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야기 + 테마건강

65세 이상 여성들의 건강에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잘못된 생활 습관이다.

금연과 적정 음주, 소식과 채식 위주의 식사, 신체활동 외의 잘못된 생활 습관이 건강을 위협한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제부터 65세 김영희(가명) 씨의 일상을 살펴보고, 그녀의 생활 습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자.

이경실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증진센터·가정의학과 교수 / 사진 송인호

김영희 씨는 40대 중반부터 서서히 살이 찌더니, 폐경 후에는 온몸이 고장 난 느낌이 들었다. 50대 초반에는 당뇨와 고지혈증을 진단받고 약을 먹고 있다. 얼마 전에는 골다공증 진단을 받고 매일 칼슘과 비타민D 보조제, 일주일에 한 번 골다공증 약을 추가로 먹고 있다. 또 의사는 진료 때마다 지방간이 있으니 뱃살을 빼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한다. 하지만 살을 빼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김영희 씨는 평소 힘이 없을 정도로 적게 먹는데, 살은 정말 안 빠진다. 고기는 전혀 손대지 않고, 당뇨에 좋다는 현미 잡곡밥에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한다.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 얼마 전에는 경기도 인근으로 이사해 텃밭에서 유기농 채소를 직접 재배해서 먹고 있다. 텃밭을 가꾸면서 신체활동은 젊었을 때보다 더 많아졌다. 건강을 생각하는 여성 노인들은 대부분 김영희 씨처럼 지낸다.

만약 암 같은 큰 병까지 있다면 그 강도는 훨씬 세진다. 이 바람직한 생활 습관에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금연, 적정 음주, 소식, 채식 위주의 식사, 강도 높은 신체활동에 더해 65세 이후에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지내면 
계속 힘이 없고 피곤하다

김영희 씨에게 생긴 당뇨병, 고지혈증이 평소에 기름진 식사를 많이 해서일까? 아니다. 우리나라 여성 노인 중 기름진 식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70%는 지방 섭취가 부족하고, 30%는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며, 이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훨씬 더 심각하다. 그런데 많은 여성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 질환을 진단받는 순간부터 고기를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그리고 밥과 나물 반찬 위주로 식사하면서 점심은 가볍게 먹기 위해 칼국수나 수제비 같은 면 요리나 빵, 떡, 옥수수 등으로 해결한다. 그런데 면 요리, 빵, 떡, 옥수수는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단순 탄수화물이며, 일종의 나쁜 탄수화물이다. 단순 탄수화물 위주의 소식은 필수 영양소인 칼슘, 지방, 단백질 섭취를 어렵게 하고 이는 영양불균형 상태를 만든다. 그래서 60~70대 여성들은 늘 기운이 없어 누워 있는다. 그러다 깜박 졸고 나면 기운이 좀 돌아서 집안일을 잠깐 하는데, 이내 또 기운이 빠지고 입맛이 없어 또 해 먹기 쉬운 국수, 빵, 떡, 옥수수를 먹는다. 악순환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인간의 몸에서 근육은 젊었을 때나 필요한 장기다. 인류의 역사에서 95%의 시간은 먹을 것이 귀했으며, 대부분의 여성은 40대에 이미 손주를 보고, 폐경 직후인 50대에 사망했다. 즉, 지금처럼 폐경 후 증후군이나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은 1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몸은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심장과 뇌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하는데, 근육은 이러한 전략에 가장 방해되는 장기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줄어든다. 또 노인이 되면 후각이나 미각 기능이 떨어져 배가 덜 고파 덜 먹게 된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젊었을 때처럼 활력 있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근력운동은 필수!

몸이 근육을 포기하고 심장과 뇌 건강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계속 근육이 필요하다는 자극을 주어야 한다. 근육을 계속 필요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근육을 계속 써야 한다. 즉,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 근육을 자극해서 몸이 ‘아, 이 근육을 계속 쓰네, 줄이면 안 되겠네’라는 신호를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근육이 유지된다. 이보다 더 근육을 쓰게 되면 ‘아, 현재로는 부족하구나, 더 키워야겠네’라고 입력되는 것이다. 만약 걷는 것으로 채우려면 매일 만 보를 걸으면 된다. 내 몸이 매일 음식을 구하러 다녀야 한다면 근육을 줄일 수 없다. 그리고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거운 것을 들게 되면, 몸통을 유지하기 위해 뼈를 튼튼히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게가 실리는 체중부하운동이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과 관련한 뼈건강에 필수적인 생활 습관이다.

단백질 섭취로 근육을 유지하라

근육을 보강하려고 해도 재료가 없으면 한계가 있다. 근육을 유지하고 활력 있게 살려면 단백질 섭취가 필수다. 그렇다면 얼마나 먹어야 할까? 그 양은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노인의 경우 일반 성인보다는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미국이나 유럽 노인학회에서 추천하는 단백질 일일 섭취 권장량은 자신의 체중에 1.2g을 곱한 값이다. 60kg 여성 노인이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단백질양은 72g이다. 성인의 일일 단백질 섭취 권장량이 자신의 체중에 0.8g을 곱한 것인데, 이와 비교하면 꽤 높은 비율이다. 하지만 문화 특성상 단백질 섭취가 적은 우리나라에서 외국 노인학회의 권장량을 따르기는 어렵다. 단백질 72g이 식품으로 얼마인지 계산해보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양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생선 100g을 섭취하면 단백질을 약 20g 정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즉, 소고기로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을 채우려면 매일 350g 정도를 먹어야 하는 것이다. 한식 문화에서는 불가능한 권고안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영양학회에서는 여성 노인의 경우 40g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즉, 소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생선 등을 골고루 매일 200g 정도 먹는 것이다. 고기 200g을 매일 먹는 것도 사실 비현실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을 동시에 섭취하면 된다. 육고기, 생선, 달걀, 콩이나 두부, 두유, 치즈나 우유 등을 골고루 먹으면 된다. 이렇게 매일 먹으면 당연히 기운이 날 것 같지 않은가? 실제로 그렇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일’이다. ‘어쩌다’가 아니고 ‘매일’ 단백질을 골고루 먹으라는 것이다.

잘 먹는 게 먼저인가, 운동이 먼저인가?

나이에 따라 다르다. 노인의학의 다른 말은 영양의학이라는 말이 있다. 즉, 노년기에는 고단백식으로 잘 먹는 것이 먼저이고, 그다음에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 즉, 고단백식 위주로 건강하게 먹고 근육을 매일 움직여야 한다. 고단백식으로 골고루 잘 먹으면 기운이 난다. 기운이 나면 더 움직일 수 있어 당연히 체중조절과 지방간 개선이 따라온다. 게다가 고지혈증이나 당뇨 조절도 잘된다. 당뇨병은 피 속에 당분이 많은 상태인데, 몸에 근육이 많으면 당분을 근육에 저장할 수 있다. 그래서 근육이 많은 사람은 당뇨병이 잘 생기지 않고, 설령 생기더라도 쉽게 나빠지지 않는다. 근골격이 움직이면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올라가고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떨어진다. 물론, 콜레스테롤은 폐경 이후에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경우라면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