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쥐어짜는 것처럼 아파요.” 심장 부근이 조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질 때 의심할 질환이 있다. 바로 협심증이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협심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71만 2,806명으로 집계됐다. 2010년 기록한 50만 3,825명보다 20만 명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발병 연령대로 보면 50세 이상 환자가 69만 9,416명으로 전체 환자의 98%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50세 이상 남성 환자가 42만 8,433명으로 전체 환자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 박상우 울산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
심장 표면에는 여러 혈관이 있어 끊임없이 운동하는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데, 이 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한다. 관상동맥의 특정 부위가 동맥경화 등에 의해 심하게 좁아지면 혈류에 제한이 생기고, 심장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앞가슴 한복판에 통증을 느끼고, 때로는 심장근육의 움직임이 떨어지는 상태가 되는데 이를 협심증이라 한다. 즉, 심장근육의 산소 요구량과 공급량에 불균형이 생길 때 발병하는 질환이다.
혈관을 수도관으로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혈관 중 동맥 내벽에 여러 찌꺼기가 축적되면 혈관 속 공간이 좁아진다. 공간이 줄어들면서 점점 관상동맥을 통해서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특정 한계를 넘어서 심장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여 증상이 생기는 단계가 협심증이다. 찌꺼기를 만드는 주범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콜레스테롤이다. 심장근육에 혈액순환이 잘 안 되면 산소부족이 일어나 가슴통증이 생기고, 이는 협심증의 대표 증상이다.
협심증으로 인한 가슴통증의 특징
협심증이 생기면 무거운 돌로 가슴을 누르는 것 같다, 심장이 조이는 것 같다고들 한다. 가만히 있을 때 가슴통증이 생기는 게 아니라 ▲운동 중일 때 ▲무거운 물건을 들었을 때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았을 때 ▲과식할 때 등 심장근육이 빨리 뛸 때 ▲많은 일을 해야 할 때 잘 생긴다. 활동 시에는 온몸에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서 심장이 더 빨리 뛰어야 하는데, 이때 좁아진 관상동맥으로 심장근육이 필요로 하는 산소공급이 제한되면 증상이 나타난다. 운동을 멈추거나 스트레스가 없어지면 증상은 서서히 호전된다.
통증은 대개 1~15분 가량 지속되고, 간혹 어깨나 복부, 팔로 이어진다. 협심증 중에는 ‘변이형 협심증’도 있는데, 이는 동맥경화의 결과로 발생하는 전형적인 협심증과 달리 관상동맥 경련으로 발생하고, 주로 밤이나 새벽, 음주 후에 가슴통증이 생긴다.
가슴통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협심증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가슴통증의 원인은 정말 다양하기 때문이다. 공복 시 속쓰림 또는 식후 속쓰림이 있는 등 식사에 의해 악화하거나 완화되는 가슴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십이지장궤양이나 위궤양과 같은 질환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 흉곽을 구성하는 가슴근육에서 발생하는 근육통이나, 늑연골 부위의 염증 때문에 가슴통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경우 증상은 뜨끔뜨끔한 양상으로 날카롭고 국소적인 가슴통증으로 나타날 때가 많다. 그 외의 심리적 긴장, 불안에 따른 신체증상으로서 가슴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운동을 포함한 신체 활동을 하면 오히려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일반인은 가슴통증만으로는 협심증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다만 협심증을 방치하면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다. 협심증 중에서도 심근경색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게 ‘불안정형 협심증’이다. 다음 세 가지를 꼭 기억하고, 한 가지 사항만 해당해도 불안정형 협심증일 수 있으니 즉시 병원을 찾아야한다.
첫째, 4~6주 이내에 협심증으로 의심되는 가슴통증이 새롭게 발생했다.
둘째, 가슴통증이 나타날 때마다 강도가 증가하거나, 횟수가 점점 많아진다.
셋째, 가슴통증이 안정 시에도 발생하거나, 휴식을 취해도 낫지 않는다.
협심증의 원인
대부분의 협심증은 동맥경화에 의한 관상동맥 협착이 원인이다. 동맥경화의 발생 및 악화 원인으로는 고혈압, 흡연,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등이 있으며, 그 외에 정신적 스트레스, 성급하고 경쟁적인 성격, 운동 부족 등이 있다. 동맥경화와 무관한 협심증의 원인으로는 관상동맥 경련, 대동맥판막 질환, 심한 심장비대 등이 있으며, 드물게 심한 빈혈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도 협심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협심증은 중년 이후의 남성에서 많이 볼 수 있고, 가장 전형적인 것은 안정형 협심증이다.
안정형 협심증 -
협심증 중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언덕길이나 계단 등을 오르내리는 등의 운동이나 심한 감정적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된다. 증상 지속 시간은 길어야 10분, 대개 3~5분 정도 계속된다. 대개의 경우는 안정을 취하면 통증이 바로 가라앉는다.
불안정형 협심증 -
최근 새롭게 발생한 가슴통증, 최근 강도 및 빈도의 측면에서 증상이 악화된 가슴통증, 안정 시에도 발생하는 가슴통증을 말한다. 불안정형 협심증은 심근경색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크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변이형 협심증 -
관상동맥이 수축(경련)을 일으켜 일시적 혈류 차단에 의해 흉통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가슴통증이 대개 한밤중 또는 새벽에 발생하며, 음주에 의해 유발되기도 하지만, 운동과는 무관하다.
협심증 고위험군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거나, 뇌졸중·말초동맥질환 등 동맥경화와 관련된 질환을 이미 가지고 있으면 협심증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협심증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고위험군이라면 가슴통증이 발생했을 때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적절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많은 협심증 환자가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뒤 “건강검진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이상하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기본 건강검진으로는 협심증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관상동맥 내 동맥경화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관상동맥 칼슘CT 또는 관상동맥 CT와 같은 검사를 건강검진 항목으로 따로 추가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협심증에 해당하는 증상이 있으면, 기본 건강검진에서 정상소견으로 판정을 받았더라도 의사의 진료와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협심증의 치료
협심증은 생활습관 개선이 첫 번째다. 동맥경화증 위험 요소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금연은 절대적이며, 너무 기름진 음식은 피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약물이나 운동으로 반드시 조절해야 하고, 비만하면 체중감량이 필요하다. 그다음에는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항협심증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니트로글리세린은 갑자기 흉통이 발생할 때 효과적이므로, 협심증이 있다면 반드시 알약이나 스프레이 제제를 몸에 지녀야 한다. 시술로서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관상동맥 중재술이 있다. 스텐트 시술로 불리는데, 이는 좁아진 관상동맥 부위를 풍선으로 확장한 뒤, 동맥이 다시 좁아지지 못하게 스텐트라는 그물망을 삽입하는 방법으로, 협심증 감소 효과가 좋아 많이 쓰인다. 시술을 받은 환자 중 10%는 1년 내 재발하므로 시술을 받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생활습관관리와 약물복용을 꾸준히 병행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좁아진 부위를 우회해 대동맥과 관상동맥을 이어주는 관상동맥우회술이라는 수술적 치료 방법이 있다. 수술적 치료는 관상동맥의 동맥경화 범위가 넓어 스텐트 시술이 용이하지 않은 환자에게 권한다.
협심증 환자에게 적합한 운동
협심증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상태에 맞는 운동을 선택해 운동량을 천천히 늘려나가야 한다. 운동 중 분당맥박수를 처음에 재는 게 가장 좋다. 대개 2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수치가 건강한 사람의 운동 시 분당 최대 목표 맥박수다. 협심증 환자라면 통증이 나타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목표 맥박수의 60%를 넘지 않는 게 좋고, 병의 경과가 호전되면 운동량을 늘려나간다. 단, ▲협심증이 갑자기 발병한 상태에서 아직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치료를 받았는데도 통증이 있는 환자 ▲안정 시에도 통증이 있는 환자는 운동을 당분간 피하는 게 좋다.
그리고 금연은 필수다. 제발 ‘금연하시라’고 말해도 어려워하는 환자가 많다. 스텐트를 하고 몇 개월 괜찮아지니 한 대 피우고, 그러다 ‘어 괜찮네’ 하면서 또 한 대씩 피우다 금연 전 상태로 돌아가는 사람이 허다하다. 협심증이 있는데 담배를 계속 피우면 동맥경화가 계속 진행하고 결국 심근경색이 올 가능성이 커진다. 협심증이 있다면 금연은 필수다.
이 외에도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 체중조절, 규칙적인 운동 등을 하여 위험인자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평소에 잡곡밥, 채소, 과일, 견과류, 콩류, 생선 등을 위주로 한 식사를 하며, 붉은색 고기, 가공육류 등은 섭취를 줄여야 한다. 또한 너무 과로하지 않도록 하고,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
박상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임상강사를 거쳐 울산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협심증, 심근경색, 고혈압, 고지혈증, 흉통을 전문분야로 진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