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만남

중증소아 가족의 삶을
변화시키는
평온한 "더쉼"

경북대학교어린이병원
김여향 병원장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어린 환자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회복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 분야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소아심장·소아중환자의학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김여향 교수는 환자와 가족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중증질환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소아 환자와 가족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자 한다는 김여향 교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편집실 사진 윤선우

치료만큼 중요한 소아 중증질환 관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학 교실 교수이자, 경북대학교어린이병원장으로 재직하며 중증 소아 환자들의 집중 치료를 담당하는 김여향 교수. 병원장으로서 김 교수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안전하고 질 높은 환자 중심 의료다.

“아이들은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세심하고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의료진의 역량 강화와 최신 장비 확충에 꾸준히 투자하고, 가족 중심의 통합적 돌봄 체계를 구축해 의학적 치료뿐 아니라 심리·정서 지원, 사회복지 상담 등 가족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김여향 교수가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한 이유는 학창 시절 크게 아팠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누구 못지않은 건강 체질이었지만 일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병치레로 입원까지 하다 보니 개근상을 받아보는 것이 소원일 만큼 힘든 시기가 찾아왔었다고 한다. 그때 큰 힘이 되어준 것이 의사 선생님이었기에, 자신도 보답하는 마음으로 아픈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될 결심을 했다.

“전공의 3년 차 때 소아심장 분과를 결정할 당시 경북대학교병원에 새로 오신 흉부외과 교수님이 대혈관전위라는 복잡한 심장병수술을 처음으로 시도했는데 성공한 거예요. 그때 소아중환자 진료에 관심을 가지면서 매진하기 시작한 터라 ‘우리 병원에서도 어려운 수술이 되네?’ 하면서 더 깊이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이제 경북대학교병원에 오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수술도 잘 받고 케어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소아중환자 세부 전문의까지 할 수 있다는 열정이 생겼습니다.”

김여향 교수는 소아심장을 전문 분야로 하면서 수술 잘해서 정말 치료가 다 될 거라 확신했지만 단심실 진단을 받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생각의 전환을 이루었다고 한다. 치료만큼이나 중증질환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아이들은 수술은 받을 수 있지만 장기 예후 차원에서 그리 긍정적이지 못해요. 기대수명도 짧고요. 수술 후 10년 정도가 지나면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이 생기는데, 그런 아이들을 맞닥뜨리면서 들었던 생각이 수술만 해준다고 끝나는 게 아니구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관리를 잘 해줘야겠구나, 이 아이로 인해 가족들이 힘들어지면 우리가 서포트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던 김여향 교수에게 정부가 ‘중증소아 단기입원서비스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는 단비 같은 소식이 찾아왔다.

중증소아 가족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필수적인 사업

중증소아 단기입원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합병증을 예방하고, 24시간 돌봄을 담당하는 보호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국가 시범사업이다. 보호자 없이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서비스 대상은 18세 이하의 소아 중증 환자로, 가정용 인공호흡기, 가정산소, 기도흡인, 비강영양, 장루영양, 가정정맥영양, 자가도뇨 중 1개 이상의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 받을 수 있다. 서비스는 단기입원이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거쳐 개별화된 관리계획을 수립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후 보호자가 동반하지 않는 환경에서 24시간 전담 의료진이 환자를 관리하는 가운데 호흡기·영양·재활 등 환자 상태에 따라 포괄적인 입원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증소아 입원 기간은 1회 최대 7일로, 연간 30일 이용이 가능합니다. 사업을 시작한 2023년부터 2025년 10월까지의 이용 현황을 분석해보니 총이용건수는 323건으로, 환자 78명이 3년간 평균 29.7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되었어요. 대부분의 환자가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어 중증소아 단기입원서비스의 필요성과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3년간 시범사업을 운영하면서 김여향 교수는 이 서비스가 단지 유용한 수준이 아니라 중증소아 가족에게 필수적이며, 무엇보다 보호자의 삶의 질 개선 효과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만성통증이나 질환으로 수년간 병원 진료조차 받지 못하던 부모가 단기입원서비스 기간에 자신의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사례, 오랜 간병으로 우울증이 심해진 보호자가 상담과 치료를 시작한 사례, 형제자매 돌봄이 회복되고 가족 관계가 개선된 사례 등 가정 전체의 기능이 회복된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5살 아들 곁을 단 하루도 떠날 수 없어서 심각한 건강 악화와 가족 기능 저하를 겪던 엄마가 단기입원을 계기로 휴식과 회복을 경험하고 가족 관계도 서서히 회복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는 김여향 교수. 단기입원병동의 명칭인 ‘더쉼’에 담긴 의미처럼 환자와 가족에게 더 많은 쉼을 제공하고,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쉼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중증질환 아이가 바라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

현재 중증소아 단기입원서비스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기관은 칠곡 경북대학교병원과 서울대학교병원 단 두 곳이다. 새로운 기관이 참여하지 않아 병상이 더는 늘지 않고, 이로 인해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이 충분히 이용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정기적으로 이용하기를 원하는 환자의 스케줄 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지역 간 접근성 격차가 심해 서울과 대구 이외 지역의 중증소아 가족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거나 아예 이용할 수 없는 의료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 인력의 높은 소모도도 애로 사항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아이가 인공호흡기 관리, 기도흡인, 비강영양 등 다양한 의료적 요구도를 가지고 있다 보니 입원서비스의 난도가 매우 높습니다. 특히 야간과 주말을 포함해 24시간 전담 의료진을 배치해야 하고, 환자마다 개별화된 집중 케어가 요구되기 때문에 의료 인력의 소모가 상당히 커서 소아중환자 전문인력 확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고난도 돌봄에 필요한 충분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큰 도전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여향 교수는 중증소아 환자와 가족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이들의 치료는 단순히 의학적 기술을 넘어 가족 전체의 삶을 지탱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환자 가족 중심의 의료, 예방적·선제적 의료의 중요성, 형평성 있는 의료 접근성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고 강조한다.

“소아 진료는 아이 한 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를 돌보는 의료여야 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실감합니다. 악화 후 치료보다는 악화 이전의 정기적 관리가 환자와 의료 시스템 모두에 이롭다는 점에서 예방적·선제적 의료 접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낍니다. 무엇보다 경제적·지역적 여건에 관계없이 모든 아이가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형평성 있는 의료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쉼’을 운영하며 작은 지원이 한 가족의 삶을 얼마나 크게 바꿔놓는지 매일 목격한다는 김여향 교수. 앞으로도 아이들과 가족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중증질환을 앓는 아이들도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