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누구나 추위를 탄다. 하지만 유난히 다른 사람들보다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하고, 여름에도 추워서 긴팔을 입으며, 이유없이 피곤하고 의욕이 없는 증상이 계속된다면 단순히 체질 때문이 아닐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신호일 수 있다.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무균조제실 약사
갑상선은 목 앞쪽에 있는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으로,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낸다. 갑상선에서는 주로 티록신(thyroxine, T4)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몸의 다른 부분으로 이동해서 더 활성이 높은 호르몬인 T3로 바뀐다. T3는 복용 후 체내에서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몸속 갑상선호르몬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T4를 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T3를 보충하기 위한 약물인 리오티로닌(Liothyronine)은 T4가 T3로 잘 전환되지 않는 등, T4보다는 제한된 상황에서 쓰인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이러한 갑상선호르몬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정상보다 낮은 상태를 말한다. 갑상선호르몬은 열과 에너지 생성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호르몬이 부족하면 온몸의 대사 속도가 떨어지고 신체 곳곳의 기능이 저하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흔한 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며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이 있어도 나이 탓으로 여기거나 원래 그런 체질이라고 생각하며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기초대사량이 감소하여 몹시 피로를 느끼며, 추위를 잘 타 심하면 한여름에도 내복을 입어야 할 정도가 된다. 땀이 잘 나지 않아서 피부는 매우 건조하고 거칠며, 얼굴이 창백하거나 누렇게 변하기도 한다. 의욕이 없고 정신을 집중하기 어려우며 기억력이 감퇴한다. 식욕이 없어 잘 먹지 않는데도 몸이 부어 체중이 증가한다. 쉰 목소리가 날 수 있고, 심장 맥박이 느려지며 소화가 잘되지 않아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여성에서는 흔히 월경량이 늘어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자가면역질환인 하시모토병이다. 이는 자가항체가 만들어지고 그로 인해 갑상선 세포들이 서서히 파괴되는 만성염증 질환이다. 이 외에도 갑상선 수술이나 방사성요오드치료,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갑상선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며, 검사 결과 갑상선호르몬은 감소해 있고 그 부족한 양을 채우기 위한 작용으로 갑상선자극호르몬(Thyroid Stimulating Hormone, TSH)은 증가되어 있다.
갑상선호르몬 보충으로 치료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치료는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을 보충해주는 것이다. 레보티록신(levothyroxine)은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티록신을 인공적으로 만든 합성 티록신이다. 이는 원래 갑상선이 만드는 호르몬과 같은 작용을 하며, 병원에서 몸에 있는 갑상선 호르몬의 양을 측정한 후 정상 수치에서 부족한 만큼을 약 형태로 섭취해 채우는 것이다. 이는 원래 몸에서 나와야 하는 호르몬이 충분하지 못해 보충해주는 것으로, 음식만으로는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 힘드니 영양제를 먹는 것과 비슷하다. 치료 시작 후 2개월 정도의 간격으로 혈액검사를 해서 투여량을 조절하며, 필요량이 결정되면 1년에 한 번 정도 혈액검사를 시행한다.
갑상선을 수술로 제거했거나 방사성요오드치료로 갑상선이 파괴된 경우에는 평생 동안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일시적 갑상선기능저하증인 경우에는 단기간 복용 후 중단할 수 있다. 만성 갑상선염 경우에도 1년 정도 복용 후 중단을 시도해볼 수 있다. 임의로 약 복용을 중지하거나 지속하면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유지되지 못하므로, 최소한 1년에 한 번 갑상선기능검사를 받아 용량이 적절한지 확인해야 한다.
다른 약 복용 시 주의할 점
갑상선호르몬제를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철분이 주성분인 빈혈치료제, 칼슘 등은 갑상선호르몬의 흡수를 저해할 수 있으니 갑상선호르몬을 복용하고 2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항경련제와 같이 사용하면 갑상선호르몬제가 몸속에서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갑상선호르몬제 용량을 늘려야 한다. 먹는 피임약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갑상선호르몬제 용량을 늘려야 할 수 있다.
임신 중 갑상선기능저하 치료도 갑상선호르몬제를 이용하며 이 약은 임신 중에 복용해도 되는 안전한 약이다. 갑상선호르몬은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출산까지 임신 전 과정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신 중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태아의 신경인지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조산, 저체중아 출산 등 여러 위험과 관련이 있다.
또한 임신 1기에 태아의 뇌, 심장, 갑상선 등 중요 기관의 형성과 발달이 일어나므로 임부에게는 갑상선호르몬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를 위해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던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과반수는 갑상선호르몬제 용량을 늘려야 한다. 임신 중에 약을 먹으면 태아에게 해롭겠지 하는 판단으로 복용을 중지하지 말고 반드시 담당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출산 후에는 산후 갑상선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출산 후 3~6개월 사이에 증상이 생기지 않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갑상선기능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갑상선기능검사로 관리
갑상선호르몬제는 하루에 한 번 아침 식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식후에는 음식물의 영향을 받아 완전히 흡수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약을 먹고, 그 후 씻는 등 일과를 시작하다 30분~1시간 후에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힘들다면,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방법으로 복용하면 호르몬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제는 체내에서 약 기운이 오래 유지되므로 복용하는 것을 잊어도 바로 갑상선호르몬 양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약 복용을 잊었다는 것을 알게 된 즉시 복용하는 것이 좋으며, 전날 약을 먹지 않았다고 해서 한 번에 이틀 치 약을 먹어서는 안 된다.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 중에는 정해진 용량의 갑상선호르몬제를 제대로 잘 복용하는 것 이외에는 주의사항이 거의 없다. 단, 특별한 불편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갑상선기능검사를 받아 적정한 양을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무균조제실을 담당하고 있는 약사. 병원 약사의 생활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병원약사회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