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건강

노화 시계를 가속하는
만성 스트레스 관리하기

스트레스는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신체적 긴장 상태를 말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싸우거나 도망치는(fight or flight) 반응을 한다. 스트레스는 수렵·채취 사회에서 동물이나 사람의 생명이 위협당하는 위기에 처했을 때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현대사회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스트레스 요인 대부분이 물리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 몸은 여전히 위급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스트레스반응이 만성화되면 신체에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생존을 위해 작용하던
스트레스반응 호르몬의 만성화

현대사회에는 수많은 스트레스 요인이 존재한다.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처음에는 흥분·각성 효과가 있는 교감신경의 신경전달물질 농도가 빠르게 올라갔다가, 상황이 종료되면 곧바로 바닥까지 떨어진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 앞에서 연설이나 노래를 하기 직전에는 가슴이 뛰고 호흡도 가빠지지만, 상황이 종료되면 금세 원래대로 돌아간다. 연설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반복해서 경험한다면 스트레스를 덜 받고 능숙하게 해낼 수 있게 되지만, 층간소음, 고객 또는 상사의 분노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에 계속 시달리다 보면 점점 만성적으로 교감신경 관련 호르몬이 상승했다가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는 상태가 유지된다. 이것이 바로 만병의 근원이라 불리는 만성 스트레스다. 이 만성 스트레스가 분자생물학적으로 질병의 발현과 노화의 속도를 빠르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면역력과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 코르티솔

스트레스를 받다가 암 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이 이와 연관된다. 코르티솔은 우리 몸에 비상사태를 선포해서 섭취한 에너지를 지방조직에 저장하거나, 근육을 녹여 포도당을 생성해 신체가 최대 에너지를 낼 수 있게 하는 호르몬이다. 이러한 코르티솔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기도 하여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코르티솔이 면역억제를 하는 상황임에도,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IL6, TNF-α 등 염증 물질의 농도가 증가하며 오히려 만성염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코르티솔은 기억의 저장을 담당하는 해마를 비롯한 뇌 전체를 위축시키기도 하여, 기억력·집중력 등 여러 측면의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 더불어 전두엽 기능에도 영향을 주어 여러 쾌락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고, 우울·불안·수면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 근육은 빠지고, 복부지방은 쌓이게 한다. 이는 잠을 못 자면 벌어지는 일, 단순당과 정제곡물에 중독되면 벌어지는 일, 운동하지 않는 생활 습관을 지속하면 벌어지는 일 등 노화와 질병 발생 속도를 높이는 삶속의 다양한 인자를 모두 다 모아놓은 효과를 낸다.

원인을 모두 없앨 수 없다면 반응 관리 훈련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 중 첫 번째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요인과 계기를 파악해 최소화하여 일상을 리모델링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과도하게 채워진 일정을 정리하고, 부정적인 사람이나 상황을 피하는 등 스트레스반응을 촉발하는 부정적인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만성 스트레스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몸과 마음이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반응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중 임상 연구를 통해 가치가 잘 알려진 명상은 우리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현재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는 연습을 통해 과거를 끊임없이 떠올리는 반추와 미래를 걱정하는 불안을 다스려 스트레스반응을 완화한다. 명상을 꾸준히 하면 뇌의 연결성을 바꾸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코르티솔 증가량을 낮추며, 집중력·작업기억력·문제해결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여러 명상 방법 중 가장 널리 사용되고 스트레스 개선의 효과가 잘 알려진 마음챙김 명상을 소개한다.

'마음챙김 명상'의 세 가지 요소

1) 떠오르는 생각이나 몸 안팎의 감각에 집중하여 현재 느껴지는 여러 정보를 관찰하고 자각

2) 이러한 정보를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

3) 현재 순간에 집중

호흡을 끊거나 긴장된 호흡을 하지 않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억누르려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앉거나 누운 상태뿐 아니라 서서 할 수도 있고(참장), 걷기나 달리기, 수영, 근력운동, 스트레칭을 하면서도 실천할 수 있다. 소위 ‘멍때리기’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깊은 호흡을 연습하는 것도 스트레스 관리에 유용하다. 교감신경을 진정시키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스트레스반응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 외에 취미나 창작 활동, 종교 활동, 봉사나 사교 등 사회적 활동이나 즐거움을 주는 활동을 하면서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만성 스트레스에는 약이 없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방법도 없다. 그렇기에 단기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생활 방식의 일부로써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익혀야 한다. 이를 계속 실천한다면 노화 속도를 늦추고, 여러 질환의 발생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마음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임상조교수.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등의 저자이며,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