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심한 날 오래 활동하고 나면 피부가 빨개지고, 껍질이 벗겨지기도 한다. 또 뜨거운 불이나 액체 등에 의해 다치기도 한다. 화상은 이처럼 열에 의해 피부 조직이 손상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화상을 입으면 세포 단백질이 변성되고 감염에 취약해지므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화상은 손상된 조직 범위에 따라 1도에서 3도로 구분한다. 피부 중 가장 바깥에 위치하는 표피가 손상되었으면 1도 화상, 그 아래 진피까지 손상되었을 때는 2도 화상, 그 밑의 피하지방까지 손상되었다면 3도 화상이라고 한다.
감염에 주의하고 건조하지 않게 관리
화상을 입은 피부는 열에 의해 탈수된 상태로, 피부 재생이 잘되게 하려면 건조하지 않아야 한다. 상처 부위가 건조하면 수분이 증발해 딱지가 생성되고, 딱지 아래에 모인 세포들이 혈구를 가두면서 회복이 느려지고 쉽게 흉터가 생기기 때문이다. 화상 연고는 감염성과 비감염성으로 나뉘는데, 화상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연고가 달라진다. 감염성은 물집이 생긴 부위에 일어날 수 있는 2차 감염을 막아주고, 비감염성은 1도~경증 2도 화상 치료에 쓰이며 대부분 일반의약품이다.
1도 화상은 감염 위험이 크지 않으므로 진정, 항염증, 피부 재생, 보습 등의 효과가 있는 연고를 사용할 수 있다. 캐모마일에서 추출한 성분인 구아이아줄렌(guaiazulene)이 든 연고는 소염·진통·진정 효과와 조직을 재생하는 작용으로 흉터가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통증이 있는 경우 효과가 좋지만 따끔따끔한 느낌 등 피부 자극이 있을 수 있다. 덱스판테놀(dexpanthenol) 성분 연고는 피부를 재생하는 성분을 만들어내도록 돕는데, 물집이 잡힌 피부에는 쓰지 않는다.
화상으로 물집이 생긴 경우에는 2차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 연고가 쓰인다. 화상 치료에는 보통 일반 상처에 사용하는 연고보다 더 다양한 균을 막을 수 있는 연고를 사용한다. 술파다이아진(sulfadiazine) 성분 크림은 2~3도 화상 등 중증 화상 치료에 쓰인다. 크림을 하루에 한 번 멸균장갑 등을 이용해 상처 부위를 충분한 두께로 덮을 만큼 직접 바르거나, 거즈 따위에 충분히 발라 상처 부위에 붙이고 붕대를 감는다. 이튿날부터는 전날 바른 크림을 깨끗한 거즈 등으로 닦아내거나 온수로 씻어낸 후 새 크림을 발라준다. 생후 2개월 이내 신생아, 미숙아나 임신 말기 임부, 수유부에게는 쓰지 않는다. 타이로트리신(tyrothricin) 성분 겔은 겔 형태라 연고보다 끈적임이 덜하며, 감염된 1~2도 화상에 쓰인다.
여러 가지 성분이 포함된 항생제 연고도 있다. 바시트라신(bacitracin), 네오마이신(neomycin), 폴리믹신B(polymyxinB)라는 세 가지 항생제가 든 연고는, 세균뿐 아니라 진균까지 넓게 작용하며 1~2도 감염성 화상에서 감염을 막기 위해 쓰인다. 부작용 중 신장 장애, 난청이 있으니 장기간 사용은 피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성분에 국소마취 작용이 있는 프라목신(pramoxine) 성분이 추가되어 통증과 간지러움을 완화할 수 있는 연고도 있다.
항생제 연고를 광범위한 부위에 장기적으로 사용하거나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내성이 생길 수 있으니, 5일 이상 사용해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연고·크림의 유효기간은 개봉 후 6개월
연고나 크림은 1개 용기 안의 모든 양을 한 번에 다 쓸 수 없기 때문에, 땀 등으로 인한 변질을 막기 위해 면봉 등 깨끗한 도구로 덜어내야 한다. 상처 부위를 깨끗하게 하고 물기를 가볍게 닦아낸 후 바르고, 맨손으로 연고를 발랐다면 손에 묻은 연고가 다른 부위에 묻지 않도록 도포가 끝난 후 손을 잘 씻어야 한다. 점막으로는 약이 훨씬 많이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얼굴이나 엉덩이 등 점막 근처 부위에 바를 때는 연고가 점막에 닿지 않도록 조심한다. 특히 눈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연고를 바른 후 기온이 높은 곳에 있거나 운동을 하면 말초 혈관이 확장되어 흡수량이 많아지면서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유효기간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케이스에 적힌 유효기간은 개봉 전 포장상태 그대로 보관했을 때 약효가 유지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개봉하는 순간 유효기간은 새로 정해진다. 적절한 보관조건을 갖췄을 때 연고나 크림은 개봉 후 6개월 동안 약효가 보장된다. 냉장고에 보관하라고 언급되지 않은 대부분의 약은 햇빛이 들지 않는 상온이나 실온에 보관하면 된다.
빨리 나으라고 연고를 바르고 습윤밴드를 붙인 후 매일 교환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습윤밴드는 가벼운 찰과상에 사용하는 제품이므로, 화상이나 물집이 생겼을 때, 깊거나 감염된 상처에는 사용을 피해야 한다. 습윤밴드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진물이 연고 역할을 대신할 수 있도록, 진물이 유지되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밴드는 상처에서 나오는 진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안쪽에 거즈가 붙어 있어서, 화상 부위에 연고를 바르고 일반밴드는 붙여도 된다.
화상 상처 부위에는 흔히 가려움증이 생기는데 보습제를 바르거나 헐렁하고 부드러운 면 소재 옷을 입으면 도움이 된다. 화상 후 피부에 색소침착도 발생할 수 있으니, 원래의 피부색이 돌아올 때까지 6개월~1년 정도는 선크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무균조제실을 담당하고 있는 약사. 병원 약사의 생활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병원약사회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