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에는 몸에 큰 이상 증세가 없다면 젊다는 이유로 건강을 과신하기 쉽지만, 질환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과거와 크게 달라진 식문화와 생활환경으로 인해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도 더는 중년의 질환이 아니게 되었다. 생활습관의학의 수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삶의 질을 좌우하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최대한 빨리 올바른 생활습관을 실천해야 함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글 오범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사례 1
26세 대학생 A군은 졸업과 취업을 앞두고 고민이 생겼다. 국가건강검진에서 ‘대사증후군’ 위험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대사증후군은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들었기에, 대학 생활을 하면서 5kg 정도 증가한 체중이 신경 쓰였다. 체중이 많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면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는 일이 잦았고 운동량도 크게 줄어 볼록 나온 배가 만져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A군은 졸업과 취업을 하기도 전인 20대에 만성질환으로 약을 먹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사례 2
34세 여성인 회사원 B씨는 건강 상태를 확인하려고 검진을 받았는데 ‘대사증후군’ 위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9년간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체중이 조금 늘기는 했지만, 다른 동료들과 비교하면 체중이 높은 편이 아니라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혈압·혈당 수치가 약 복용이 필요한 직전 수준까지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10년 넘게 담배를 피웠지만 하루 3~4개비 정도였고 그 덕분에 식욕이 조절 되어 체중은 제법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이다.
젊어서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
방심은 금물!
우리나라 20·30대에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유병률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현상은 비만율 증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령대에서는 특히 만성질환에 대한 인지율이 낮아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것은 본인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방치하다가 건강 문제가 누적되어 합병증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한편 20·30대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임을 고려할 때 정신건강의학적 문제, 특히 우울증에 대한 인지·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지난 몇 년간 젊은 층의 우울증 유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젊은 흡연자와 대사증후군
대사증후군이란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죽상동맥경화증 등 여러가지 질환이 한 개인에게서 동시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당뇨병을 비롯한 심뇌혈관질환 발생의 위험을 높이는 만성적인 질환 상태인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습관이 점차 서구화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크게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남성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2017년 7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필자가 근무 중인 병원의 검진센터를 방문한 40세 미만(평균연령 30.9세) 성인 남녀 808명의 신체 및 혈액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흡연 여부와 대사증후군 유병 여부의 연관성을 연구1)했다. 이들은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결혼 후 1년 이내인 젊은 남녀들로,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검진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전체 대상자 중 13.6%는 과거 흡연 경험이 있고 13.8%가 현재 흡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17.5%였는데, 남성의 유병률이 31.9%로 여성의 유병률인 4.6%보다 크게 높았다.
이를 바탕으로 연령과 성별 등을 조정한 분석 결과에서 흡연과 대사증후군 사이의 유의미한 연관성이 확인되었다. 현재 흡연 중인 그룹은 비흡연자에 비해 대사증후군의 위험(odds ratio)이 2.4배 높았고, 대사증후군의 진단기준인 고중성지방혈증(hypertriglyceridemia)은 2.6배, 저HDL 콜레스테롤혈증의 위험은 3.0배 높았다.
이 결과에서 젊고 흡연 기간이 짧으며 흡연량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도 대사증후군으로 인한 심뇌혈관질환의 발생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Kim SW et al. The relationship between smoking cigarettes and metabolic syndrome: A cross-sectional study with non-single residents
of Seoul under 40 years old. PLoS One. 2021 Aug 19;16(8)
라면 섭취량과 심혈관계 대사질환의
상관관계
필자가 대사질환과 관련하여 진행한 또 다른 연구를 소개한다. 라면 섭취와 심혈관계 대사질환 위험요소의 상관관계를 도출한 연구2)로, 서울지역 18∼29세 대학생 3,397명(남성 1,782명, 여성 1,615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라면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먹는 사람은 한 달에 한 번 이하로 먹는 사람보다 심혈관계 대사질환 위험이 2.6배나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조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1년간 평균 라면 섭취 빈도는 일주일에 1∼2번이 30.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한 달에 2∼3번(29.8%), 한 달에 1번 이하(27.6%), 일주일에 3번 이상(11.7%) 순이었다. 연구진은 라면 섭취 빈도가 심혈관계 대사질환과 관련성이 큰 중성지방, 확장기혈압(최소혈압), 공복혈당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라면을 먹은 그룹은 한 달에 한 번 이하로 라면을 먹은 그룹보다 고중성지방혈증 위험도가 2.6배 높게 나왔다. 아울러 잦은 라면 섭취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나쁜 영향을 미쳤는데, 같은 조건에서의 고중성지방혈증 위험도가 여학생이 6.0배로 남학생의 2.1배보다 훨씬 높았다. 또 라면 섭취가 많을수록 확장기혈압, 공복혈당 수치도 덩달아 상승했는데, 이런 연관성도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서 더 명확하게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비만하지 않았으며, 건강하고 젊은 대학생들이었음에도 라면 섭취가 빈번할수록 심혈관계질환 위험도가 높아지는 상관성을 보였다. 향후 심혈관계질환의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라면 섭취를 줄이거나, 소비자에게 라면과 질병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등 즉각적인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2) Huh IS et al. Instant noodle consumption is associated with cardiometabolic risk factors among college students in Seoul.
Nutr Res Pract 2017;11(3):232–239.
내 몸 관리의 왕도:
생활습관 개선과 건강검진
흔히 40세를 중년의 시작으로 여겨 그전까지는 몸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젊은 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양한 연구에서, 신체적으로 가장 건강한 시기인 20·30대조차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지닌 경우 질환이 있거나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이들이 40·50대가 되었을 때 질환으로의 이환, 합병증 발생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33세를 기점으로 사람의 생리적 활성이 변화하면서 노화가 시작된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사람의 몸을 ‘마음대로 써도 되는’ 잠재적 보증 기간이 길지 않고, 되도록 일찍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심장협회가 발표한 Life’s Essential 8 (심혈관 건강 필수 요소 8가지) * 출처: www.heart.org
반드시 실천해야 할 건강한 생활습관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는 오래전부터 심혈관질환 예방과 수명연장을 위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강조해왔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체중의 적정 관리, 금연, 절주, 신체활동과 휴식(수면) 등 여덟 가지 영역에서 양호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도록 권장하며 이를 삶의 필수요소(Life’s Essential)라고 명명한다. 생활습관의학(Lifestyle Medicine)은 건강과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치는 실천 사항들을 채택하고 이를 실천·유지하도록 돕는 근거 기반 의학을 말한다. 질환이 없는 건강인들에게는 근본적인 예방을,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합병증 예방을 위한 지침을 제시하는 것으로, 건강하고 질환 관련 증상이 없는 젊은 시절부터 이를 실천한다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국가적으로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잘 활용하면 질환을 관리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생활습관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젊으니까’ 또는 ‘나는 남들 정도는 되니까’ 와 같은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일찍부터 내 몸과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건강하게 오래 사용하기 위한 노력을 지금 당장 시작해보면 어떨까?
오범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생물학과의학을 차례로 전공하고 10년 넘게 만성질환자 관리와 건강검진 수진자 결과 상담을 지속하면서 생활습관개선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