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돌보기

20·30대
내 몸 돌보기의 시작,
국가건강검진

몸이 사이렌을 울릴 때는 이미 크게 잘못된 뒤다. 몸에 이상이 쌓이기 전에 내 몸의 변화를 살피고 작은 신호라도 미리 알아챌 수 있게 하는 건강검진. 우리나라의 국가건강검진은 20세부터 2년마다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20·30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준다.

박상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국가건강검진 사업,
모든 20·30대를 대상으로 확대한 이유

건강을 자신하는 청년들이 굳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할까? 국가가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사업을 수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외에 찾기 어렵다. 막대한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이라 명확한 효과가 없다면 쉽게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모든 20·30대가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까? 보건복지부가 필자에게 ‘20·30대 국가건강검진 도입의 타당성 분석’을 요청한 배경이다. 우리나라 20·30대 400여만 명을 대상으로 분석해보니,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청년들은 받지 않은 대상자에 비해 전체 사망 위험은 17% 감소했으며, 특히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0% 낮았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여, 기존에는 20·30대 청년 중 직장인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져 구직자이거나 학생, 전업주부는 배제되었던 국가건강검진이 2019년부터 모든 20·30대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면 청년들에게 적합한 검진 항목은 무엇일까? 젊은 시절에 CT 촬영을 너무 많이 하면 추후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불필요한 검진까지 받게 되면 과도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안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20·30대를 위한 국가건강검진 항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문진과 신체검사 항목에서는 혈압, 신장, 체중, 허리둘레, 청력, 시력 등 기초검사를 실시해 비만과 고혈압 여부를 확인한다. 혈액검사에서는 당뇨나 빈혈, 고지혈증, 간 기능, 콩팥 기능 이상을 살펴보고, 소변검사에서는 단백뇨 같은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흉부질환이나 결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하고, 치과 질환에 대한 구강검진도 받는다. 정신건강검사(우울증 선별검사) 또한 2019년 1월 1일부터 20·30대도 받을 수 있도록 확대되었다.

질환 발견 시, 증상이 없어도
치료와 관리 미루지 않기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20·30대 10명 중 1명은 고혈압을 앓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 20·30대의 당뇨병 유병률은 각각 0.7%와 4.4%였으며, 점차 증가하고 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가지고 있는 20·30대 대부분은 자신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 건강 문제가 누적되면 나중에는 장기 손상이 더 심하게 진행되어 고통을 겪게 된다. 국내 20·30대 중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각각 130㎜Hg, 80㎜Hg 이상 일 때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이 20% 정도 증가했으며, 혈압이 높아질수록 위험도가 더 높았다.

건강검진에서 조기에 당뇨병을 발견해 일찍 관리를 시작한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후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크게 낮았다.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대상자들은 금연, 운동, 절주, 체중 관리와 같은 생활 습관 실천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혈압이나 혈당이 정상치보다 약간 높거나, 경미한 고지혈증이 있는 20·30대 환자들에게는 곧바로 약 처방을 하지는 않는다. 우선은 국물 섭취 줄이기, 적정 체중 유지, 운동, 절주, 금연 등 생활 습관 개선을 권유한다. 상당수 환자에게서 이렇게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해도 정상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젊은 시기부터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20·30대 여성 10명 중 1명은 빈혈을 앓고 있다. 보통 건강한 젊은 여성의 경우 본인이 빈혈이라 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철분제 복용을 걸러 빈혈 개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저질환이 없는 젊은 여성의 빈혈이 개선되면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뇌혈관 질환과 총사망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30대가 정기적으로 헤모글로빈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 의미가 있으며, 철결핍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꾸준히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정신건강도 정기검진으로 관리

20·30대에서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실제로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 시도자 10명 중 4명은 20·30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에서 2021년 사이에 20·30대 우울증 환자는 15만 9,000명에서 31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취업난에 시달리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지속되고 심해지면 자살 생각과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정신건강검진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2018년까지만 해도 40세부터 10년마다 40·50·60·70세에 검진받도록 시행되던 정신건강검사가 2019년부터는 20·30세도 받을 수 있도록 확대되었다. 하지만 2021년 국가정신건강검진 수검률은 20대는 23%, 30대는 49.5%에 그쳤다. 올해부터는 2년마다 시행하는 것으로 간격이 단축되었으니,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진과 상담하기를 권한다. 우울증은 조기에 상담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젊고 건강할 때부터 국가건강검진을 받을 권리를 누리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여 건강위험 요인을 미리 줄이는 것은 긴 삶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저축이자 투자다.

박상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의료-환경-생활 융합 DB를 활용하는 건강시스템 데이터사이언스 분야를 개척, 행동 변화와 환경요인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 국가정책과 임상 현장에 적용하도록 기여 하였으며, 생애 여정별 의료서비스와 암 경험자 건강증진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