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감염병 의료대응의
국가 컨트롤타워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

메르스,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확산은 전 세계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 병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진료와 격리, 전문 인력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정부는 2015년 메르스 대응 이후 중앙감염병원 설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했고, 2020년 코로나19를 계기로 권역 완결형 신종 감염병 의료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권역별로 감염병전문병원을 지정해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편집실 사진 윤선우

감염병의 처음과 끝을 함께하는
공공의료기관

한국전쟁을 겪으며 건물이 붕괴되고 엄청난 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잿더미로 변한 우리나라에 설상가상으로 급성전염병까지 번졌으나 당시 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 시기에 선진국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는데, 그중 스웨덴 더스타병원과 우리 정부가 합작해 을지로에 건립한 메디컬센터가 국립중앙의료원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003년 사스가 유행했을 때 처음으로 감염병 환자 전용 입원 치료 병상을 마련했고, 신종플루, 에볼라바이러스, 메르스 등을 겪으면서 의료 시스템의 최전선인 감염병 전문병원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특히 2020년에는 민간병원과 달리 병상을 모두 비운 다음 코로나19 환자를 집중 치료하면서 감염병의 시작부터 종료 시점까지 처음과 끝을 함께하는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강점은 메르스 환자를 진료할 당시 원내 감염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메르스 환자 수십 명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료진 감염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은 국제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경우다. 그만큼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준비가 되어 있었던 덕분이다. 또한 코로나19 때도 의료진이 방역 최전선에서 확진자를 직접 대면해 치료에 임했고, 의료진을 다른 병원에 파견해 필요한 교육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국민의 불안감을 줄이는 역할을 담당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된 것은 2015년 메르스를 경험하며 감염병중앙거점병원의 설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부터다. 당시 감염병 대응체계나 제도적인 방안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각성이 일어났고, 이에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감염병을 관리하는 중앙거점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여기에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치매센터, 중앙모자의료센터, 중앙난임임산부심리상담센터, 공공보건지원센터, 공공보건의료교육훈련센터, 정책통계지원센터 등 국가의 정책지원기능을 수행하는 국가중앙센터를 보유하고 있어 각 센터들과 연계해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특화된 장점으로 작용했다.

신종 감염병 대응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전초기지

감염병 진료의 중심병원으로서 중앙감염병병원은 격리병상을 추가 제공하고, 복합성 질환을 가진 감염병 환자의 특수 진료, 초고위험·원인불명 감염병 진료, 수도권 병상 공동 대응체계의 중심 등 코로나19와 기타 신종 감염병 확산에 대비한 총괄 기능을 담당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종 감염병이나 원인불명 질환, 고위험 감염병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검사하는 기능을 담당하며, 감염병병원이나 감염병격리기관 등 공공·민간 의료기관의 감염병 대응 전문 인력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수행한다. 또 신종·고위험 감염병 임상연구, 권역별 감염병병원, 감염병관리기관의 자원 현황 파악과 관리, 평가를 담당한다. 감염병 발생 시에는 환자 중증도에 따른 병원 배정이나 전원 등 조정과 감염병 위기 시 환자의 입퇴원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처럼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되었으나, 그간 여러 이해관계에 묶여 감염병전문병원의 건립이 미뤄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 공중보건위기 상황에서 제한적이나마 중앙감염병병원으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가운데 감염병전문병원 중심의 의료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는 국제협력 네트워크 형성에도 만전을 기했다. 요원할 것 같았던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이 감염병 치료·연구에 필요한 국가 인프라 확충을 목적으로 하는 ‘대한민국 감염병 극복지원사업’ 수행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7,000억 원을 기부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본원 신축 이전과 함께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이 추진되어 현재 중간설계가 마무리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조달청 적정성 검토 이후 실시설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새로 건립될 중앙감염병병원은 1인실 130병상과 2인실 20병상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내 최초로 고도격리병상 4병상이 포함됩니다. 또한 주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감염병 상황실과 임상시뮬레이터센터, 임상시험센터 등을 포함해 설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추진단 김가연 단장은 2030년을 목표로 세계 최고의 감염병병원을 건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며, 설계에 맞춰 의료기기 등 장비 구축 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코로나19 대응 시 어떠한 질병인지 모르고 과잉 대응했다는 점이 아쉬웠다는 김가연 단장은 중앙감염병병원 개원을 계기로 어떠한 ‘Disease X’가 발생하더라도 초기에 신속하게 환자를 진료하고 빠른 임상자료 수집과 분석으로 병의 속성을 알아내 알맞은 치료법과 정책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_NETEC 고위험병원체 관련
협력 프로그램

인류와 감염병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방안 모색

바이러스와 인류는 지금까지 공조하며 살아온 만큼 앞으로도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바이러스를 최대한 잘 다루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전염을 일으킬 수 있는 병에 대한 경각심을 많이 갖고 계신 같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처럼 팬데믹이 왔다 간 후 잠깐의 피스타임이 주어지고, 이후 10년이 될지 몇 년이 될지 모르지만 또다시 대유행이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의료적인 입장에서 환자의 사망률을 최소화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명입니다. 여기에 더해 최대한 일상을 보존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할 무렵 최선의 방어를 위해 의료진을 비롯한 우리사회 많은 사람이 한마음으로 노력해 좋은 결실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반면 그만큼의 희생이 뒤따른 것도 사실이다. 김가연 단장은 코로나로 인해 항암치료가 미뤄졌거나,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얻지 못하는 등 사회적인 비용이 발생한 점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신종 감염병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고, 이에 대비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감염병 중앙거점의료기관으로서 중앙감염병병원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기도 하다.

중앙감염병병원은 시설이나 인력 관리적인 부분이 일반 병원과는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다. 감염병을 위한 최고의 시설을 갖춰놓았지만, 지금처럼 팬데믹이 지나간 피스타임에는 감염병 환자 수가 적을 수밖에 없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경영상 고충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김가연 단장은 이에 대한 보완책이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처럼 팬데믹이 오지 않은 피스타임에 중앙감염병병원을 잘 짓고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감염내과를 비롯한 우수 인력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추진단이 국가 감염병 대응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수행할 역할에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는 것으로 김가연 단장과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mini interview

국가 감염병 대응의 중심축 역할 수행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추진단 김가연 단장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추진단은 국가적 감염병에 대응하는 중심축이 되는 기관인 감염병전문병원을 새롭게 짓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설립추진단은 2030년 건립을 목표로 설립기획팀, 연구기획팀, 정보통계팀 등 3개 팀을 구성해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의료기관으로서 진료적인 역할에 충실을 기하고, 여기에 더해 감염병에 대한 교육과 연구 역량을 강화해 어떠한 감염병이 발생하더라도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양성하고 관리할 예정입니다. 중앙감염병병원 개원 전이라도 국가 공중보건위기 대응체계 내 감염병 의료 대응의 컨트롤타워로서 역할 수행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