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포스트 코로나

1월 중순 슬그머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코로나19는 불과 몇 달만에 세계 모든 국가와 사람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존재가 되었다. 코로나19가 지배하는 세상은 일상적 삶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의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파괴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었나? 인류는 언제쯤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지배하는 시대와 그 이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정해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교수

코로나19,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감염병 종식을 위한 조건 첫 번째, 조기에 환자를 발견하고 격리하여 지역사회로의 전파를 완벽하게 차단해 자연 소멸하게 한다. 두 번째, 집단면역 수준을 충분히 높여 질병의 전파를 어렵게 한다. 코로나19는 위 조건 중 어느 것 하나도 만족시키기 힘들다. 중국에서 초기 대응에 실패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미 세계적으로 퍼진 현재 상태에서 한 국가 혹은 완전히 폐쇄된 지역사회가 아닌 한 코로나19로부터 완전한 격리는 불가능하다. 세계화가 고도로 진행된 현대에는 그 어느 국가도 완전한 유입 차단은 힘들다. 설사 일부 국가에서 완전한 봉쇄로 일시적인 유입 차단을 이루었다 할지라도 향후 1년 혹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봉쇄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관점에서는 자살행위에 가깝다.

집단면역의 형성은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전염병의 종식 방안이다. 지역사회 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의 형성 전략은 전제조건으로 치명률이 낮고 발생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은 세계적으로 4.6%에 달하는데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여서 요양시설 등의 관리에 위기를 맞고 있다. 통상 치명률이 0.01~0.1%인 계절 인플루엔자나 신종플루와 비교했을 때 코로나19의 치명률은 지역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이다. 범유행 초기에 집단면역을 선언한 유럽 국가들은 발생속도 조절과 취약집단 보호에 성공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10%를 상회하는 높은 치명률로 많은 희생을 치렀다. 그러나 혈청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 항체 양성률은 5~10%에 불과해 이상적인 지역사회 유행의 억제선인 60%에 도달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코로나19는 집단면역 정책으로 대응하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하고 속도 조절이 매우 어려워 굳이 비유하자면 폭탄을 앞에 두고 불놀이를 하는 것과 같다.

또 백신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나 효과적인 백신 개발에는 수년 이상이 소요된다.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면역 형성이 이루어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가능할지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힘들다.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에 관한 연구에서 회복기에 형성된 항체가 3~6개월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이 바이러스군의 특성이 영구적인 방어 항체 형성이 힘든 것이라면 집단면역과 백신을 통한 질병의 종식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현재까지의 사실을 근거로 판단할 때 종식에 이르는 시간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길고도 머나먼 길이 될 우려가 매우 크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을 현재보다 낮추고 중증환자 조기 발견과 효과적인 대응으로 희생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인 기대로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이 질환의 발생을 지역사회 의료기관의 수용범위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로서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예방책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공중보건학적인 관리다.

아마도 우리는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코로나19와 같이 살아야 할지 모른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종식될 때까지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향후 우리의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종식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코로나19와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상황은 아직도 긴 동굴의 끝이 아닌 시작점에 불과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모습

코로나19와 더불어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사람과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를 지키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실천해야 하는 세상이다. 학교가 문을 닫아 온라인 수업만 진행되고 각종 모임이 취소되고 운동경기나 콘서트를 현장에서 볼 수 없고 해외여행이 엄격하게 제한받는 세상은 공상과학 세계에서 보던 모습에 가까워 보인다.

세계화는 이미 너무나 깊숙이 우리의 삶에 들어왔지만, 물리적 이동의 제한은 세계화의 열풍 속에서 잊고 있었던 우리 주변의 것, 로컬의 가치를 다시 깨닫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경제는 무한히 파이를 키우던 성장의 환상에서 깨어나 시민들의 주머니가 비면 경제가 돌아가지 못함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생물학적,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코로나19로부터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데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언젠가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할지라도 우리의 삶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산업이 무너지고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줄을 잇는 반면 새로운 산업이 생기고 새로운 직업과 삶의 방식이 자리 잡을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고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보장하되 직접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코로나 시대의 조건은, 우리가 그간 누려오던 삶의 전제를 통째로 재정의하게 하는 반면 우리 삶의 조건 중 반드시 지켜야 할 것과 바꾸어도 무방한 것에 대한 무한한 실험을 가능케 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우리 삶의 대부분 분야에서 디폴트값을 재정의해야 하는 이른바 뉴노멀의 세상이다.

시간이 흐른 후 21세기와 4차 산업혁명은 2020년부터 시작되었다고 기술할지 모른다.

포스트 코로나와 보건의료체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보건의료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질병의 양상이 변화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의 획기적인 강화는 그간 흔히 보아오던 많은 질환을 예방할 것이다. 특히 사람 간 밀접접촉으로 전파되는 호흡기 감염병이나 분변-구강 감염성 질환 등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감시체계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여름철에 수만 명의 어린이를 감염시키는 수족구병을 비롯한 장바이러스 질환은 올해 들어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며 유행성결막염, A형간염 등도 현저히 감소했다. 계절성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호흡기 감염병 역시 50~70%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수술이나 장기 치료를 요하는 주요 만성 질환의 경우 의료자원이 감염병에 집중 투입되고 병원 접근성이 떨어져 제때 치료받지 못해 병세가 악화되거나 조기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부수적 피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직접 피해 못지않게 심각한 건강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보건의료에서 국가 역할의 강화와 더불어 공공의료의 강화는 필연적이다. 폭발적으로 밀려드는 환자를 원활히 수용하고 제한된 중환자 치료 자원을 포함한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중요하다. 지역사회 보호를 위해 국가가 감염병 관리를 책임지고, 치료를 받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도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 감염병의 직접 피해와 더불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부수적인 피해 관리 부담이 커지는데,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서 건강보험과 같은 공적보험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K-방역의 근간을 이루는 조기 발견, 역학조사를 통한 추적, 격리 및 치료는 건강보험이라는 단단한 기반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의료의 공공성 유지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각성은 향후 공공의료의 확대와 건강보험제도의 강화에 가장 강력한 바탕이 될 것이다.

건강보험은 코로나19에 맞서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크고 중요한 보루다. 치료비 걱정을 하지 않고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공적보험체계로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할 뿐 아니라 모든 진료기록이 전산화되어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질병의 예후와 취약집단의 파악, 기존 약제의 치료제로서의 활용등에 대해 신속하게 근거 기반을 산출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자산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DUR시스템을 이용해 확진자와의 접촉 위험을 실시간으로 의료진과 공유할 수 있는 것 역시 K-방역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코로나19의 대유행 후 예상하지 못한 질병의 장기 합병증을 찾아내는 데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감염병 범유행에서도 중추적 임무를 수행해왔다. 범유행을 겪으면서 우리 건강보험체계의 공공성이 더욱 강화되고 감염병 유행과 재난에 대응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공중보건과 질병 예방의 보루로서 더욱 확고하게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