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이야기 + 우리집 상비약
속쓰림 다스리는 위장약
이것만은 알고 복용하자
위장약은 ‘탈이 난 위와 장에 쓰는 약’을 말하는 단어지만, 일상적으로 ‘속쓰림’에 쓰는 약, 즉 제산제와 위산 분비 억제제를 위장약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한하여 알아본다.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 사진 백기광
속쓰림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인 위산은 음식물을 분해하는 데 필요하지만 너무 많이 분비되면 불편함을 일으킨다. 하지만 위산이 많이 분비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위 점막을 손상하는 물질과 방어하는 물질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그래서 위장약을 복용해 위 점막을 손상하는 위산을 중화하거나 위산 분비를 억제하고, 위점막을 보호하면 속쓰림을 개선할 수 있다.
위산 분비를 늘리는 원인 중에는 약도 포함되어 있어서 약을 먹을 땐 무조건 위장약도 함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약이 이런 부작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충분한 양의 물과 함께 복용하면 위장 부작용은 줄어들기 때문에 제산제를 반드시 함께 복용할 필요는 없다. 전 국민의 뇌리에 박혀 있는 ‘약은 식후 30분에’라는 지침의 여러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위장관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름에 ‘필름코팅정’, ‘당의정’, ‘장용정’ 등이 포함된 약은 그 자체로 먹으면 맛이 쓰거나 속이 쓰린 등 복용이 불편하기 때문에, 일부러 ‘필름’, ‘설탕옷(당의)’, ‘위가 아닌 장에서 녹는 껍질(장용)’ 등으로 약 표면을 감싸 놓은 것이다. 그러니 그런 약은 씹거나 부숴 먹으면 약 성분이 그대로 방출되어 속이 더 쓰릴 수 있으니 알약 상태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진통제를 먹어야 하는데 속쓰림이 걱정된다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을 먹도록 하자.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NSAIDs를 복용하면 속쓰림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제산제, 위산 분비 억제제 복용은 2주 내로
제산제는 위산을 중화하는 동시에 점막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일반의약품인 제산제에는 대개 마그네슘과 알루미늄이 포함되어 있다. 약 성분에 aluminium(알루미늄), magnesium(마그네슘), almagate(알마게이트)가 적혀 있다면 이에 해당하는 약들이다. 그중에는 겔이나 액체 형태로 되어 빨리 흡수되도록 만들어진 약이 많다.
이 약들은 흡수가 빠른 대신에 1~2시간 후면 약효가 사라지기 때문에 하루에 4회 정도 복용해야 한다. 그리고 현탁액인 약들은 가만히 두면 약 성분이 가라앉으니 복용 전 흔들어 약 성분이 고루 섞이도록 해야 한다. 제산제는 다른 약들의 흡수나 배설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복용 중인 약이 있는데 제산제를 복용해야 한다면 복용 간격을 1~2시간 정도 둬야 한다.
이상반응은 복용 기간과 양에 따라서 결정된다.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산성 환경에서 흡수되는 여러 영양소가 제대로 흡수되지 못해서 칼슘 등 미네랄과 여러 비타민이 결핍되기 쉽다. 그리고 제산제의 마그네슘 성분은 설사를 일으키며, 알루미늄 성분은 변비를 일으킨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분들은 이 두 성분을 잘 배설하지 못해 전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제산제는 증상을 효과적으로 개선하지만 근본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그러니 2주 이상 복용해도 속쓰림 등의 증상이 그대로라면 이상반응이 생길 위험이 커지니 더는 복용하지 말고, 위염이나 식도질환 등 다른 원인 질환을 찾기 위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위산 분비 억제제는 말 그대로 위산 분비 자체를 억제한다. 제산제에 비해 작용시간이 길어 하루에 1~2회 복용하면 되지만, 속쓰림 증상을 완화하는 능력은 제산제보다 낮다. 일반약에 포함된 위산 분비 억제제 성분에는 famotidine(파모티딘)과 nizatidine(니자티딘)이 있는데, 둘 다 다른 약물의 약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제산제와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10~20% 정도 줄어드니 제산제와 병용할 때는 다른 약과 마찬가지로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한다. 그리고 신장 기능이 떨어진 분은 그 정도에 따라 용량을 반으로 줄여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위산 분비 억제제를 구입할 때는 약사에게 꼭 알려야 한다. 또 2주 이상 복용하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없어지는 내성이 발생하니 제산제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복용은 하지 말아야 한다.
복용하는 약에 위장약이 있는지 확인!
속쓰림 증상이 없더라도 알게 모르게 위장약을 복용 중인 분이 많다. 약의 부작용 중 속쓰림은 다른 부작용에 비해서 흔한 편이라,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위장약을 추가하는 경우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 것은 지난해 라니티딘 사태 때였다. 지난해 9월 위장약 성분 중 하나인 라니티딘 원료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 비슷한 일이었던 2018년 발사르탄(고혈압 약물 성분 중 하나) 사태 때는 문의 전화가 계속 오는 등 후폭풍이 굉장했기 때문에 매우 긴장하고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의외로 조용해서 의아해하며 이유를 생각해봤었다.
라니티딘 성분이 포함된 위장약을 복용하던 분들이 발사르탄 성분이 포함된 혈압약을 복용하는 분들보다 많았지만 막상 라니티딘에 대한 문의가 적었던 것은, 본인이 복용 중인 약에 위장약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분이 적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위장약에 불순물이 있다고? 난 당뇨약을 먹는 중이지 위장약은 안 먹는데’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기저질환이 있어 약을 복용 중이라면, 처방받은 여러 약 중에 위장약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니 이런 경우 위장약을 추가로 더 먹다가 권장하는 복용량을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원래 복용하던 약이 있다면, 그중에 위장약이 포함되어 있는지 먼저 확인해봐야 한다. 포함되어 있는 경우 그 약의 성분이 제산제라면 위산 분비 억제제를 추가하고, 위산 분비 억제제라면 제산제를 추가해 복용하는 식으로 상비약을 조절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