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은 보통 하루에 100개 정도 빠지고 나며 그 수가 유지되는데,
새로 나는 것보다 빠지는 수가 많으면 탈모라고 한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몇 년간 탈모로 병원을 찾는 젊은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탈모에 대해 높아진 관심만큼 정보와 관련 제품이 넘쳐나지만 이 중에는 잘못된 정보,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호르몬이나 면역반응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
탈모는 크게 남성형탈모증과 여성형탈모증, 원형탈모증으로 나뉜다. 남성형탈모증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발생하며 안드로겐성 탈모증이라고도 한다.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생긴다고 해서 여성에게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여성에겐 남성호르몬을 억제할 수 있는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호르몬 균형이 깨지거나 중년기 이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이 증가하여 남성형탈모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여성형탈모증은 남성형과 달리 머리카락이 난 모양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고 머리카락의 굵기나 밀도가 전체적으로 감소한다.
원형탈모증은 면역반응으로 인해 발생한다. 머리카락을 내 몸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외부 물질이 침입했다고 여기고 공격하여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형탈모증은 면역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 등을 사용해 치료한다. 그 외 심한 스트레스, 약물 부작용, 동반 질환, 영양결핍에 의해서도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탈모는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호전될 수 있는데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바로 약물치료다. 증상이 점점 진행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탈모가 의심된다면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탈모 원인을 억제하는 남성호르몬 억제제, 두피 혈관을 확장해 머리카락이 나게 도와주는 두피혈관확장제를 주로 사용한다.
소아·여성은 만지면 안 돼요!
부작용 반드시 확인
치료나 예방에 효과가 있는 제품은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아 관리되고 있다. 제품마다 주의 사항이 다르므로 미리 확인하여 반드시 지켜 사용하고, 특히 명확하지 않은 정보를 임의로 해석해서 의료진과 논의 없이 치료를 중단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남성형탈모증의 원인물질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이라는 남성호르몬이다. 이 물질이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낭을 축소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빠지게 된다. 남성호르몬 억제제를 사용하면 이 물질의 생성을 억제해 탈모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 알파트라디올(alfatradiol)이 있고, 이뇨제로 주로 쓰이는 스피로노락톤(spironolactone)도 약효가 나타나는 방식이 비슷해서 보조적으로 쓰기도 한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대표적인 약은 프로페시아,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대표적인 약은 아보다트 등이다. 두 약 모두 식사와 상관없이 하루에 1번 복용하며, 3개월 이상 복용해야 치료 효과를 느낄 수 있다. 3~6개월 이상 한 가지 약물을 복용했는데 효과가 미미하다면 다른 종류의 약물로 바꿔볼 수 있다. 복용을 중단하면 약 12개월에 걸쳐 서서히 약물 복용 전으로 되돌아간다.
적정 용량을 복용하기 위해 약을 잘라야 할 때는 약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자른 후 뒷정리도 꼼꼼히 해야 한다. 미량이라도 소아와 여성은 피나스테리드에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부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깨진 피나스테리드를 만지거나 피나스테리드를 자르는 과정에서 날린 가루를 마시면 안된다. 남자아이를 임신했을 때 피나스테리드에 노출되면 태아의 외부생식기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두타스테리드는 캡슐제인데, 캡슐을 잘라 내용물을 삼키면 점막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캡슐째로 복용해야 한다. 또 탈모약 복용 중 헌혈을 하면 혈액이 임신부에게 수혈될 수 있으므로, 약을 복용하는 기간과 복용 후 4주까지는 헌혈하지 말아야 한다.
평소 간질환이 있거나, 소변을 누는 데 문제가 있다면 전문가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복용 중 사정 장애 등 성기능 관련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가슴에 혹이나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전립선암 검사를 위해 혈액검사를 받을 때 남성호르몬 억제제 복용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복용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한다.
성별에 따라 사용량을 달리하는
두피혈관확장제
혈액순환을 도와 두피에 영양을 공급하는 두피혈관확장제에는 미녹시딜(minoxidil)이 있다. 이 성분은 먹는 약으로도, 바르는 약으로도 나온다. 먹는 약은 고혈압 치료제로 승인되었는데, 고혈압 치료 용량보다 훨씬 적은 용량을 탈모 치료에 쓰기도 한다. 그러므로 원래 정상 혈압이 아니거나 울혈성 심부전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다면, 병원에 꼭 문의해야 한다. 바르는 약은 안드로겐성탈모증 치료에 쓰이며 2%·3%·5% 농도의 액, 겔, 폼 에어로졸이 있다. 여성은 5% 액이나 겔을 사용하면 팔다리 등에도 털이 나는 다모증빈도가 높아 2%나 3% 제품만 사용하도록 승인되어 있다. 폼 에어로졸은 5%도 사용할 수 있지만, 남성 사용량의 반만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모발과 두피를 완전히 말린 후, 0.5~1ml를 하루에 2회 두피에 바른다. 성별과 약 농도에 따라 사용량이 다르니 주의해야 한다. 약이 두피에만 묻도록 주의해서 바르고 사용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두피 근처 공기가 순환하면 효과가 낮아질 수 있으니 드라이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뒤이어 헤어스타일링제를 사용한다면 약액이 모두 마른 후 발라야 한다. 최소 4개월 이상 사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며, 중단하면 몇 달 후 효과가 사라진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무균조제실을 담당하고 있는 약사. 병원 약사의 생활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병원약사회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