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잠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약 34만 명이던 국내 불면증 환자는 2019년 약 63만명으로 증가하였다. 불면증은 단순히 잠을 설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건강에도 지장을 줄 수 있어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글 김희연 /
감수 정유석 단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실력을 인정받는 LA경찰국 소속 베테랑 형사 ‘도머’(알 파치노)는 오랜 파트너 ‘햅’과 알래스카의 외딴 마을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알래스카로 향한다. 낮과 밤의 경계가 모호해진 백야 속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던 도머는 용의자를 쫓던 중 안개 너머의 햅을 용의자로 오인해 사살한다.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한숨도 못 잔 도머의 정신은 몽롱해지고 동료를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그의 불면증은 극에 달한다. 도머는 불면증을 이겨내고 진짜 살인범을 잡을 수 있을까?
두 가지 유형의 불면증
흔히 불면증이라 하면 잠들기 어려운 것만 떠올린다. 하지만 불면증은 잠드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입면 장애’와 잠은 들지만 자는 중간에 자주 깨거나 너무 일찍 잠에서 깨는 ‘수면유지 장애’를 모두 뜻한다. 밤에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면 수면 부족 상태가 되어 낮 동안 졸음, 피로감, 의욕 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일상에도 지장을 주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불면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해 쉽게 정의할 수 없지만, 주로 평소 수면 시간이나 습관이 불규칙한 사람에게 나타난다. 일시적인 불면증은 여행으로 인한 시차, 새로운 직장, 이사 등으로 평소 생활 리듬이 바뀌는 것이 주원인인 경우가 많고, 바뀐 상황에 적응하면 증상이 사라진다. 만성적인 신체질환이나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 약물 장기 복용, 카페인 함유량이 높은 커피나 지나친 음주도 불면증 의 원인으로 꼽힌다.
수면 습관 개선이 우선
단순히 개인이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호소한다고 해서 불면증 진단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한 달 이상 수면에 어려움이 있고, 낮 동안의 피로감으로 일상에 문제가 있을 때 진단한다.
‘수면일기’를 써 자신의 수면 패턴을 확인하는 것도 불면증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잠자리에 든 시간, 일어난 시간, 잠에서 깬 횟수, 낮잠 시간 등을 기록하면 수면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번거롭긴 하지만 ‘수면다원 검사’는 수면 중 발생하는 여러 가지 소견을 모니터링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뇌파검사, 근전도 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진행한다.
건강한 수면 습관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불면증은 호전될 수 있다. 전날 잠을 자지 못해 낮에 피곤하더라도 낮잠을 자지 않는 것이 좋다. 낮잠을 자면 밤에 또 잠을 못 자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침대는 잠자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하고, 침실 환경을 바꿔보는 것도 좋다.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한 물로 목욕하면 잠드는 데 도움이 된다.
비약물 치료를 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불면증으로 인한 일상의 불편함이 커지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약물 치료 병행을 고려할 수 있다. 약물은 가능하면 소량으로 단기간 복용해야 한다. 주로 항우울제, 항불안제(벤조다이아제핀, 수면유도제) 같은 전문 의약품과 멜라토닌이나 항히스타민제 같은 일반 의약품을 사용하는데, 약물치료는 내성과 금단 증상을 고려하여 진행해야 한다. 약물을 남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수면제는 중독성이 있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무조건 기피하는 것도 지혜롭지 않다. 이전과 달리 최근 병의원 처방약 중에는 중독이나 내성 발생이 거의 없는, 비교적 안전한 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