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은 2019년 질병관리청으로부터 희귀질환 경기서북부권 거점센터로 지정되었고, 2024년부터는 경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 지정되어 운영하고 있다. 희귀질환관리사업단에서는 정밀 유전자분석으로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까지 책임지며 체계적인 토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글 편집실 사진 송인호
정밀진단검사를 직접 실시하는
희귀질환 전문기관
희귀질환은 질환 종류는 많지만, 질환별 환자 수는 적다. 이름 그대로 질환 자체가 무척 드물기 때문에 의료진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정확한 진단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유전질환은 질환별 발병 양상과 치료 반응이 매우 다양하고 이질적이어서 진단이 어렵고, 진단되더라도 치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희귀질환의 진단과 치료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한 인하대병원은 2017년 희귀질환 진단 역량을 키우고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진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렇게 구축한 의료 인프라와 경험을 토대로 2019년에 질병관리청으로부터 희귀질환 경기서북부권 거점센터로, 2024년부터는 경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 확대 지정되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병원 경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은 병원 내에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법인 염색체마이크로어레이, 단일 유전자 검사등 정밀진단검사 160여 종을 직접 수행한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만하다. 이로써 권역 내 진단 방랑 환자들의 희귀유전질환 진단에 크게 기여하며 권역 내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 발전하기 위한 연구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
환자와 가족 중심 의료를 실현하다
인하대병원 희귀질환관리사업단의 핵심 가치와 운영 철학은 ‘질환보다 환자와 가족을 우선으로 생각한다’이다. 2019년부터 경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을 이끌어온 이지은 사업단장이 설명을 보탠다.
“인하대병원은 단순한 진료를 넘어 환자와 가족의 고단한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려고 합니다. 진단방랑을 겪은 환자, 처음 희귀질환을 마주한 가족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전문성으로 지역 내에서 안정적인 치료와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인하대병원은 경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서 몇 가지 자랑거리가 있다. 가장 큰 강점은 생애주기별 통합진료체계다. 신생아, 소아청소년기, 성인기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임상과(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심장내과, 산부인과, 재활의학과, 안과, 이비인후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를 구축해 진단, 치료, 수술, 관리를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또한 기관 내 전담 코디네이터가 있어 진료실 밖에서도 진료 안내, 질환 교육, 사회복지 연계 등 밀착형 지원을 제공하며 환자와 가족 중심 의료를 실현한다.
경기 서북부권은 인구 특성상 소아 환자가 많다. 인하대병원은 희귀질환 환자의 80% 이상이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하는 현실을 고려해 소아전문응급센터,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 행동발달증진센터 등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소아기 희귀질환을 조기 진단해 삶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또한 유전성 암 분야에서 특화된 가족 유전상담 클리닉을 운영하며, 권역 내 의료진을 대상으로 심포지엄,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의료 역량 향상과 지역 의료체계를 강화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하대병원은 경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 국가 바이오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과 희귀질환 권역별 거점센터 운영 정책 용역, 첨단재생의료연구 등을 수행하면서 희귀질환 진단 역량과 치료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지은 사업단장은 그간 노력해온 결실을 이렇게 설명한다.
“지역의 희귀질환 환자가 진단과 치료를 받으려고 더는 다른 지역의 의료기관을 찾아 헤매지 않게 됐습니다. 권역 내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모든 희귀질환자가 건강해지는
그 날을 꿈꾸며
경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에는 다양한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찾아온다. 비유전성 희귀질환으로는 다른 신체기관에 침범한 전신 홍반성 루푸스, 쇼그렌증후군, 중증 근무력증 등이 있고, 유전성 희귀질환으로는 유전성대사질환, 리소좀축적질환, 다낭성 신장질환, 신경섬유종, 샤르코-마리투스 같은 질병을 앓는 환자들이다. 이지은 사업단장은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에는 의료진의 경험이 중요하기에 역량 향상을 위해 부단히 애쓴다고 강조한다.
“희귀질환은 유병 인구가 적지만 다루는 질환 수는 많아서 의료진의 경험이 무척 중요합니다. 우리 기관은 경험과 진료 역량 향상을 위해 반기별로 권역 내 전문 의료인 대상 심포지엄, 원내 의료진 교육 등을 진행하여 역량 향상과 네트워크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 경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은 혈우병, 프래더·윌리 증후군의 주기적인 자조 모임을 주최·후원하여 질환 정보 제공, 관리, 환우 및 가족 간 유대 형성의 기회도 제공한다. 또 매년 2월 28일 ‘희귀질환 극복의 날’에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여 희귀질환 인식개선 활동을 펼친다.
희귀질환자들을 치료해온 지 6년여. 그간 기억에 남는 사례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모든 환자를 기억하지만 그중 특별한 사례 2가지를 꺼내놓는다. 첫 번째 사례는 열 살 환아다. 잦은 호흡기감염으로 진료받았고, 그러다 폐렴이 심해져 인공호흡기 치료 중 폼페병으로 진단받았다. 희귀질환인 폼페병은 효소대체요법이 가능한 리소좀축적질환으로, 환아를 위해 긴급 의약품을 신청·처방하여 꾸준히 치료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폼페병은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작하면 제거하기가 쉽지 않은데, 현재 환아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걸어 다니는 수준까지 회복했다. 이 사례는 희귀질환센터와 전담 코디네이터, 사회사업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긴급의료비와 치료비 지원에 영향을 발휘한 사례로 손꼽힌다.
두 번째는 핫라인을 통한 조기진단 사례다. 권역 내 여성병원에서 신생아 선천성 대사이상검사를 받고, 결과 이상으로 인하대병원 첫방문센터를 찾은 다문화가정 신생아였다.
“환아는 페닐알라닌 수치가 정상보다 매우 높은 상태로, ‘페닐케톤뇨증’이 의심되었습니다. 첫방문센터에서 희귀질환센터로 연락했고 방문 당일 진료 후 입원해 진단용 정밀검사와 특수식이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환아는 ‘약물 반응형 페닐케톤뇨증’으로 진단되었습니다. 페닐케톤뇨증은 생후 1개월 안에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신경 손상으로 지능 장애가 발생하는 희귀유전대사질환입니다. ‘페닐케톤뇨증’을 관리하는 데는 질환·투약 정보, 특수식이 영양 상담, 희귀질환 산정특례 안내 등 의사소통이 필수입니다. 다문화가정 부모와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권역 내 통번역 서비스 사업과 연계해 의료진과 원활히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환아는 현재 뇌손상 합병증 없이 정상발달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지은 사업단장은 이러한 사례는 권역 내에서 활성화된 전원의뢰시스템, 희귀질환 전문기관의 체계적인 진료 시스템과 전담 인력의 지역자원 활용 연계 등 삼박자의 지역통합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치료 가능한 희귀질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앞으로 인하대병원 경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은 현재 수행중인 희귀질환자를 위한 진단, 치료, 관리의 지원체계를 바탕으로 전문기관 유지를 위한 의료진의 전문성 및 관리역량 강화를 지속할 계획이다. 또한 유전체의학이 발전하는데도 여전히 존재하는 미규명 희귀질환 연구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권역 내 모든 희귀질환 환자가 건강해지는 그 날을 꿈꾸며 노력해나갈 것이다.
mini interview
지금 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
인하대병원 경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 이지은 사업단장
희귀질환 진료는 일반 진료와 달리 무척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환자 한 명을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수립하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친 추적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진단 이후에도 치료 가능성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의료진으로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희귀질환은 개별 환자 수는 적지만, 그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우리 기관은 진단의 어려움, 치료제 부족, 사회적 고립이라는 삼중고를 겪는 환자와 가족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하려고 합니다.
희귀질환은 ‘작은 수의 병’이 아닌, ‘큰 목소리가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과 연구, 정책, 따뜻한 연대가 더 넓게 확산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전문성과 공감, 협력을 바탕으로 희귀질환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지속해나가겠습니다. 관심 기울이며 지켜봐주시고,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