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찾아 상경하는 풍경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가속화되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하는 등 지방 의료 인프라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필수의료에 대한 책임감 하나로 의료 불모지나 다름없던 오산시에 개원하여, 지난 20년간 ‘지역 완결형 거점병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오산한국병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글 편집실 사진 윤선우
‘우리 지역 환자는 지역 내 병원에서
해결한다’는 책임감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오산한국병원은, 점진적인 확장과 더불어 지역중심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4년 9개 진료과, 250병상으로 개원해 2008년 신관 증축을 계기로 순환기내과,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호흡기내과, 심혈관촬영실, 인공신장실, 수술실 6실, 건강검진센터, 척추센터 등을 갖춘 400병상 규모의 병원으로 거듭났다. 2018년에는 별관을 신축하면서 재활치료센터, 인공신장센터, 건강증진센터 등 전문센터를 확장하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 운영을 시작했으며, 현재 24개 진료과목, 의료진 60명을 포함한 직원 660명이 고객 감동의 진료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산한국병원이 개원한 2004년, 경기도 오산은 인구 10만 명의 발전이 더딘 소도시였다. 조한호 병원장이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병상 250개를 갖춘 큰 병원을 짓는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당연히 부정적이었고, 대다수가 이 지역에서 병원은 안 된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오산 지역은 소규모 병원 몇 개가 전부이다 보니, 대부분의 환자가 수원에 있는 병원이나 서울 대형병원으로 가는 게 당연시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로 인한 이동에 드는 사회적 간접경비와 시간적 손실이 너무 크다고 여겨, 우리 지역에 규모 있는 병원을 세워 웬만한 환자는 지역 내에서 다 해결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위험하다, 무모하다’ 등 숱한 우려를 딛고 무사히 병원을 개원하는 데 성공했지만,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역병원이라 수준이 떨어진다’, ‘바가지 씌운다’ 등 주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마주해야 했고, 이를 신뢰로 바꾸기까지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이제는 지역민들이 믿고 찾는
든든한 건강지킴이
지역에 우수한 시설을 갖춘 규모 있는 병원이 들어선다 해도,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오산한국병원이 지금처럼 지역사회로 스며들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동네 가까이에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받아들일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고 신뢰를 쌓아온 덕분이다.
“처음에는 간단한 맹장수술 하나도 수원에 있는 큰 병원에서 받겠다는 환자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머리가 아파 병원에 온 환자분이 계셨는데, 뇌출혈이 의심돼 CT 촬영을 했더니 아주 미세하게 양상이 보였습니다. 제가 신경외과 전문의다 보니 다행히 조기에 발견한 셈인데, 급하게 상급종합병원에 연락해 무사히 수술을 받으셨던 적이 있지요. 그 일을 계기로 주민들 사이에 우리 병원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생겨나면서, 본격적으로 병원을 활성화할 수 있었습니다.”
조한호 병원장은 그 환자와 병원이 서로에게 은인이라 말하며 웃는다. 이후 오산한국병원은 병상을 400개로 늘리고, 대학병원급 장비를 도입하는 등 규모를 갖춰 지역 내에서 일차적인 치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지역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필요하다는 점. 조한호 병원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을 통한 홍보가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심평원의 ‘우리 동네 좋은 병원 미담 발굴 프로젝트’에 오산한국병원의 사연이 소개돼 놀랍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환자분이 심평원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우리 병원을 알고 오셨다는 점이 무엇보다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오산 지역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병원이 있어 안심된다는 사연을 읽고, 그간 감동, 정직과 신뢰를 주는 병원이 되고자 노력해온 구성원들의 노고가 인정받은 것 같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병원, 자랑스러운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균형 잡힌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노력
오산한국병원은 지역주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필수의료를 적시에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지역 내 일차의료기관과 원활하게 소통하며, 불필요하게 타 지역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귀중한 시간과 사회 간접비용을 최소화하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한편 지역병원이 겪는 의료인력 수급 문제와 이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 병원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병원을 믿고 찾는 지역주민들 덕분에 개원 20주년을 맞았고, 24개 진료과, 400병상 규모의 지역완결형 거점병원으로 성장하게 되어 보람과 자부심이 크다.
“지역 의료기관이 활성화되고 지역 환자의 버팀목이 되기 위해서는 각 의료기관의 종별 기능과 역할에 부합하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하고, 불필요하게 상급종합병원만 찾아 전전하는 의료소비 행태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한호 병원장은 의료기관 특성상 인건비가 운영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현재 인력수급으로 인한 어려움이 심각한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위기 상황이라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규제보다는 협력과 지원을 통한 발전 방안을 모색해주시길 기대해봅니다. 아울러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처럼 지역민과 의료기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를 개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mini interview
믿음을 주시면
감동을 드리겠습니다
오산한국병원 조한호 병원장
경기도 오산시는 인구 25만 명, 오산을 생활권으로 하는 인구는 50만 명에 육박합니다. 이에 오산한국병원은 지역주민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발전을 거듭하여 대학병원급 의료진과 시설을 갖추었습니다. 또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해 현재의 시스템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 흐름에 따른 ‘AI 활용 스마트 병원’ 모델 구축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최상의 의료를 선도하는 최첨단 병원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산한국병원 20년 역사가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지역주민 곁을 든든하게 지키는 병원이 되도록 다시 한번 힘찬 도약을 준비하겠습니다. 그간 우리 병원에 보내주신 주민들의 신뢰에 감사드리며, 믿음을 주시면 감동을 드린다는 약속,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