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소외된 곳에
전하는 따뜻한 희망의 손길
사회복지법인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 장영민 단장
경제성장이 눈부시게 발전된 사회라 하더라도 의료사각지대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의료격차를 메워주는 것이 봉사의 힘이라는 확신으로 서울시의사회의료봉사단은 23년째 적극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이어오며 건강한 사회 구현에 일조하고 있는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 장영민 단장을 만나 따뜻한 인술이 가진 힘과 우리 사회에 끼치는 선한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글 편집실 사진 윤선우
23년간 지속해온
의료봉사 활동
2003년 발족한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은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으로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외국인근로자, 노숙자, 노약자 등을 위해 의료봉사를 실시하는 비영리 조직이다. 창설 첫해에 금천구 노인복지관에서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알렸다. 23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매주 외국인근로자, 노숙자, 쪽방촌 주민 등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무료 진료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재난 발생 지역에 의료봉사단을 급파해 지원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경남 산청을 시작으로 경북 의성·안동 등 영남 지역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역대 최악의 인명·재산 피해를 남긴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은 시울시청이 주관하는 산불 피해 지역 봉사에 참여해 이재민들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생활 안정과 건강 회복을 위해 영양제와 생리식염수, 응급약과 진통제, 드레싱 세트 등 2,000만 원 상당의 의료용품을 지원했다. 또한 현장에서 수고하는 소방대원과 봉사자들의 건강관리에도 신경 써 수액제를 투여하는 등 의료 지원활동을 전개했다.
“재난지역에 간 건 처음이었는데, 직접 현장에 가서 보니 피해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주민들의 상심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시골 지역이다 보니 주민 대부분이 어르신들인 데다 요양병원에서 대피한 고령 환자가 많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약 수급도 이루어지지 못해 어려움이 컸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평생 일군 집과 재산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으니 얼마나 애가 타고 기가 막혔을까요. 그 비통한 경황에도 서울 의사가 먼 곳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셔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장영민 단장은 현장으로 내려가면서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가서 보니 더 마음이 아팠다고 말한다.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의료봉사단이 더 빨리 재난지역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잘 구축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정한 봉사는
실질적인
의료혜택을 제공하는 것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은 25개구 의사회와 지역 병원들이 참여해 의료계 내부의 화합과 공공성 강화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산불 재난지역처럼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지원활동이 가능했던 것은 지난 23년간 정기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전개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2024년부터 의료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장영민 단장은 이미 2008년부터 봉사단 활동에 비정기적으로 참여해왔다. 의사로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늘 생각만 하고 정작 용기를 못 내고 있다는 미안함을 UN난민기구 정기후원으로 작게나마 해소하는 ‘소심한 스타일’이었다. 그런 그가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의 단장직을 수락한 이유는 그간 봉사단 활동을 하면서 보람도 컸지만 아쉬웠던 점들도 느꼈던 만큼 시스템을 개선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우리 봉사단이 처음 꾸려진 2003년만 해도 저소득층도 많았고, 특히 외국인근로자들은 의료보험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진료 보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의사를 만나는 것 자체가 큰일이었어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 그때만큼 열악한 상황은 아니잖아요. 우리 사회가 이만큼 발전하고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처우가 많이 개선된 만큼 무료로 약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선진 의료혜택을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료 의료봉사도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는 것이 장영민 단장의 포부다. 그 일환으로 점차적으로 의료기기의 질을 높이는 등 변화를 통해 실질적인 의료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는 남대문 쪽방촌 취약지역을 정기 방문하고 있는데,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숙자분들을 뵐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AI를 중점과제로 삼을 만큼 발전된 나라에서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하실 테지만, 실제로 눈을 돌려보면 소외된 분이 참 많습니다. 의료보험이 있지만 알코올중독이나 정신질환 등으로 자신을 돌보는 능력들이 떨어지는 분이 많기 때문에 그분들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외된 노숙자들에게 필요한 의료가 무엇인지,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할 것 같다는 장영민 단장. 단순히 봉사 차원을 넘어 의료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의 궁극적 목표인 만큼 이를 위해 지금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고민하며 실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6년 차 개원의의
관록과 책임감
현재 관악구에서 ‘아름드리가정의원’을 운영하는 장영민 단장은 1990년에 의사 면허를 취득했고, 26년째 개원의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아이가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다는 신념으로 소아과를 전공했다가 가정의학과로 방향을 전환했다.
“사람이 태어나서 사망할 때까지 전신적인 질환을 보는 주치의 개념이 마음에 들어서 가정의학과를 선택했고, 그 길을 걷는 동안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사회는 한 과목만 집중해서 보는 의사가 지식도 많고 훨씬 훌륭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면이 있습니다."
장영민 단장은 통괄적인 진료가 결국은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26년 동안 개원의 생활을 하며 많이 느꼈다며, 일차의료를 책임지는 개원의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있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한다.
의사로서 오랜 시간 관록을 쌓아왔지만, 아직도 환자를 대할 때면 ‘나는 좋은 의사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는 장영민 단장. 젊을 때부터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내려 치료와 연결하는 것이 의사의 덕목이라 생각했고, 이는 지금도 변하지 않은 소신이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치료는 결국 의사와 환자 간의 라포르 형성에 기인하는 만큼 소통과 신뢰감을 쌓는 기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갈수록 의술과 인술이 함께 무르익어야 한다는 가르침,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온 선배 의사이기에 가능한 깨달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