서 보니 아이 몸이 불덩이다. 이미 병원은 문을 닫은 시각이라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야 하나 고민하며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동네에 늦은 시간까지 진료를 보는 어린이병원이 있다는 정보가 있어 그길로 병원을 찾았다.
“맞벌이 부부다 보니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데려갈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 늘 미안하고 속상했어요. 달빛어린이병원 덕분에 야간에도 소아청소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수고하시는 의료진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하루 저녁에만 70~100명에 이르는 환자가 찾는 성북우리아이들병원에서 만난 4살 유진이 보호자의 경험담이다.
소아응급실이 사라지고 동네 소아청소년병원들이 줄줄이 폐업하는 의료 공백 상황에서 아이들을 지키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정규 진료시간 이후인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에도 외래 진료를 통해 신속하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거나 토할 때, 혹은 낮에 진료를 보았음에도 호전되지 않는 상태일 때, 대형병원 응급실을 가기에는 애매한 경증일 경우 가까운 달빛어린이병원을 이용하게 하여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일반 소아청소년과는 저녁 6~7시에 문을 닫지만 달빛어린이병원은 최대 자정까지 운영되며, 응급실이 아닌 일반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비용이 적게 들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응급실에서는 성인과 소아를 함께 진료하는 경우가 많지만, 달빛어린이병원은 소아 진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어 더 세심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저녁에만 시간을 낼 수 있는 가정들에는 주말과 공휴일, 야간까지 진료 시간이 확장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빛나는 달빛’은 희생이 아닌 자부심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이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에 공식적으로 합류한 것은 2023년 11월부터다. 하지만 이미 이전부터 휴일, 야간 할것 없이 꾸준히 진료를 제공해왔고,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을 기점으로 진료 시간을 더 늘리게 됐다. 달빛어린이병원 전담 인력은 총 13명이며 매일 의사 2명이 평일 밤 10시, 주말에는 저녁 6시까지 교대로 상주하고 있다.
“밤 시간에 병원에 올 정도면 갑자기 아파서 열이 안 떨어진다든지, 구토 증상이 멈추지 않는다든지, 낮 시간에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를 봤는데도 불구하고 안 낫는 경우일 것입니다. 이럴 때 가까운 곳에 달빛어린이병원이 있으면 바로 진료를 볼 수 있어 좋지요. 특히 우리 병원은 검사도 하고 필요한 경우 입원도 가능해 어쩔 수 없이 응급실이나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건이 닿는 한 자체적으로 치료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병근 병원장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탐정’처럼 일한다고 표현한다. 감기나 장염 등 가벼운 질환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을 꼼꼼히 살펴 혹시 모를 중증질환, 희귀질환들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면서 진료 마감 시간에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엄마 품에 안겨 내원하는 어린 환자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후두염은 밤에 증상이 더 심해지고 호흡곤란이 오기 때문이죠. 이미 퇴근 시간은 훌쩍 넘겨버렸지만, 어린 환자를 병동으로 올려서 처치해주고 호흡이 안정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의료진은 비로소 안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픈 아이들을 돌보며 회복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보람이 크기에, 성북우리아이들병원 의료진은 진료 현장의 고단함을 잠시 잊는다. 남들 쉬는 시간에 일하는 고충을 감수해야 하는 의료 분야는 워라밸을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달빛어린이병원과 같은 진료 시스템은 개인의 희생이 어느 정도 뒤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는 해야 하고, 또 하면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노고가 당연한 희생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달빛어린이병원 진료 시스템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의료진의 바람이기도 하다.
달빛이 꺼지지 않는,
24시간 우리아이 건강 지킴이를 꿈꾸며
현재 운영되는 달빛어린이병원의 진료 시간은 평일 기준 최대 자정까지다. 부모 입장에서는 달빛어린이병원의 진료가 끝나는 자정 전후나 새벽 시간에 아이가 아프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원래 병 자체가 밤중에 좀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어서 낮에 없던 증상이 갑자기 생기기도 한다. 또 낮에는 다른 자극이 많아 거기에 정신이 팔려서 아픈 것을 잊고 있다가, 밤에 잠들 무렵이 되어서야 아프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진료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은 4월부터 연중무휴로 경증·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환자를 24시간 진료하는 ‘79클리닉’을 운영할 계획이다. 소아청소년 전문병원 최초의 시도다.
“‘79클리닉’이라는 이름에는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진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달빛어린이병원 마저 문을 닫는 자정 이후부터 다음 날 정규 진료가 시작되는 아침까지 빈틈없는 진료를 준비 중입니다.”
79클리닉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의료진은 심야 시간에도 아픈 아이들을 위해 기다리고 밤새 일하는 고된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특히 자정 이후 진료는 지원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적자운영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24시간 진료 시스템을 고수하려는 이유는 의료전달체계에서 2차 병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함이다. 또한 ‘우리아이의 주치의’와 같은 병원이 되자는 것이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의 사명인 만큼, 지역사회 아이들이 365일 24시간 내내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아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기존 달빛어린이병원의 달이 자정이면 지는 달이었다면,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의 달은 밤새 어린이들을 지키는 달이 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병원을 이용해주시고 지켜봐주시는 많은 분의 관심과 지지가 이어진다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우리 의료진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mini interview
탄탄한 맨파워를 갖춘 2차 의료기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성북우리아이들병원 유병근 병원장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은 2018년 설립된 이래 전문 의료진과 간호인력, 시설,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2020년부터 소아청소년 전문병원 인증을 받았습니다. 우리 병원의 가치는 의료전달체계에서 2차 병원의 역할을 담당하고, 지역사회에서 우리아이 지킴이·주치의 역할을 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 병원은 이전부터 1차 의료기관에서 의뢰된 환자와 3차 의료기관에서 위급한 시기를 넘기고 온 환자들의 진료와 검사, 필요한 경우 입원 치료를 담당해왔습니다. 또 경증·중등증·중증 환자를 분류해 1차 의료기관으로 다시 보내거나 3차 의료기관으로 보내는 트리아지(triage)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소아호흡기 알레르기, 심장, 신장, 내분비, 신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학병원 교수를 역임하신 역량 있는 분들을 초빙해 클리닉 진료를 함께 시행함으로써 더욱 전문적인 진료를 제공합니다.
달빛어린이병원과 79클리닉 진료 시스템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묵묵히 맡은 일을 잘 수행해주셔서 늘 감사하고, 힘든 여건이지만 자긍심을 갖고 업무에 임하시면 좋겠습니다.
늦은 밤, 휴일에도 열려 있는
{ 달빛어린이병원 }
평일 야간이나 휴일, 병원이 문 닫은 시간에 아이가 아프면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달빛어린이병원’을 찾아보세요. 소아청소년 경증 환자 진료가 가능한 전국 107곳의 달빛어린이병원이 걱정을 덜어드립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병의원이 문을 닫은 시간인 평일 야간과 주말·공휴일에 만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경증 환자에게 외래진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의료기관의 사정에 따라 임시 휴진, 운영 중단 등이 있을 수 있으니 방문 전에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현재 운영 중인 달빛어린이병원의 위치와 운영 시간은 달빛어린이병원 홈페이지와 응급의료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E-GEN)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달빛어린이병원, 이럴 때 이용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 많이 찾아옵니다. 특히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부모 마음은 덜컥 내려앉습니다. 차분한 사람도 허둥대기 일쑤입니다. 이럴 때 달빛어린이병원을 찾아보세요.
# 워킹맘 현주 씨,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쩌죠. 아이 아빠는 퇴근이 더 늦고, 도움받을 친지도 없는데요. 집에 가면 8시. 그때까지 현주 씨와 아이를 기다려줄 소아청소년과는 없는데…. 현주 씨는 이럴 때 참 막막합니다.
#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아빠 영준 씨 부부. 침대에서 아이 낮잠을 재우다가 모두가 잠이 들었습니다. 잠시 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이가 자면서 뒤척이다 침대 아래로 떨어진 것이지요. 어쩌죠? 오늘은 토요일이라 갈 수 있는 병원도 없는데! 아이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봐 영준 씨 부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아이가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 이마에 손을 얹어 보니 열이 있는 것 같아요. 많이 아파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늦은 밤인데 이 시간에 문을 연 병원이 있을까요? 아이를 어디로 데려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