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에 방문하는 환자의 증상 중 ‘복통’은 ‘호흡기 증상’ 다음으로 흔하다.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하면 혹시 꾀병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지만, 만성 복통의 신호일 수도 있으므로 증상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소아청소년기에 자주 생기는 만성 복통에 대해 알아보자.
글 이건송 단국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2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복통
복통은 급성 복통과 만성 복통으로 나뉜다. 복통이 시작된 후 2개월 넘게 지속되면 만성 복통으로 구분하고, 만성 복통은 기질적 복통과 기능성 복통으로 나뉜다. ‘기질적 복통’은 위장관 자체의 원인으로 위장관에 염증반응 혹은 해부학적 이상 소견이 있을 때 나타난다. ‘기능성 복통’은 위장관 자체의 염증반응은 원인이 되지 않고, 장관의 과민성이 증가하여 생긴다. 복부에 가스가 차서 늘어나고 당겨지는 감각에 대해 통증을 자주 느끼기도 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우울, 불안, 강박 등)에 의해서도 장관의 과민성이 증가할 수 있다.
원인에 따른 만성 복통 사례
실제 환자의 사례를 들어 두 종류의 만성 복통을 알아보자.
사례 1기질적 복통
15세 기윤(가명)이는 3개월 전부터 복통이 시작되었고, 정도가 심하지는 않으나 지속적으로 복부 불편감을 느꼈다. 2개월 전부터 식사량이 줄고 가끔 설사도 하며 체중이 줄기 시작했다. 2주 전부터는 항문 부위가 아프고 속옷에 농이 묻어 나와 소아청소년과에 방문했다.
사례 2기능성 복통
9세 지우(가명)는 2년 전부터 복통이 시작되었다. 최근 3개월 전부터는 일주일에 3회 이상, 30분 정도씩 배꼽 주변이 아프면서 얼굴이 창백해지고 토가 나오려고 하며, 이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소아청소년과에 방문했다.
위의 사례는 각각 기질적 복통과 기능성 복통의 대표적인 증상을 보여준다. 다음은 복통의 원인이 위장관 자체의 문제인 기질적 복통을 경고하는 증상이다.
<기질적 복통의 경고 증상>
ㆍ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
ㆍ삼키는 것이 힘들거나, 삼킬 때 아픈 경우
ㆍ지속적인 구토가 복통과 함께 있는 경우
ㆍ설사가 지속되고 밤중에도 설사를 하는 경우
ㆍ설명되지 않는 발열이 있는 경우
ㆍ소화성 궤양이나 염증성 장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ㆍ혈변과 함께 설사를 하는 경우
ㆍ성장이나 이차성징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경우
ㆍ구강궤양이 잘 생기는 경우
ㆍ피부발진
ㆍ복통이 한쪽 부분에 국한된 경우
ㆍ항문에 누공이나 농양 등이 있는 경우
기윤이는 체중감소와 함께 항문에 이상이 있는 뚜렷한 경고 증상이 있어 대장내시경을 시행했으며, 항문누공이 동반된 ‘크론병’으로 진단되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최근 서구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소아청소년에서 크론병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를 사전에 의심할 수 있는 증상에 대한 인지가 중요하다.
지우는 뚜렷한 경고 증상이 없었으나 장내 이상 소견을 확인하고자 초음파검사, 혈액검사, 대변검사를 실시했는데,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증상에 대해 자세히 물으니 대변을 보고 나면 복통은 나아진다고 했고, 평상시에 불안함과 강박적인 행동 등이 있다고 했다. 지우는 기능성 복통에 해당하는 증상이 있어 최종적으로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진단되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장내에는 이상 소견이 없는 기능성 질환임을 설명하고, 규칙적인 식습관을 유지하고 장내에서 쉽게 발효되는 음식을 섭취하면 증상을 조절할 수 있음을 안내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 있는
기능성 복통
두 사례에서 보았듯이 만성 복통은 원인에 따라 장내에 염증 및 이상 소견이 있는 기질적 복통, 장내에 이상 소견은 없으나 장내 통증감각에 대한 과민성이 증가하고, 강박이나 우울 등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기능성 복통으로 나뉜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다르다. 복통을 일으키는 원인이 명확한 기질적 복통은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를 우선 시행하고,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기능성 복통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으므로,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협진하여 정신 건강에 대해 진단하고 치료하여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므로 아이가 만성 복통을 호소한다면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전문가와 상담하여 정확한 원인을 먼저 찾아보기를 권한다.
이건송
단국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소화기와 영양, 음식알레르기 연관성 위장관 질환, 염증성 장질환을 전문 분야로 진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