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心) 약국

감기,
종합감기약만으로 괜찮을까?

감기는 2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계 감염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수많은 바이러스 감염 증상이 공통적으로 ‘코막힘, 콧물, 인후통, 기침, 발열, 근육통’ 등일 때 ‘감기’라는 한 단어로 통칭한다.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 종합감기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종합감기약 복용 시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종합감기약에는 콧물과 재채기를 가라앉히는 항히스타민제뿐 아니라, 열과 통증을 낮추는 해열진통제, 기침을 멎게 하는 진해제, 코막힘을 가라앉히는 비충혈제거제 등 다양한 약 성분이 들어 있다.

콧물과 재채기를 가라앉히는 항히스타민제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약’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콧물과 재채기를 가라앉힌다. 작용하는 정도에 따라 여러 세대로 나뉘는데, 1세대 항히스타민제에는 클로르페니라민(chlorpheniramine), 트리프롤리딘(triprolidine),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이 있고, 2세대에는 세티리진(cetirizine), 로라타딘(loratadine), 3세대에는 펙소페나딘(fexofenadine)이 있다. 세대가 더해질수록 복용 횟수나 부작용 면에서 불편한 점이 줄었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서 하루에 3~4회 복용해야 하며 졸리거나 기억력이 저하되는 등 부작용이 있다. ‘감기약을 먹으면 졸리다’는 말이 바로 이 1세대 항히스타민제 때문에 나왔다. 2, 3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졸음 등 부작용이 매우 드물며, 약효 지속 시간이 길어서 하루에 1~2회만 복용해도 된다.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안압이 오를 수 있어 녹내장 환자는 피해야 한다. 또한 전립선비대처럼 하부요로에 폐색성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요도가 막혀 소변을 볼 수 없는 요폐가 일어날 수 있다. 60대 남성의 과반수, 70대 이상의 남성 대부분에서 전립선비대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특히 중장년 남성들은 주의해야 한다. 신부전 환자는 복용량을 줄여야 하거나 아예 투여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복용 전에 꼭 확인해봐야 한다.

해열진통제와 진해제 성분도 확인

해열진통제에는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파라세타몰(paracetamol), 이부프로펜(ibuprofen) 등이 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파라세타몰은 같은 성분이다. 용법과 용량을 잘 지키면 임산부에게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이다. 성인은 하루에 4,000mg까지만 복용 가능하며 그 이상 복용 시 간독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12세 미만은 체중별로 권장량이 달라진다.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는 ‘소염진통제’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신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평소 신장기능이 좋지 않은 분들은 꼭 소염진통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 있는 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기침수용체나 기침중추를 억제해 기침을 가라앉히는 진해제에는 덱스트로메토르판(dextromethorphan), 노스카핀(noscapine), 클로페라스틴(cloperastine), 티페피딘(tipepidine)이 있다. 항우울제, 항정신병제, 항파킨슨제로 쓰이는 약 중 모노아민 산화효소(MAO)억제제를 복용 중이거나, 복용을 중단한 지 14일 이내인 사람이 덱스트로메트로판을 복용하면 모노아민 산화효소 억제제 부작용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비충혈제거제는 부푼 혈관들을 수축시켜 코막힘을 완화한다. 하지만 코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혈관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릴 수 있다. 일반의약품인 종합감기약 안에는 비충혈제거제가 많이 들어있지는 않으므로, 혈압이 잘 조절되며 종합감기약을 짧게 복용할거라면 평소보다 자주 혈압을 측정하며 조심스럽게 사용해볼 수 있다. 고혈압이나 녹내장 등이 있는 사람이 비충혈제거제가 필요하다면 코에만 뿌리는 분무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온몸으로 흡수되는 먹는 약보다는 분무제를 사용했을 때 혈압이 오르는 부작용이 적고 약효가 빨리 나타나기 때문이다.

10일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병원으로

종합감기약은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며 여러 가지 약 성분이 조금씩 들어 있다. 일반의약품은 병원 진료를 받지 않고도 구입할 수 있고, 안전하고 효과는 있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은 낮은 약만 일반의약품으로 허가하므로 권장 용법, 용량에 맞춰 사용한다면 안전하다.

그러나 감기의 여러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약을 함께 사용하다가, 같거나 비슷한 성분을 최대 권장량이 넘게 복용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한 시기에 한 가지 약만 사용한다면 겹치는 성분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되어 간편하다. 그리고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등 기타 다른 증상이 있다면 관련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호흡기 점막은 말라 있으면 감염에 더 취약해지니 평상시보다 물을 많이 마시고 생활공간의 습도를 높이면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감기 증상이 10일 이상 지나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독감 등 다른 질병일 수 있으니 더는 일반의약품에 의존하지 말고 진료를 받자.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무균조제실을 담당하고 있는 약사. 병원 약사의 생활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병원약사회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