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건강

대답이 늦거나 반응 없는 우리 아이

잘 듣지 못하는 걸까?

‘아이가 소리를 잘 듣고 있는 걸까?’, ‘혹시 우리 아이도 청력이 약한 건 아닐까?’ 부모들은 간혹 이런 걱정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흔히 ‘소아 난청’이라고 하면 태어나자마자 발견되는 선천성 난청을 먼저 떠올리지만,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후천성 난청도 의외로 흔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TV를 볼 때 지나치게 큰 볼륨을 고집하거나, 불렀을 때 대답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손은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유소아기 난청의 원인

유소아기의 행동은 언어·감각 발달과 관련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시기의 난청은 작은 행동 변화로 나타나기 때문에 미리 알아차리고 적절하게 대처하면 아이의 건강한 발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소아 난청은 크게 출생 직후부터 나타나는 ‘선천성 난청’과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후천성 난청’으로 나뉜다. 선천성 난청은 유전적 요인, 임신 중 바이러스 감염, 저체중 출생, 산소 결핍 등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부모나 형제에게 난청이 있거나, 임부가 임신 중 풍진 등 특정 감염에 노출되었을 때 아이가 선천성 난청을 앓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후천성 난청은 출생 후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원인은 중이염이다. 중이염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약 80%의 아이들이 한 번 이상 겪으며, 대부분 일시적으로 지나간다. 하지만 3개월 이상 염증이 지속되거나 재발하면 경도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 청력 손실이 심하지 않더라도, 지속되는 난청은 아이의 언어 발달과 학습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중이염 외에도 활발한 놀이 활동 중에 발생한 귀의 외상,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으로 인한 지속적인 소음 노출, 특정 약물 복용 등이 후천성 난청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난청이 소아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

심한 난청은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고, 아이가 말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도 빠르게 경각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유소아기에 흔히 나타나는 경도 또는 중등도 난청은 아이가 소리를 아예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발견이 어렵고 놓치기 쉽다. 특히 뇌 발달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3~4세 시기에는 청각 자극이 언어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청력 저하가 언어 습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언어 학습이나 발음 교정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추후 다른 학습 능력과 사회적 발달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청력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뇌가 소리를 인지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다. 아이가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면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속도도 더뎌진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청력을 가진 아이들은 부모의 말소리를 반복적으로 들으며 발음을 흉내 내고, 언어 능력을 점차 확장해나가지만, 난청이 있는 아이들은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언어 발달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입학 후 학습 능력과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업 중 교사의 지시를 놓치거나, 친구들과 대화할 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자신감이 저하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사회성 발달이 늦어지며, 정서적으로 위축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유소아기 난청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아 난청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아이의 행동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렀을 때 대답이 늦거나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경우, TV 볼륨을 유난히 크게 설정하려고 하는 경우, 말이 또래보다 늦게 트이거나 발음이 부정확한 경우 등은 난청을 의심할 수 있는 초기 신호다. 또 소음이 있거나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아이가 자주 혼란스러워하거나 대화 내용을 놓칠 때도 청력 저하를 의심해보아야 한다. 선생님에게서 아이가 수업 중 집중력이 떨어지고 지시를 자주 이해하지 못한다는 피드백을 받은 경우에도 가볍게 지나치지 말고 조기에 점검하는 것을 권장한다.

나이와 협조도 따라 다양한 검사로 진단

소아 난청이 의심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청력검사를 시행한다. 신생아는 출생 직후 청력선별검사를 진행해 난청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소아 청력검사는 나이와 협조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한다. 검사 종류는 250~8,000Hz의 순음을 사용해서 난청의 유무, 정도, 유형을 알 수 있는 ‘순음청력검사’를 비롯해 만 5세 이하의 경우 소리 자극에 대한 행동 반응을 관찰하는 ‘유소아청력검사’나 아이가 자는 상태에서 시행하는 ‘청성뇌간유발반응검사’가 있다. 중이염 등 병변이 있는 경우에는 고막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이경검사’와 ‘중이기능검사(고막검사)’를 병행한다.

소아 난청의 치료

소아 난청의 치료 방법은 원인과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흔한 원인인 중이염은 초기에 항생제와 같은 약물치료로 염증을 가라 앉힌다. 고막 내 염증이 심할 때는 배농술, 고막 환기관 삽입술을 실시하면 고막을 보호하고 청력을 회복할 수 있다. 중이염이 반복되거나 만성화되면 염증을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로 난청이 더 악화되는 것을 예방한다.

만약 난청이 중등도 이상일 경우에는 보청기 착용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보청기는 소리를 증폭해 말소리를 더 명확하게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유소아기에 보청기를 착용한 아이들도 언어 발달과 학습 면에서 또래와 큰 차이 없이 성장할 수 있으며, 조기에 착용할수록 더욱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 따라서 부모가 난청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고, 치료와 보청기 착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난청이 고도 또는 심도에 해당하여 보청기로도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경우, 인공와우수술로 청력을 개선할 수 있다. 인공와우기기는 달팽이관 안에 작은 전극을 삽입해 외부의 말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청신경을 직접 자극함으로써, 뇌에 적절한 소리 신호를 전달할 수 있게 한다. 인공와우이식술은 생후 1세부터 시행할 수 있는 안전한 수술로, 수술을 받은 아이들은 적절한 재활 훈련을 병행해 또래와 다름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여러 연구에서 인공와우수술을 받은 아이들의 언어 발달수준과 학업 성취도가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된다.

소아 난청은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청이 있는 아이들도 적절한 치료와 재활 과정을 통해 건강한 청력을 되찾고, 또래와 함께 웃으며 성장할 수 있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면 언어 발달이나 학습 과정에서 큰 문제를 겪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밝고 자신감 있게 자랄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의료진이 하나가 되어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손은진

용인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및 과장으로 재직 중이며, 선천성 난청, 중이염, 보청기, 인공와우수술 등을 전문 분야로 진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