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천 호텔 화재와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와 같은 사건으로 인해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흡입 화상의 위험성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흡입 화상은 심각한 호흡기 손상을 유발하여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흡입 화상의 증상, 진단, 치료 방법, 예방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아보자.
글 윤재철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교수
흡입 화상은 화재 현장의 뜨거운 가스, 연기, 유독가스 등을 흡입하여 상기도(코, 입, 인두, 후두)와 하기도(기관지, 폐포)에 손상이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열적 손상, 연기 입자에 의한 손상, 유독가스에 의한 전신 중독으로 구분된다.
흡입 화상의 종류와 특징
열적 손상(Thermal Injury): 뜨거운 공기나 증기를 흡입하면 주로 성문상부(인두, 후두)의 점막이 화상을 입어 상기도에 손상이 나타난다. 점막 손상으로 인해 부종이 생기고, 이는 기도를 좁혀 기도 폐쇄를 유발할 수 있다. 부종은 화상 후 12~18시간 동안 점차 진행되므로 초기에는 증상이 미미할 수 있다.
연기 입자에 의한 손상(Smoke Inhalation Injury): 연기 속의 미세한 입자와 독성물질이 성문하부(기관지, 폐포)에 도달해 하기도 손상을 일으킨다. 연기 입자가 점막을 자극해 염증반응과 점액분비를 증가시키고, 분비물과 점막 부종으로 인해 소기도가 막혀 환기장애를 초래한다. 또 폐포까지 손상이 진행되면 가스 교환 장애와 저산소증이 발생한다.
유독가스에 의한 전신 중독(Systemic Toxicity):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CO)는 혈액 내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산소 운반을 방해하고, 조직의 저산소증을 유발하는데, 이를 일산화탄소 중독이라고 한다. 시안화수소(HCN) 중독은 세포 호흡을 방해해 전신적인 대사장애를 일으킨다. 주요 증상으로 두통과 어지러움, 혼란,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이상 증상
흡입 화상을 입으면 호흡기, 피부, 점막의 이상과 신경학적 증상 등이 나타난다. 호흡기 증상으로는 기도 부종과 폐 손상으로 인한 호흡곤란과 검은색 또는 피가 섞인 가래가 발생한다. 이 외에도 쌕쌕거림(천명음), 거친 숨소리(협착음)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피부와 점막 이상으로는 얼굴과 목 등의 부위에 외부 화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코털, 입술, 구강 점막에 그을음이 묻어 있을 수 있다. 신경학적 증상으로는 저산소증으로 인한 혼란이나 혼수상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두통, 어지러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화재 상황 파악과 각종 검사로 진단
흡입 화상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화재 당시의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화재 여부, 노출 시간, 발생한 연기의 종류 등을 확인한다. 그런 다음 호흡곤란, 기침, 의식 수준 등 증상을 파악한다. 더불어 신체검사에서 호흡수, 호흡음,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고 그을음 흔적, 화상 부위 등을 확인한다.
또 혈액검사로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COHb)을 측정해 일산화탄소 중독 여부를 판단하고, 동맥혈 가스 분석(Arterial Blood Gas Analysis, ABGA)으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수치를 평가한다. 폐 손상과 부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흉부 X선 검사를 실시하고, 기도 내부를 직접 관찰하는 기관지경 검사로 손상 정도를 평가한다.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로 관리
응급치료 시에는 기도를 확보하고 기도 부종이 예상되면 조기에 인공기도 삽관을 시행한다. 또 고농도 산소를 투여해 저산소증을 교정해야 한다. 일산화탄소 중독 시에는 고압산소치료를 고려한다. 약물치료로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해 기도의 경련을 완화하고 호흡 기능을 개선한다. 감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를 사용해야 할 수 있다. 기도 부종을 줄이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으므로 신중히 판단해 투여한다. 또 체액균형을 유지하고 부종을 관리하기 위해 수액을 투여하고, 신체의 대사 요구량이 증가하므로 충분한 영양을 제공해야 한다. 호흡 근육 강화와 폐 기능 회복을 위해 재활치료도 이루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재 예방과 안전 수칙 준수
화재는 예방이 우선이다. 화재 예방을 위해 노후화된 전선이나 전자기기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며, 가연성 물질은 안전하게 보관하고 취급해야 한다. 화재를 조기에 감지해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연기 감지기, 화재 초기 진압에 필요한 소화기 등 안전 장비는 필수다. 화재 발생 시 대피 요령을 숙지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비상 탈출구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두고 정기적으로 화재 대피 훈련을 실시해 실제 상황에 대비한다.
방심은 금물, 화재는 조기 차단
흡입 화상은 초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태다. 화재 현장에 장시간 노출될수록 흡입 화상의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와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평소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 화재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윤재철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조교수로 중화상, 급성기화상, 소화화상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화상센터에서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른 맞춤 통합진료를 제공하며 화상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