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이 있다. 운동을 비롯해 대체로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들의 실천은 언제나 ‘내일부터’다. 이제는 의지를 탓하지 말고 습관을 설계하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글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가속노화=부정적인 습관의 결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습관을 이렇게 정의한다. 첫째,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둘째,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적 고정된 반응 양식. 여기서 ‘되풀이’, ‘고정’에 주목해야 한다. 쉽게 말해 습관이란, 특정 행동을 의식하지 않고 되풀이하는 것을 말한다.
가속노화는 대부분 부정적인 습관의 결과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늙지 않고 몇십 년에 걸쳐 늙어간다. 가속노화를 유발하는 생활습관이 가랑비에 옷 젖듯 사람을 늙게 만든다. 수면 부족, 운동 부족, 스트레스, 가속노화 식사(야식, 과식 등), 흡연, 음주 등이 그렇다.
2024년도 어느덧 절반이 지났다. 사람들은 연초에 자신과 굳게 약속을 하곤 하는데, 그 내용은 대체로 저속노화와 관련이 있다. 운동, 금연, 금주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자신과 한 약속을 잘 지키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새해 계획 등 건강 관련 다짐을 하는 분들을 관찰하면서 느낀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내용이 다소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운동하겠다는 다짐을 했다면, 근력운동을 위해 헬스장을 다닐 것인지, 전문 트레이너에게 배울 것인지, 아니면 집에서 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아, 정말 운동해야 하는데…. 귀찮은데 내일 하지 뭐’ 하다가 실천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기 쉽다. 둘째, 자신의 습관이 가진 힘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헬스장에 등록하고, 운동복이나 신발을 사는 등의 행위는 비교적 간단하며 성취감을 준다. 하지만 이렇게 산 옷과 신발을 착용하고 실제로 헬스장에 가서 운동한 건 몇 번이나 될까?
습관 바꾸기, 방법을 알면 누구나 가능
하루는 24시간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여유 시간을 지금껏 운동 외의 활동에 써왔다면, 애초에 운동할 시간은 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잠을 줄이면서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저속노화는 충분한 수면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나쁜 습관을 없애거나 바꾸고, 대신 운동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다. 습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 기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찰스 두히그는 저서 《습관의 힘》에서 습관을 바꾸는 것이 항상 쉽지만은 않고, 바꾼다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지만, 그 방법을 알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선 ‘신호-반복 행동-보상’이라는 습관의 단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행동에 대한 습관 고리를 찾아야 새로운 반복 행동으로 교체하는 방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달라질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더해지면, 새로운 변화가 나타난다.
사례
40대 심평원 씨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평소 자신의 체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지만 최근 운동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한창때는 이틀 밤을 새워도 끄떡없었는데, 요새는 하루만 밤을 새워도 다음 날 매우 힘이 든다. 점점 배도 나오고 몸도 무겁다. 평원 씨는 큰마음을 먹고 집에서 가깝고 시설도 좋은 헬스장에 등록했다. 퇴근 후 집에서 옷만 갈아입고 바로 헬스장에 가서 운동할 계획도 세웠다.
퇴근을 한 평원 씨는 이제 헬스장에 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오늘은 무척 힘든 날이었다. 상사에게 대판 깨졌고, 퇴근길 지하철에는 오늘따라 사람이 유독 많았다. 집에 도착하자 평원 씨는 가방을 던지듯이 내려놓고 재킷은 벗어서 어딘가에 대충 걸쳐둔다. 그러더니 소파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본다. 몇 시간 동안 계속 스마트폰만 보다가 일어나서는 화장실로 간다. 드디어 운동하러 가는 것일까? 샤워를 마치고 나온 평원 씨는 침대로 가더니 그대로 잠들어버린다.
저속노화는 작은 발걸음으로부터
‘신호’는 하루 중 특정 시간과 장소, 감정 상태, 특정 인물의 존재, 직전(直前) 행동 등 5개로 구성되어 있다. 위 사례에서 신호는 ‘퇴근 후, 집 안, 녹초가 됨, 아무도 없는, 옷과 가방을 대충 던져둠’ 등으로 구성된다. 앞의 네 가지는 당장 바꾸기가 어려운 것들이기에, 마지막 요소인 직전 행동 ‘옷과 가방을 대충 던져둠’을 재구성해볼 수 있겠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곳에 새로 산 운동복과 신발을 두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운동하기로 한 결심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 또는 아예 집에 들르지 않고 헬스장으로 바로 가는 방법도 있다.
마지막 고리인 ‘보상’도 중요하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이유는 스마트폰, 특히 쇼트폼이 제공하는 보상이 워낙 즉각적이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반면 운동은 보상이 늦게 오는 대표적인 행위 중 하나다.
스마트폰이 주는 보상을 억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스마트폰을 일정 시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품(일명 금욕상자)을 써본다. 둘째,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발상을 전환하여 운동 후 SNS에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사진을 올려 ‘좋아요’와 ‘댓글’ 등으로 보상을 받는다.
찰스 두히그는 이렇게 말한다. 습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그 습관을 변화시킬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라고. 지금 내가 바꾸고자 하는 습관 중 가장 바꾸고 싶은 것 딱 한 가지만 정해서 ‘신호-반복 행동-보상’을 분석해보자. 작은 발걸음이 모여 저속노화라는 큰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임상조교수.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등의 저자이며,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