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주치의

전립선암 급증을
부른 세 가지 요인

국내 남성 암 발생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전립선암은 지난 10여 년간 남성 암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한국에서는 그 증가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켜온 폐암의 자리를 조만간 전립선암이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의료계에서 정설이 되었다. 실제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22년도 남성 전립선암 발생자 수는 20,754명으로, 폐암(21,646명)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김종찬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고령화·서구화·검사 확산의 삼중 효과

이토록 폭발적인 증가세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고령화, 서구화, 검사 확산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첫째, 가속화되는 인구 고령화는 피할 수 없으며, 전립선암 급증의 구조적 원인이다. 전립선암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고령 질환으로, 60대 이후 발병률이 급증하며 70~80대에서 가장 흔하게 진단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속도로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특히 60~70대 남성 인구가 크게 늘면서 전립선암이 생길 수 있는 모수 자체가 빠르게 증가했다. 그 결과, 개개인의 위험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더라도, 고령 남성 인구가 많아진 만큼 전체 환자 수와 발병률이 함께 상승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둘째, 서구화된 생활습관이 암 발생률을 높이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아시아 국가의 전립선암 발생률은 서구보다 낮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육류·동물성 지방섭취가 늘고 곡류·채소·섬유소 섭취가 줄어들면서 전립선암을 포함한 ‘서구형 암’이 증가하고 있다. 비만, 대사증후군, 운동 부족, 과도한 칼로리 섭취 등도 전립선암의 위험인자로 지목된다. 특히 복부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은 호르몬 환경과 염증반응을 변화시켜 전립선암의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한국 남성의 비만·과체중 비율이 증가하고 패스트푸드·가공육 섭취가 일상화되는 등 서구 사회의 생활 패턴을 닮아가면서, 전립선암 증가 곡선도 그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셋째, PSA(전립선 특이항원) 검사의 보편화에 따른 전립선암 ‘발견의 증가’이다. PSA 검사는 간단한 피검사로 전립선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농도를 측정하는데, 수치가 높으면 암 가능성을 의심해 추가 검사(MRI, 조직검사 등)를 진행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종합검진센터, 직장 검진 등 건강검진뿐만 아니라 배뇨 증상을 동반한 남성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여 PSA 검사를 받는 경우가 꾸준히 늘어났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증상이 없어서 평생 발견되지 않았을 초기·저위험 전립선암까지 조기에 진단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역설적으로 PSA 검사 확산은 실제 환자가 많아진 것과는 별개로, 이미 존재하던 암을 더 자주, 더 일찍 찾아내면서 통계상 발병률을 폭발적으로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최근 연구도 PSA 검사비율과 고령인구 비중이 향후 전립선암 발생 예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한다는 결과를 보고해, 검진 확대가 수치상 급증을 설명하는 핵심 요인임을 뒷받침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 기회를 넓히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다.

증상 느껴지면 이미 늦었을 수도

전립선은 남성 방광 아래 위치해 정액을 생성하는 기관으로, 나이가 들수록 서서히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한국 남성들은 전립선과 관련해 ‘배뇨 증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립선암에 한해서는 매우 위험한 판단이다.

전립선암의 가장 큰 특징은 초기에는 거의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과 달리, 암은 초기에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거나 빈뇨 같은 변화를 잘 일으키지 않는다. 배뇨 문제는 대부분 양성질환에서 기인하므로, 증상이 없다는 사실이 전립선암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외래에 내원하여 전립선암을 진단받은 많은 환자가 아무런 증상이 없음에도 전립선암으로 진단되어 의아해한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은 대개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다. 혈뇨, 배뇨 곤란, 허리·골반의 통증은 이미 암이 주변 조직을 압박하거나 뼈로 전이되어 나타나는 후기 신호일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배뇨 문제가 없지만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전립선암 전이를 발견한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전조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구조적 특성이 전립선암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완전한 예방은 불가능,
위험을 낮출 방법은 분명히 존재

전립선암은 폐암처럼 명확한 발암물질이 규정되지 않았다. 또한 생활습관만 바꾼다고 위험을 0으로 만드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축적된 근거들은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명확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막연한 건강 상식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검증된 전략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가장 근거가 확실한 예방법은 체중 관리와 비만 예방이다.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들에 따르면,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고위험·전이성 전립선암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보다 허리둘레가 증가하는 ‘중심성 비만’이 더 치명적인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지방 조직이 호르몬 환경과 염증 반응을 변화시켜 암의 성장 신호를 강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복부비만을 줄이는 것이 강력한 예방 전략 중 하나다.

두 번째는 규칙적 신체 활동이다. 메타분석과 대규모 코호트들은 주당 150분 이상의 중등도 운동이 전립선암 위험을 낮출 뿐 아니라, 이미 진단된 환자의 사망률까지 줄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빠른 보행, 조깅, 수영처럼 전신을 쓰는 운동은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고 인슐린·염증 반응을 개선해 전립선암 발생 가능성을 유의미하게 낮춘다. 다시 말해 운동은 예방과 예후 개선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식습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적색육·가공육·고지방 식단은 여러 연구에서 전립선암의 위험 증가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채소·과일 중심 식단, 특히 토마토에 풍부한 라이코펜(lycopene)은 고위험 전립선암의 발생률을 낮출 가능성이 다수의 연구에서 제시됐다. 생선 섭취, 올리브유·견과류 등 불포화지방산 위주의 ‘지중해식 식단’도 전체 암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단 변화가 극적인 예방 효과를 만들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식습관을 개선해나가면 암 위험의 기울기를 분명히 낮출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하면서도 종종 간과되는 전략이 있다. 바로 고위험군의 조기 검진이다. 직계가족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거나 BRCA2 변이를 가진 남성은 고위험·전이성 전립선암 위험이 2~5배까지 상승한다. 이 경우 예방의 핵심은 생활습관보다 PSA 검사와 MRI 기반 조기진단 체계에 진입하는 것이다. 국제 가이드라인도 이들을 대상으로 45~50세부터 선제적 검진을 권고한다. 이는 발병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발병해도 늦지 않게 발견하는 것이 사실상 최고의 예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립선암 치료, 정밀의학의 시대로

전립선암 치료는 최근 10여 년 동안 가장 빠르게 변화한 분야 중 하나다. 과거에는 암이 발견되면 곧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여겨졌지만, 현재의 치료는 훨씬 정교하고 다양해졌다. 전립선암은 진행 속도와 생물학적 특성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치료 방식도 환자의 위험도·연령·영상 소견·유전자 특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결정된다. 이러한 흐름은 전립선암 치료가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위험 전립선암에서는 ‘적극적 감시(Active Surveillance)’가 중요한 치료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PSA 검사 확대로 초기 단계의 작은 암이 많이 발견되면서, 모든 환자에게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적용하는 방식은 오히려 필요 이상의 부작용과 삶의 질 저하를 야기했다. 적극적 감시는 치료를 미루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PSA추적, MRI 기반 영상 검사, 필요시 조직 재검사를 통해 암의 변화만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여러 장기 연구에서 적극적 감시를 선택한 환자들의 생존율이 수술 환자와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제시되면서,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고 기능적 결과를 보존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로 인정받고 있다.

국소 전립선암에서는 수술과 방사선치료가 두 축을 이룬다. 로봇보조 전립선절제술은 이미 한국에서 표준 수술 방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정밀한 시야 제공과 미세한 신경 보존 기술 덕분에 출혈량 감소와 회복 기간 단축이라는 장점이 있다. 요실금과 발기부전 같은 기능적 결과도 과거보다 훨씬 개선되었다. 반면 방사선치료는 최신 기술의 발달로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종양 부위에 고선량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IMRT, SBRT 등 고정밀 방사선치료뿐 아니라 중입자치료와 같은 새로운 기법도 국내에 도입되고 있다. 장기 생존율 면에서 수술과 동등한 수준의 근거가 확보되면서, 수술과 방사선치료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환자의 우선순위와 기능 보존 가능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다.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약물치료의 혁신

한편 암이 진행되었거나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약물치료의 혁신이 치료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고 있다. 전립선암은 호르몬 의존성이 강하기 때문에, 기존에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호르몬 치료(ADT)가 치료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차세대 항호르몬제가 개발되면서, 암의 생존 신호를 더욱 강력하게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약제들은 단독 사용뿐 아니라 초기 전이 단계에서 ADT와 병용하면 생존율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에서 차세대 항호르몬제가 급여화되면서 전이성 전립선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암치료 역시 과거에는 호르몬 치료 이후에 시행하던 접근에서 벗어나, 전이 고위험군에서는 초기에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가장 주목받는 새로운 치료는 PSMA 표적 방사성 치료제(Lu-177 PSMA)다. 전립선암 세포 표면의 PSMA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방사성 동위원소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환자들에게서도 생존 기간 연장과 통증 감소 효과가 입증되었다. 또한 BRCA1/2 등 DNA 복구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환자에서는 PARP 억제제가 효과를 보여, 전립선암 치료에서도 유전자 기반 정밀치료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처럼 전립선암 치료는 이제 일률적이지 않다. PSA 수치만으로 치료 결정을 내리던 시대에서 벗어나, 영상 진단, 병리학적 등급, 유전자 프로파일, 환자의 우선순위와 기능 보존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완전히 개별화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표준이 되었다. 결국 전립선암 치료의 핵심은 ‘누구나 같은 치료를 받는 암’이 아니라,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찾아가는 암’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데 있다.

김종찬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에서 방광암, 전립선암, 신장암, 요로결석, 로봇/복강경수술, 내시경수술, 탈장 등을 전문 분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