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돌보기

1% 인구가 앓고 있는 흔한 질환

조현병은 망상과 환청, 환각이라는 특징적인 증상을 보이는 대표적인 뇌질환이다. 출생 후 뇌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기능적 이상이 발생해 20대에 이르러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각 나라의 유병률 역학조사 결과는 대체로 일치해 인구의 1%, 즉 100명 중 한 명이 이 병을 앓고 있다고 알려진 만큼, 의학 분야에서 흔한 질환으로 분류된다.

과거에는 정신분열병으로 불리다가, 2011년 서구의 몇몇 나라와 함께 대한조현병학회에서 주도하여 개명했다. ‘정신분열병’이라는 명칭은 돌이킬 수 없고 치료되지 않는다는 나쁜 경과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조현병(調絃病)’이라는 명칭은 현악기를 조율해서 원래의 정확한 음을 내도록 하듯 치료할 수 있는 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사회적 낙인을 막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좀 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생물학적 원인과 심리적·사회적 요인이 영향

뇌질환인 조현병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생물학적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 외에 신경생화학적, 신경해부학적, 신경생리학적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계된다. 잘 알려진 도파민, 세로토닌 등 뇌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 발생한다는 관점은 첨단 뇌 영상 연구 결과에서 규명되었고, 심리적·사회적 요인도 발병과 경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군대에서 상관에게 학대를 받거나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서 조현병이 생겼다고 이야기하는데, 병의 생물학적 소인(질병에 걸리기 쉬운 경향을 지닌 개체의 상태) 없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만으로 발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엄밀하게 말하면 스트레스는 조현병의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고, 발병의 계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조현병은 생물학적인 원인이 더 근본적이다. 병의 소인으로서 생물학적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심리적·사회적 스트레스를 겪지 않아 발병하지 않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나, 그럼에도 생물학적 소인이 병증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과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의심 증상 발견 시 되도록 빨리 진단하여 치료

발병 자체를 억제하는 예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조현병에 전구기(prodromal stage, 질환의 증상이 분명하게 출현함에 앞서 불특정 증상을 나타내는 기간)가 존재함을 발견해 조기정신증상태인 이 무렵에 치료를 시작하는, 소위 2차 예방치료 전략이 수립되었다. 일부 나라에서는 이를 국가적인 사업으로 인지하고 청소년기와 성년기의 고위험군 환자를 관리한다. 제반 정신의학적 평가를 거쳐 전문적으로 치료하며, 심리적·사회적 스트레스 등 청년기에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접근하여 조현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반인에 비해 낮은 범죄율,
그러나 높은 오해의 장벽

대부분의 임상의사는 조현병 환자들이 얼마나 온순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다. 학문적으로도 이미 10년 전에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서 낮다는 결론이 났다. 범죄력이 없던 사람이 조현병에 걸린 후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처음 조현병이 발병하면 환자는 혼란스러운 정신병적 삽화(갑자기 특정 성향이 짧게 발현하는 증상)를 경험하고, 여기에 위협을 느끼면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려고 사력을 다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매우 이질적이고 기괴한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개인의 이러한 경험은 당연히 타인과 공유될 수 없으니, 주변 사람에게는 이유없이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보통 조현병에 걸리면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으로 변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모습은 첫 발병 시기에 국한될 뿐이다. 치료를 받으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간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특히 전구기에 일찍 치료를 시작한다면 이런 불안정한 모습도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조현병은 분명 치료되는 병이다. 생물학적 원인이 근본이므로, 약물치료는 가장 기본이 된다. 환자들이 약물 복용을 중단하지 않고 희망을 지켜내도록, 가족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지해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환자 스스로 치료 의지를 갖게 되면 큰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 또한 주치의와 어려움을 함께하고 도움을 청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회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두의 노력으로 조현병 환자가 건강한 사회 속에서, 개인의 행복 추구를 위한 기회를 다시 찾게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