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건강

아이의 눈을 더 많이 바라보자

조기 발견이 중요한
‘소아 사시’

‘사시’는 어떤 물체를 볼 때 두 눈의 정렬이 틀어져 서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상태를 말한다. 전체 인구의 1.5~2%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아 사시는 출생 직후부터 청소년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시력검사가 가능한 만 4세 이후에 많이 발견된다. 눈은 성장과 지속적인 사용을 통해 만 8세쯤에 안정된 시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8세 이전에 한쪽 눈을 사용하지 않으면 시력이 나빠질 수 있고, 치료 시기를 놓쳐 이미 눈의 발달이 끝난 뒤에는 미용상 교정 이외의 치료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유연 단국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소아 사시의 원인

사시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데, 소아에서는 특정한 신경이나 근육의 이상으로 발생하기보다는 영아 내사시나 간헐성 외사시처럼 안구 움직임과 정렬에 관여하는 뇌 중추와 외안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이상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소아 사시를 의심할 수 있는 증상

사시가 발생하여 눈의 정렬이 틀어지면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두 곳의 물체가 하나로 보이는 시각 혼란 증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소아의 경우 뛰어난 감각적응 기전으로 인해 반드시 복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대신에 초점의 선명도나 입체시각의 저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고개를 기울이거나 한쪽으로 째려보는 증상, 반복적으로 한 눈 또는 양 눈을 번갈아 깜박이거나, 심한 눈부심,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소아에게서 사시 증상이 보였다 사라졌다면

사시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는 드물다.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 부모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사시 증상을 발견했다면 경과를 지켜보기보다 진료를 받아보기를 권한다. 바로 치료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기를 원한다고 하더라도 정기적으로 사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 경과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아 사시를 치료하지 않아도 될까

소아 사시가 발견되었다고 해도 모든 경우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시의 종류와 발현 빈도에 따라 약시 위험성이 높은 경우를 감별해내고 치료해야 한다. 이때 적절한 치료를 받아 약시에서 회복하여 정상 시력이 될 수 있는 유연성은 나이에 따라 감소하여 약 만 8~10세 이후에는 대부분 사라진다. 따라서 소아사시를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약시 또는 입체시각 저하를 일으킬 위험이 높으며, 성인이 되어 회복할 방법은 없다.

사시처럼 보이는 ‘가성 내사시’

실제 사시가 없는데도 외관상 사시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가성 내사시라고 한다. 서양보다 동양 어린이에게서 많이 관찰되고, 실제 외래 진료 시 신생아부터 영아기에 많이 만난다. 동양 어린이는 외형적인 특성상 미간이 상대적으로 넓고 콧대가 낮으며, 쌍꺼풀이 없고 눈매가 내측은 둥글고 외측은 뾰족한 각도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아 바깥쪽 흰자에 비하여 안쪽 흰자가 가려 보이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소아 사시는 어떻게 치료할까

사시의 원인이 선천백내장 또는 망막모세포종 등 명확한 경우에는 원인에 대한 치료를 먼저 해야 한다. 그 외 일반적인 소아 사시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간헐 외사시는 ‘간헐적’이고, 외사시의 정도가 환자 컨디션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약시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간헐 외사시 환자를 치료할 때는 수년간 충분히 지켜보면서 시력교정이나 가림치료를 통해 융합능력을 높여주려고 노력하며, 최종적으로는 사시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내사시는 ‘항상성’에 가까운 경우가 많고 약시 위험이 높아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크게 굴절이상이 원인인 경우와 그 외의 경우로 나뉘며, 굴절이상이 원인이라면 즉각적인 안경 처방이 필요하다. 그 외의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술하기에 적합한 나이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약시 위험이 높고 안경 또는 가림치료 등 보조적 치료로는 위험성을 낮출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수술을 시행한다. 예방에 도움이 되는 눈 운동법은 없지만 눈모음 부족형 외사시의 경우 눈모음 운동이 사시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적기 놓치면 시각 능력에 영향

소아 사시는 일반적으로 시각을 다투는 응급질환은 아니지만, 치료 적기를 놓치면 소아기의 시력 발달을 방해하여 약시 또는 입체시 저하 등 시각 능력의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흔히 발견되는 외사시, 내사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직사시, 특수사시 등이 있을 수 있고, 드물지만 원인 질환이 동반된 경우도 있어, 사시 발견 나이가 어릴수록 주의하여 지켜보아야 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표현이 정확하지 않고 경도의 사시는 외견상 일반인이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조금이라도 의심될 때는 안과에 내원하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박유연

단국대학교병원 안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시, 약시, 복시, 신경안과, 소아안과를 전문 분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