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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유용한
심뇌혈관질환 약제

심뇌혈관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인하여 발생한다. 이러한 원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예방할 수 있고, 발생 후에도 약물 복용 등 치료를 통해 증상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으므로, 심뇌혈관질환에 쓰이는 약물 정보를 알아두면 유용하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종류와 사용법이 다양한 약제

허혈성 심장질환인 심근경색과 협심증은 심장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이때 심장근육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고혈압약으로 잘 알려진 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 등을 사용한다. 베타차단제 성분에는 카르베딜롤(carvedilol) 등이 있고, 고혈압, 심근경색, 편두통이 있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칼슘채널차단제 성분에는 베라파밀(verapamil), 딜티아젬(diltiazem)이 있으며,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베타차단제가 금기인 환자에게 우선 사용한다.

혈관을 확장해 심장근육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약은 질산염 제제로, 이에 해당하는 성분은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 이소소르비드(isosorbide)이다. 흉통이 발생하거나 통증이 예상될 때 사용할 수 있으며, 니트로글리세린은 혀 밑에서 녹이거나 분무하여 흡수시키는 설하정과 스프레이, 피부에 붙이는 패치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온다. 알약은 휘발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약통에 보관하고 투약할 때만 뚜껑을 열어 써야 한다. 5분 간격으로 반복 투약 후, 총 3번 투약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면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이소소르비드는 알약, 캡슐, 스프레이 등이 있다.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제제와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지만 오래 지속되는 제제가 있는데, 후자는 응급처치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으므로 구분해야 한다. 스프레이 형태는 약 가스를 삼키는 것이 아니라 점막으로 흡수시켜야 하기 때문에, 숨을 멈춘 상태에서 혀 밑에 뿌린 후 입을 다물고 30초간 코로 숨을 쉬어야 한다. 30초 후에도 효과가 없으면 추가로 분무할 수 있고, 알약과 마찬가지로 3회 분무후에도 통증이 있으면 즉시 내원해야 한다. 또한 기립성저혈압(갑자기 일어나면서 혈압이 낮아져 어지럽고 때로는 실신하게 되는 상태)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두 약 모두 앉아서 투약하는 것이 안전하다.

더불어 협심증을 일으킬 수 있는 동맥경화증을 예방하기 위하여 고지혈증 치료제를,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사용한다. 항혈소판제는 혈전이 생기는 첫 단계인 혈액 내의 혈소판이 뭉치는 것을 막아주며, 아스피린(aspirin),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등의 성분이 있다. 심근경색, 협심증 등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의 재발을 방지하는 등 여러 목적으로 쓰인다. 지혈을 더디게 할 수 있으므로 수술이나 치과 시술이 예정된 경우 의료진과 상의 후 미리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건강식품과 한약 등 복용 주의

항응고제는 혈전이 생기는 두 번째 단계인 혈액 응고 과정을 막아주는데, 이에 해당하는 약에는 와파린(war farin), 아픽사반(apixaban), 에독사반(edoxaban), 리바록사반(rivaroxaban)과 헤파린(heparin) 등이 있다. 와파린은 효과적이고 저렴해서 오랫동안 쓰여왔지만, 단점이 있다. 다른 약물뿐 아니라 음식에도 영향을 많이 받아서, 같은 용량의 와파린을 복용해도 상황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상생활 중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음식 중에 포함된 비타민 K가 와파린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약효를 떨어뜨리게 된다. 비타민 K는 녹색 채소, 콩 등에 포함되어 있는데,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고, 1일 섭취량이 일정하도록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도, 갑자기 적게 먹는 것도 좋지 않다. 또 건강식품, 한약, 인삼, 홍삼, 녹즙 등에는 식재료들이 농축되어 있어 와파린의 약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진행해 와파린의 효과를 측정해야 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복용량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항상 자신의 복용량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약물이나 음식과의 상호작용이 적어 혈액검사 없이 일정 용량을 복용할 수 있는 약이 출시됐다. 다비가트란(dabigatran), 아픽사반, 에독사반, 리바록사반이 이에 해당하는 성분이다. 처음에는 이를 새로운 경구 항응고제(NOAC, New Oral AntiCoagulant)라 했으나, 최근에는 직접 작용 경구 항응고제(DOAC, Direct Oral AntiCoagulant)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와파린에 비해 사용 역사가 짧고, 비용이 높다는 것이 단점이며, 신장 기능에 따라 복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복용 시간과 용법에 주의

항응고제는 반드시 1회 용량을 지켜서 복용해야 한다. 약 복용을 잊었다면, 와파린의 경우 원래 복용 시간을 기준으로 6시간 이내라면 바로 복용하고, 그 이후라면 놓친 약은 건너뛰고 다음 날 원래 복용 시간에 1회 용량을 복용한다. 직접 작용 경구 항응고제 중 다비가트란은 와파린처럼 복용하고, 그 외 성분은 시간에 관계없이 놓친 약을 즉시 복용 후, 다음 회차부터는 원래 시간에 복용한다. 의료진과 상의 없이 임의로 용량을 줄이거나 복용을 중단하면 안 된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에서 무균조제실을 담당하고 있는 약사. 병원 약사의 생활을 담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병원약사회 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