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는 신체와 정신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 등 이른바 신종 담배와 낮은 도수의 알코올 함유 음료가 급격히 퍼지면서 청소년들의 정신·신체 건강과 발달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신종 담배나 저(低)도수 주류는 단순히 기존 제품의 유해성을 낮춘 건강한 대체품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청소년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는 듯한 여러 특징을 갖추고 있다.
글 백유진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신종 담배나 저도수 알코올 주류는 접근성이 매우 높다. 편법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등 비공식 유통망을 통해서도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SNS와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화려한 영상과 이미지로 전자담배나 알코올 사용을 ‘멋진 일상’이나 ‘트렌디한 문화’로 포장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런 디지털 홍보는 담배나 주류 제품의 위험성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동년배들끼리 플레이하는 하나의 놀이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신종 담배는 디자인과 향으로 청소년을 노린다. 깔끔하고 세련된 기기 디자인은 패션 아이템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양한 과일 향과 디저트 향은 담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며 오히려 호기심을 부추긴다. 냄새가 적고 은밀하게 사용할 수 있어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들킬 가능성이 적다는 특성도 청소년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신종 담배는 청소년들이 기존 담배보다 훨씬 쉽게 흡연과 니코틴중독에 빠져들도록 설계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신종 담배가 니코틴 의존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표준화된 일반 궐련담배보다 더 높은 농도의 니코틴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무(無)니코틴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니코틴과 유사하거나 더 강력할 수 있는 니코틴 유도체를 함유한 제품도 있다.
규제 없는 무차별적 술 광고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술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광고가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한 주류 광고,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저도수 주류 홍보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무차별적 규제 무방비의 환경이 아직 가치관과 자기조절력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알코올음료를 성인이 되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제품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은 청소년 보호를 위한 주류 광고 규제가 서구 선진국에 비해 대단히 미흡하다. 온라인 플랫폼과 야간 시간대 광고를 통해 청소년은 주류 광고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인기 연예인의 이미지와 결합된 술은 ‘세련되고 멋진 어른의 상징’처럼 포장된다. 게다가 알코올 도수를 낮춘 제품이 ‘마치 음료수처럼’ 홍보되면서 청소년의 경계심을 더욱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청소년에게 ‘한 잔쯤은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실제 음주 시작 연령을 앞당기는 결과를 낳는다. 연구에 따르면 음주 시작이 빠를수록 성인이 된 이후 문제 음주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보고되고 있다.
뇌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
니코틴이나 알코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청소년기의 뇌 발달에 직접적인 해를 끼친다. 소위 행동심리학의 학습이론에서 말하는 도파민 보상회로를 과도하게 자극해 중독을 빠르게 심화하고, 판단력과 충동 억제를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성숙을 방해한다. 그리고 신경세포 간의 연결(시냅스)을 방해한다. 그 결과 자기조절 능력이 약화되고 학업 수행력이 저하되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 기능까지 손상되어 학습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나아가 충동조절장애, 불안, 우울 등 정서적 문제도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
신종 담배나 저도수 알코올의 확산은 단순히 기호제품의 사용이라는 상업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성장기의 신체와 뇌에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남기며,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성장호르몬 분비가 억제되어 키 성장이 저해되고, 영양불균형으로 뼈와 근육 발달이 늦어진다. 면역력이 약화되어 질병에 쉽게 걸리고, 반복적인 건강문제는 학업과 사회적 관계에서도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청소년의 미래를 지키는 일
결국 이 제품들은 청소년을 노린다. 매력적인 모델이 등장하는 멋진 주류 광고, 높은 접근성, 디지털 매체를 통한 홍보 전략은 청소년을 잠재적 소비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청소년의 건강, 성장, 뇌 발달이라는 소중한 미래 자산을 갉아먹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근간인 청소년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가정, 학교, 사회가 힘을 모아 이러한 제품들의 폐해를 알리고, 청소년들이 니코틴 의존이나 알코올 남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나아가 건전한 정신적·신체적 발달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정부,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백유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한림의대가정의학교실 주임교수로 재직중이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웰니스센터장과 가정의학과장, 대한금연학회 회장,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비상임 이사를 역임했으며 대한스트레스학회부회장,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장, 보건복지부 금연정책전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