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천동 시간풍경골목길은 도시의 속도를 잠시 잊게 만드는, 조용한 숨구멍 같은 곳이다. 오래된 벽돌사이로 스미는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세월의 냄새, 느릿하게 흐르는 일상의 결이 이 길 위에 촘촘히 쌓여있다.
글 편집실 사진 윤선우
대구 이천동은 미군부대가 장기 주둔하며 일대가 소외되고 낙후되었으나 2014년부터 ‘2000배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과 ‘시간 풍경이 흐르는 배나무샘골’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골목길이 조성됐다.
골목 한편에 늘어선 작은 창문들은 이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품고 있다. 커튼 사이로 흘러나오던 웃음소리, 계절마다 다른 색을 반사하던 유리창의 반짝임, 그 앞을 스쳐 지나간 삶의 조각들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풍경을 만든다. 창문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하루에 잠시 초대된 듯한 기분이 든다.
골목 끝에서 만나는 바람은 이곳만의 고유한 속도를 품고 있다. 느리지만 깊게,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길 위를 스친다. 바람에 실려온 꽃냄새, 아련한 기억 같은 흙냄새가 골목길의 정취를 한층 더 깊게 만든다. 골목 끝에 서면, 바람이 ‘조금만 더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고 나지막이 속삭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