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상비약

집중력을 높이고
공부를 잘하게 하는 약,
정말 있을까?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기가 되면 수험생이 있는 가정은 이래저래 분주하다. 일 년에 딱 하루 있는 시험이고 그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후회 없이 치를 수 있도록 각자 최선을 다한다. 혹여나 아파서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봐 각종 영양제를 챙기거나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약 등을 처방받기도 한다. 과연 그 효과는 어떨까?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2023년 초 모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수를 나눠준 사건이 있었다. 신원도 불분명한 사람이 주는 음료수를 학생 십수명이 덜컥 받아 마신 건, 음료 병에 적힌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라는 문구 때문이었을 것이다. 건강보조식품만 해도 ‘수험생을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괜히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학생들은 공부하면서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를 흔히 마시고, 심지어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치료제를 ‘공부 잘하게 하는 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 성분 모두 안전하지는 않다.

청소년, 카페인 과다 섭취 주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카페인 과다 섭취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하루 최대 섭취 권고량을 성인은 400mg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은 체중 1kg당 2.5mg 이하로 설정했다. 체중이 60kg인 청소년이라면 부작용 우려 없이 섭취 가능한 카페인은 하루에 150mg까지라는 의미이다. 커피 전문점 커피 400ml의 평균 카페인 함량이 132mg, 에너지 음료 250ml의 평균 카페인 함량이 80.2mg이므로, 하루 커피 한 잔 혹은 에너지 음료 두 잔이 최대 섭취 권고량임을 명심하자.

카페인은 커피나 에너지 음료 외에 탄산음료와 녹차, 초콜릿에도 들어 있다. 카페인 섭취 시 신체 반응은 사람마다 달라서, 집중력이 높아지고 활력이 생기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도 있으나,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심장박동수가 증가해 혈압이 높아질 수 있고, 뇌를 각성해 불면증·신경과민·불안을 유발하기도 한다. 위산분비를 촉진해 위궤양과 같은 위장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철분과 칼슘 흡수를 방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은 특히 청소년 건강에 치명적이며, 빈혈과 성장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카페인 함량이 1ml당 0.15mg 이상인 경우, 즉 체중 60kg 청소년이 100ml만 마셔도 하루 최대 섭취 권고량을 넘는 음료는 고카페인 음료로 분류된다. 이러한 음료에는 ‘고카페인 함유’, ‘총카페인 함량 OOOmg’, ‘어린이, 임산부, 카페인 민감자는 섭취에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주의 문구가 표기되어 있다.

집중력 높이는 약? 공부 잘하게 하는 약?

ADHD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 중 하나인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는 ‘집중력 높이는 약’, ‘공부 잘하게 하는 약’으로도 불린다. ADHD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체내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약물을 ADHD 치료제로 사용하게 된다. ADHD 환자는 이 약물을 복용하면 부족했던 도파민이 적정한 농도로 올라가며 집중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도파민의 양이 정상인 청소년에게 ADHD 치료제를 투여하면 도파민이 지나치게 많아진다. 그러면 뇌가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겪기 힘든 아주 강한 자극을 느끼게 되고, 이 때문에 ADHD 치료제에 중독될 수 있다. 당뇨 환자가 인슐린을 투여하면 혈당이 정상 수치로 떨어지지만, 혈당이 정상인 사람에게 투여하면 혈당이 낮아져 오히려 위험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ADHD로 진단받지 않은 아이에게 ADHD 치료제를 투여하면 도파민 분비량을 늘려 약에 중독되게 할 뿐, 집중력을 높여주지는 못한다. 여러 연구 결과를 살펴보아도 ADHD 환자가 아닌 자에게 학습능력 증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검증된 바가 없다. 익숙한 과제를 수행할 때는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지며, 충동성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면에 부작용과 중독의 위험은 명백하다.

향정신성의약품인 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마약류 중 하나이다. ‘마약류’는 ‘마약’과 혼용하기도 하는데,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를 모두 포함하는 용어이다.

마약류를 투여하면 뇌에서 많은 도파민이 분비된다. 마약 투여 시 분비되는 도파민은 일상생활에서 분비되는 도파민보다 양이 훨씬많기 때문에, 마약을 한번 투여하고 나면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 평범한 자극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게 된다. 문제는 ‘마약류’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약에도 들어 있는데, 이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의 성적 향상을 위해 사용하는 약이 마약류라는 사실은 그 위험도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약류의 부작용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ADHD 치료제를 사용해야 하는 ADHD 환자들에게 조심스럽게 투여해도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사용 대상이 아닌 사람들에게 투여하면 부작용 발생 위험이 더 커진다. 특히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메틸페니데이트를 투여하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용 마약류라 해서 안전한 것이 절대 아니다. 의료 목적으로 투여하기 시작한 마약류를 잘못 사용하다 마약중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떤 약이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해야 약이지,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무균조제실을 담당하고 있는 약사. 병원 약사의 생활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병원약사회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