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야기 + 우리집 상비약

여름철 잦은 복통설사

알맞은 약 고르기

여름은 더운 날씨로 인한 식습관 변화와 부패, 여행 등으로 복통이나 설사를 겪기 쉬운 계절이다. 매우 흔한 증상이지만 다른 질병으로 인해 나타날 수도 있으니, 발열,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되거나 며칠 동안 지속된다면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일시적이고 증상이 가벼운 대부분의 경우에는 일반약을 활용할 수 있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 사진 백기광

배가 아프면 진통제나 소화제를 복용하게 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복통은 음식이나 약에 대한 민감성, 스트레스 등으로 부교감신경이 자극되어 위장관 벽의 근육(평활근)이 지나치게 수축해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복통이 일어났을 때는 진통제보다 위장관 평활근을 안정시키는 약인 진경제를 복용하는 것이 효과가 더욱 좋다.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생리기간 중에 겪는 쥐어짜는 듯한 통증 또한 자궁 근육이 수축되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진경제를 쓰면 효과적으로 가라앉힐 수 있다. ‘생리통약’으로 준비해둔 약에 진경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면, 복통에도 효과가 있으니 복용해도 된다.

위장관 경련을 진정시키는 진경제에 해당하는 성분에는 부교감신경차단제, 평활근 이완제, 위장관운동 조절제가 있다. 부교감신경 차단제인 dicyclomine(디사이클로민), scopolamine(스코폴라민)은 위장관 평활근을 수축시키는 부교감신경을 차단해 위장관 수축을 막는다. 이 성분의 부작용으로는 입마름, 시야 흐림, 동공 확장, 소변이나 대변이 안 나오는 증상 등이 있으니 녹내장이나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papaverine(파파베린)과 alverine(알베린)은 다른 방법으로 위장관 평활근을 이완시킨다. trimebutine(트리메부틴)은 위장관운동이 증가되어 있으면 억제시키고, 억제되어 있으면 증가시켜 정상적인 상태로 만들어준다. 그래서 변비, 설사, 구역, 복통 등 여러 상황에 쓰인다. simethicone(시메시콘)은 가스를 제거해 가스로 인한 통증을 가라앉힌다. 가스가 없어지면 기포도 사라져 장 내부가 깨끗하게 보이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 전에 복용하기도 하는 성분이다.

지사제 성분, 꼭 확인

설사는 배변 횟수나 양이 증가하거나 변과 함께 많은 수분과 전해질이 배출되는 증상이다. 그러니 물을 충분히 마시고, 섬유소와 지방이 적어 빨리 소화되고 위장관을 자극하지 않는 음식으로 영양을 보충해야 한다. 특히 3세 미만이거나 70세 이상인 경우 탈수나 전해질 이상이 생길 수 있고 복용할 수 있는 일반약이 제한되니 바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설사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세균,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이다. 감염성 설사인 경우 비감염성 설사에 비해서 증상이 급성으로 나타나고 혈변이나 고열, 구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경우 지사제를 잘못 쓰면 오히려 회복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으니 지사제에 포함되어 있는 약 성분을 보고 주의해야 한다.

비감염성 설사는 여러 약물과 다양한 질환에 의해 생기는 설사를 말한다. 아주 다양한 약의 부작용으로 설사가 있는데, 대표적인 약으로 항생제를 들 수 있다. 약 부작용으로 설사가 생긴 경우 그 약의 복용을 중단하면 며칠 안에 설사가 멎으며 복용 중에 멈추는 경우도 있다. 반드시 공복에 먹어야 하는 약이 아니라면 음식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약으로 인한 설사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설사약, 즉 지사제 성분에는 흡착제, 장운동 억제제, 분비 억제제, 정장제, 항감염제가 있다. 흡착제에는 dioctahedral(디옥타헤드랄), kaolin(카올린), pectin(펙틴)이 있다. 이 성분들은 몸속에서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 독소, 바이러스 등에 달라붙어 장 밖으로 배출시킨다. 하지만 영양소나 다른 약들도 함께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있으므로 음식이나 다른 약의 흡수를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흡착제와 1~2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한다.

장운동 억제제는 증상에 맞게

장운동 억제제는 장의 연동운동을 감소시켜 변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늘린다. 이러면 대변과 함께 빠져나갈 뻔한 수분과 전해질을 다시 흡수할 수 있어서 몸 밖으로 배설되는 양이 줄어든다. 일반약으로 쓰이는 장운동 억제제에는 loperamide(로페라마이드)가 있는데 이 성분은 대부분의 급만성 설사에 효과적이나 감염성 설사일 때 복용하면 안 된다. 장운동이 억제되면 설사의 원인인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위막성 대장염이나 궤양성 대장염에 사용할 경우 거대결장이 생길 수 있으니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

분비 억제제는 수분 배설을 줄이는데, 이에 해당하는 성분인 bismuth(비스무스)가 포함된 일반약은 여러 가지가 있다. 구역, 복통 등의 증상을 진정시키며 여행자의 설사 증상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부작용으로 혀가 검게 착색되거나 변이 까맣게 되기도 한다.

정장제(probiotics, 프로바이오틱스)는 위장관 안의 정상 미생물 집단을 강화해 설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유해균이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Lactobacillus(락토바실러스), enterococcus(엔테로코커스) 등 다양한 미생물이 쓰인다. 정장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안전한 약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면역력이 심하게 저하된 환자는 정장제에 포함된 미생물에 감염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항감염제는 항생제만큼 강한 효과는 아니지만 설사의 원인인 유해균에 항균작용을 한다. 여행지에서는 길거리 음식을 먹거나 깨끗하지 않은 물을 마시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항감염제 성분이 포함된 지사제를 챙겨 가는 것이 좋다. 일반약에 쓰이는 항감염제 성분에는 acrinol(아크리놀), berberine(베르베린), nifuroxazide(니푸록사지드)가 있다.

불편한 부위나 증상이 다르다 하더라도 쓰는 약의 성분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또 복통에 쓰는 성분이 녹내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등 예상치 못한 주의 사항이 있는 경우도 있다. 상비약을 갖추고 복용할 때는 약의 이름보다는 포함되어 있는 성분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어려울 땐 가까이 있는 약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