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이야기 + 트렌드 읽기

한동안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는 ‘가성비’였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뜻하는 말로 저렴한 가격에 최대의 효율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저가 항공과 편의점, 마트의 자체 브랜드 상품, 대용량 커피 등이 등장해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제 소비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편리함을 위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편리미엄’이 소비 키워드로 떠올랐다.

편집실 / 참고 「트렌드 코리아 2020」 (미래의창)

현대인은 합리적이다. 자신의 시간을 아끼고 힘을 덜 쓰면서 최대의 효율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 가사 노동, 배달, 청소 등 사소하지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영역에서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한다.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편리미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시간은 줄이고 편의성은 높이고

바쁜 현대사회에서 시간적 여유의 가치는 엄청나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들이 투자해야 할 시간을 줄여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이 사용된다.

유튜브로 영상을 재생하면 본영상 시작 전에 광고 영상이 먼저 나온다. 소비자는 5초 후에 이 영상을 건너뛸 수 있다. 이 짧은 시간조차 아까운 소비자들은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한다. 월 7,900원으로 광고 없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불필요한 광고 시청보다 일정 금액을 내고 시간을 절약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이 서비스와 결합하면 소비자 만족도는 더욱 높아진다. 스마트폰으로 미리 음식·음료, 물건 등을 주문하고 받아보는 ‘스마트 오더’가 대표적이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스마트 오더 시스템 ‘사이렌 오더’는 소비자가 주문을 위해 줄을 서거나 기다릴 필요 없이 원하는 음료를 주문하고 바로 받을 수 있다. 소비자의 대기시간은 줄고 매장 회전율은 높아져 많은 외식 업체가 스마트 오더 방식을 채택했다.

노력은 줄이고 시간적 여유는 확보하고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일에 노력과 시간을 쏟느니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하고 자기 일에 집중하려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심부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쓰레기 버리기부터 음식 배달, 세탁물 수거, 우편물 발송, 벌레 잡기 등 소소하지만 귀찮은 집안일을 해준다. 최근에는 홈클리닝 업체들도 큰 성장을 보였다. 청소 교육까지 받은 가사 전문 도우미들이 집을 대신 청소해주는 것이다. 집안일에 소모할 에너지를 더 생산적인 일에 쓰고자 하는 소비자가 주 고객이다. 세탁서비스도 등장했다. 앱을 이용해 밤에 세탁물을 문 앞에 내놓으면 24시간 내에 차곡차곡 정리까지 마친 세탁물이 전용 수거함에 배송된다.

편리미엄 서비스의 주요 이용층은 젊은 부부와 1인 가구인데, 이들은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부족한 시간을 효율성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밀레니얼 세대기도 한 이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만족을 중시하고 물건 소유보다는 경험을 선호하기 때문에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이러한 점이 편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다.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자신의 삶이 조금 더 편해질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그 서비스를 선택한다.

코로나19로 진화하는 편리미엄

올해 초 시작돼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편리미엄 트렌드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가전 시장의 트렌드 변화가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그동안 필수 가전으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식기세척기,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로봇청소기,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등이 전년 대비 큰 폭의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식품 역시 특별한 조리 과정 없이 간단히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과 손질된 재료와 양념이 포장된 ‘밀키트’ 등의 형태로 편리미엄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편리미엄에 언택트가 더해져 이커머스와 주문 배달 업계도 호황을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온라인쇼핑 총거래액은 36조 4800억 원으로 역대 1분기 최고액을 경신했다. 음식 배달 거래액도 1분기 3조 5000억 원을 넘어서며 3년 만에 시장 규모가 7배 커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편리미엄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눈여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