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만남

건강하고 따뜻한
지역사회 만들기를 위한 노력

이상권가정의학과의원
이상권 원장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평일 점심시간에도 줄곧 환자들을 만나는 의사가 있다. 바쁜 틈틈이 시간을 쪼개 의료봉사 활동에도 소홀함이 없다. 지역사회 기반의 의료문제, 만성질환 관리, 방문진료를 통한 돌봄에 이르기까지 환자를 포괄적으로 케어할 수 있어서 가정의학과를 선택했고, 지금까지 그 결정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는 이상권 원장을 만났다.

편집실 사진 송인호

지역사회를 위한 의사의 역할

2001년 가정의학과의원을 개원한 이래 국내외에서 의료봉사와 지역사회 돌봄 활동을 지속해온 이상권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이 원장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 통증치료, 방문진료, 왕진, 재택치료, 예방접종, 영양수액치료 등 지역민들을 위한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진료를 추구한다. 2024년도 보건복지부 장기요양재택의료센터사업 전주권역기관으로 선정돼 장기요양대상자들의 재택치료를 위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한 팀을 이루어 방문진료를 하며 대상자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가정의학과의원을 개원하면서부터 방문진료를 했던 걸로 기억하니까 20년도 더 된 이야기네요. 몸이 불편해 병원에 오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집으로 왕진을 와달라고 요청하시면 그냥 찾아뵈었어요. 당시는 방문진료 수가가 별도로 책정되지 않아 진료비를 청구하기가 애매한 시절이었지만, 그렇다고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연령이 높거나 만성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내원은 생각도 못 하시거든요. 그러다가 장기요양제도가 활성화되고, 요양병원이 생기면서 환자들이 입소하면서 방문진료 요청이 줄었죠. 그래도 루게릭병 등 입소가 어려운 질환이나 입소를 원하지 않는 어르신 환자들이 계셔서 지금도 방문진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방문진료를 하면서 많은 환자를 만났지만, 이상권 원장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인연이 한 사람 있다. 오랜 지병으로 누워 지내던 어르신 환자인데 욕창이 심해 정형외과 입원을 권했지만 한사코 이 원장에게 진료를 받겠다고 고집했다고 한다.

“계속 누워만 계시던 어르신인데 에어매트 같은 걸 쓸 줄 몰라 손바닥 크기의 욕창이 꼬리뼈 위쪽으로 생겨 힘들어하셨습니다. 주변에서 정형외과에 입원해 빨리 치료해야 한다는 권유에 ‘가까운 가정의학과 선생님이 잘해주시니 입원하지 않겠다’며 굳이 저에게 진료를 받겠다고 고집하셨습니다. 할 수 없이 한 달 반 동안 매일 방문해 드레싱을 비롯한 적절한 케어를 해드렸고 상태가 크게 호전돼 무척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욕창이 심했던 탓에 이상권 원장은 단 하루도 치료를 멈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욕창 치료와 더불어 영양상태도 세심한 케어를 기울인 덕분에 건강상태가 크게 좋아져 환자가 무척이나 고마워했고, 이 원장 자신도 이렇게까지 좋아질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이상권 원장은 지역사회를 위해 의사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노인 환자를 위해
온 나라가 나설 때

이상권 원장은 매주 목요일 오후와 평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 가정을 찾는다. 진료실로 찾아오는 환자를 보는 것에 비해 방문진료는 더 고되고 번거로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 원장이 본격적으로 방문진료를 하게 된 것은 2019년 전주시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전주시의사회가 참가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전주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3년에는 노인의료-돌봄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주시의사회, 전주시보건소와 협업해 ‘건강-의료 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건의료 분야의 돌봄 안전망을 강화해왔다. 통합돌봄시범사업의 목적은 환자가 의사의 의료 돌봄과 지역사회의 포괄적 돌봄을 받으며 살던 곳에서 요양하며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다. 이상권 원장은 이를 위해서는 통합돌봄지원센터를 설립해 건강·의료 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지역사회 돌봄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전주시는 의사회가 시작부터 참여하는 의료돌봄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동 단위별로 담당 의사들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건강의료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진료를 하면 환자의 생활패턴이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점, 질병과의 관계성 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의식주, 가족관계, 이웃과의 관계,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은 많은 약도 파악할 수 있어 복약 상태도 점검이 가능합니다.”

어르신들을 돌봄에 있어 요양보호사나 가족 친지들을 비롯해 지역사회의 여러 자원이 함께 참여해 돌보는 여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상권 원장의 말을 듣고 보니 한 아이를 위해 온 마을이 나서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한 사람의 노인 환자를 위해 온 나라가 나설 때라는 말을 실감한다.

대를 이어 내려오는 봉사 DNA

이상권 원장은 방문진료에 쏟아부은 세월만큼이나 봉사활동도 긴시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2005년부터 전주시의사회 사랑나눔회 활동을 하면서 의사 회원들과 이웃사랑을 실천했고, 2016년 사단법인 이웃사랑의사회로 법인 전환 후 초대 회장을 맡아 일대일 주치의 후원사업, 해외의료봉사, 청소년 장학금 전달, 소외계층명절상차림 후원, 취약계층 치료비 지원, 이주여성 지원, 연탄은행, 척추장애인단체 후원 등 지역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힘을 보탰다. 이 밖에도 필리핀, 대만, 캄보디아, 네팔, 미얀마 등 해외 곳곳의 의료사각지대를 찾아다니며 의술이 필요한 곳에 인술을 심고 있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과 봉사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전쟁 후 태어난 불우청소년과 교육 기회를 잃은 만학도를 가르치는 고등공민학교 설립자이자 교사였던 아버지를 보고 자라 저 또한 사회에 기여하고 이웃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이런 일을 본격적으로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의사가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의대에 진학해 자신에게 맞는 과를 고민하다가 가장 중요한 일차의료의 중심이자 환자들을 포괄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가정의학과를 선택했다.

“일차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무척 중요합니다. 급성 혹은 만성 환자들이 처음 만난 의사에게서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고, 또 그 의사를 통해 좀 더 전문적이고 더 많은 치료가 필요한 영역으로 연결되면 분명 그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일차의료기관에서 세심하게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상급 병원에 잘 연결해주면 지역의료 문제들도 나은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환자 상태가 좋아지고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면 그게 제일 큰 보람이라는 이상권 원장은 돌보던 어르신들이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보호자들이 전하며, 마지막 생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줄 때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의사의 보살핌이 필요한 곳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온기가 필요한 곳에는 그에 맞는 도움을 전하는 이상권 원장의 쉼 없는 행보를 응원한다.

미얀마 의료봉사센터 어린이 건강검진

캄보디아 전북의료봉사(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