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40만 명에 이르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소아암 진단을 받는다.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에서의 암 발생률은 소아 인구 백만 명당 약 100~200명으로 추정된다. 소아암의 주요 유형으로는 백혈병, 뇌종양, 림프종 등이 있으며, 신경모세포종, 윌름스종양(신장암), 골육종, 유잉육종과 같은 골 및 연부조직 육종도 포함된다.
글 박준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소아암의 종류와 빈도는 아동의 연령에 따라 다르며, 0~4세에는 신경모세포종과 윌름스종양이 많이 발생하고, 10세 미만에서는 백혈병, 뇌종양, 악성림프종이 주로 나타난다. 특히 2~5세에는 소아에서 가장 흔한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이 발생한다. 10세 이상에서는 주로 청소년기에 유잉육종, 골육종, 호지킨림프종, 갑상선암이 많이 발생한다.
발달 과정과 유전적 요인이 큰 원인
소아암은 성인 암과 달리 환경적 요인이나 생활습관보다는 발달 과정과 유전적 요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아암은 특정 유전적 상태나 면역결핍증후군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진단 시 부모, 형제자매, 사촌 등 가족력을 자세히 파악하고, 사망한 가족 구성원의 연령, 사망원인, 선천성기형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가족력이나 유전적 요인이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기 위해 소아암을 진단할 때 환자의 암유전학적 검사를 시행한다.
소아암은 징후와 증상이 매우 비특이적이며, 감기나 성장통처럼 흔히 발생하는 다른 소아 질환과 유사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다. 또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단계에서 암을 의심하기 어렵다. 실제로 증상 발현부터 진단까지 걸리는 평균 소요 시간은 암 유형에 따라 매우 가변적이다. 예를 들어, 뇌종양은 8주에서 20주 이상, 뼈 종양은 8~15주, 급성백혈병은 3~5주가 소요될 수 있다. 소아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의 경우, 2~3주 동안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다니다가 결국 피검사에서 백혈병 세포가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소아암의 주요 경고 징후
소아암 증례의 최소 85%는 몇 가지 주요 경고 징후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징후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거나 지속될 경우 즉시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주요 경고 징후는 다음과 같다.
• 설명되지 않는 창백함 및 에너지 손실
• 새롭게 만져지는 덩어리, 종괴 또는 부기
• 쉽게 멍이 들거나 출혈(잇몸출혈, 코피 등)
• 최근 설명되지 않는 체중감소
• 설명되지 않는 발열 또는 지속적인 전신 증상(식은땀, 피로 등)
• 지속적이거나 장기적인 신체 한 부위의 통증(특히 뼈 통증)
• 절뚝거림
• 잦은 두통. 특히 아침에 발생하고 구토를 동반하는 경우 뇌 (종양 의심)
• 갑작스러운 눈 또는 시력 변화
소아암의 징후는 흔한 질환과 유사해 단일 소견만으로는 암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소견이 조합될 경우, 예를 들어 체중감소 + 뼈 통증 + 림프절병증의 조합이나 쉽게 멍이 드는 증상 + 비정상적인 혈구 수치 + 간비장비대의 조합은 악성종양에 대한 평가를 필요로 한다. 즉각적인 평가가 필요한 소견으로는 복부 또는 종격동 종괴, 아침에 구토를 동반한 두통, 혈액검사상의 미성숙 세포 출현과 같은 특정 소견이 있으며, 이때는 즉각 소아암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소아암에서 흔히 발견되는 전신 증상으로는 발열, 체중감소, 피로 등이 있으며, 이러한 비특이적인 증상은 암을 앓는 아동에게 흔히 나타나는 징후다. 다른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면 소아암도 의심해야 하며,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성인의 암과 다른 소아암
소아암은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암이다. 소아암과 성인 암은 발생 원인,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 치료 방식, 장기적인 예후까지 모든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별개의 질병으로 이해해야 한다.
성인 암은 폐암, 유방암과 같은 상피성 암종이 대부분이며, 흡연, 식습관 등 수십 년간 누적된 생활습관 요인이 주요 원인이다. 반면, 소아암은 백혈병, 뇌종양 등 발달 관련 종양이 주를 이루며, 유전적 소인이나 발달 경로 이상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분자 수준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성인 암은 수많은 돌연변이를 가진 높은 체세포 돌연변이 부담(TMB)을 보이며 복잡하지만, 소아암은 TMB가 낮고 특정 유전자 재배열과 같은 단 하나의 강력한 구동사건에 의해 발생한다. 이는 소아암이 주로 발달 및 후성유전 인자와 관련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치료 전략도 달라야 하는 소아암
소아암은 치료 전략도 성인 암과 완전히 다르다. 소아암은 항암제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 ‘완치’를 목표로 강도 높은 프로토콜을 사용하며, 80% 이상의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 그러나 치료가 성장기에 이루어진다는 특성 때문에 심장 독성, 이차암 등 심각한 만성후유증 위험이 높아 치료 후에도 생존자 관리가 필수적이다. 반면 성인 암은 종양 내성 때문에 ‘생존 기간 연장과 삶의 질’ 유지를 중시하는 치료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두 암을 별개의 질환으로 이해하고 각 연령에 맞는 맞춤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지난 수십 년간 치료법이 발전해 전체 소아암의 5년 생존율은 약 80~85%로 크게 향상되었다. 소아암은 1차 진료 의사의 높은 소아암 가능성 의심 수준과 소아 종양 전문의에게 조기에 의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설명할 수 없는 감기 증상 같은 복합 증상이 있을 경우, 가까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박준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이자 현재, 고려대학교 소아청소년과 주임교수 및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이다. 고려대학교 의학부 학사, 울산대학교 의학전공 박사이며, 소아혈액종양 세부전문의이다. 대한소아뇌종양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2019. 7.~2020. 9.), 2016년 국가 암 관리 사업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