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야기 + 테마건강

‘아이 졸려, 짜증 나!!’ 중·고등학생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 중 하나일 것이다.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바쁘고, 스트레스받고, 잠잘 시간도 부족하니 저절로 나오는 말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청소년기에 몸에 익힌 건강한 생활 습관은 건강한 어른이 되는 첫걸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운동 부족, 수면 부족, 비만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청소년 건강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많은 건강위험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손정식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사진 송인호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 골든타임

우리나라 성인의 주된 사망원인은 암, 뇌졸중, 심장병 같은 심뇌혈관질환이다. 암과 심뇌혈관질환 모두 흡연, 음주, 비만, 신체활동 부족 등 나쁜 생활 습관과 관련이 깊다. 특히 청소년기의 흡연, 음주, 비만, 신체활동 부족은 젊은 나이에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같은 성인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로 인한 동맥경화는 청소년기, 젊은 성인기부터 진행되어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킨다. 반대로 금연, 절주, 건강체중 유지, 건강한 신체활동으로 암,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런 건강한 생활 습관은 청소년기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청소년기는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 골든타임이다.

청소년들의 주된 건강문제

흡연, 음주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 청소년의 현재 흡연율은 6.7%(남학생 9.3%, 여학생 3.8%)였다. 한 달 내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중고등학생은 3.2%(남학생 4.7%, 여학생 1.5%), 궐련형 전자담배는 2.6%(남학생 4.0%, 여학생 1.2%)로 전자담배가 청소년 흡연의 주된 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리고 한 달 내 음주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남학생은 16.9%, 여학생은 13.0%였다. 청소년기의 흡연, 음주는 성장기 신체 건강에 나쁠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적 일탈행위와도 관련되어 있으므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청소년기의 흡연과 음주는 성인기에도 지속되어 평생 건강위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청소년기부터 금연, 금주의 중요성에 대한 보건교육이 절실하다.

부적절한 식습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에 3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25.5%, 탄산음료 섭취율은 37.0%로 과거보다 증가했다. 그리고 주 3회 이상 단맛 음료 섭취율은 50.4%로 절반 이상이었다. 반면 하루에 1회 이상 과일을 먹는 비율은 20.5%로 과거보다 감소했다. 단맛 음료와 탄산음료를 자주 섭취하는 것은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 있고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과도 관련이 있다. 청소년기의 식습관은 평생 지속되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청소년기에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 급식의 건강식단화 및 교육이 필요하다.

부족한 신체활동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3∼18세 청소년은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10명 중 약 4명(38.0%)만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도 주 5일 이상 신체활동을 실천(하루 60분 이상)한 남학생은 21.5%, 여학생은 7.3%로 신체활동이 부족한 학생이 많았다.

운동과 신체활동이 부족하면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습관이 성인기까지 지속되어 결국에는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운동과 신체활동은 스트레스 해소와 정신 건강에도 매우 중요하다.


늘어나는 비만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비만군 비율은 25.0%(과체중 10.6%, 비만 14.4%)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비만은 성인기의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청소년기의 주된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인 외모에 대한 심리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청소년기의 비만은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부족한 신체활동, 수면 부족,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요인들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여러 요인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신 건강

흔히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몸은 급격한 신체 발달과 성적 성숙을 겪고, 친구나 이성관계 등 사회 관계나 정서적·정신적인 변화와 발달이 폭풍처럼 몰아쳐 혼란스러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청소년기의 정신적인 특징이 대한 민국 사회 현실에서 스트레스, 스마트폰 과의존, 우울감 등 많은 정신 건강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전반적인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청소년이 45.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18세 청소년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공부(47.3%)와 외모(13.1%)였다.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 및 의존으로 문제를 경험하는 ‘스마트폰 과의존’은 10대 청소년 10명 중 약 3명(29.3%)에 달했다.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에서도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고 응답한 경우가 전체 학생 10명 중 약 4명 (39.9%)에 달했다. 특히 여학생은 10명 중 약 5명(48.8%)으로, 10명 중 약 3명(31.7%)인 남학생보다 훨씬 높았다.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 ‘우울감 경험률’은 전체 28.2%였다. 우울감 경험률도 여학생(34.6%)이 남학생(22.2%)보다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기의 우울감은 청소년기 주된 사망원인 중 하나인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 청소년기의 정신 건강은 전 생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학교, 가정, 사회 전반이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청소년기 흔한 신체 질병

일반적으로 청소년기는 전 생애에서 신체질환이 가장 적고 건강한 시기다. 그런데 몇 가지 신체질환은 청소년기에도 흔히 발생한다.

근시로 대표되는 시력 이상은 청소년기 가장 흔한 신체질환으로 전체 초중고등학생 10명 중 약 5명(53.7%)에게 있다. 그다음으로는 알레르기성 질환이다. 흔한 알레르기성 질환 중 하나인 아토피 피부염은 학생 약 4명 중 1명(24.6%)이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다. 치아우식증(충치)도 흔한 질환으로 학생 10명 중 2명 이상(22.8%)들에게 충치가 있었다. (참고: 2018년 학생건강검사 표본 통계, 2018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청소년들의 건강 증진을 위하여

청소년기의 건강과 생활 습관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그리고 청소년기는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 골든타임이다. 그런데 공부와 성적에만 매몰되어 청소년의 건강을 챙기지 못한 것은 아닐까?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지 못하고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빠지게 만들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때다.

청소년들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환경이 중요하다. 틀에 박힌 암기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몸소 체험하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흡연과 음주가 왜 건강에 해롭고 금연, 금주가 왜 필요한지 깨닫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서는 학교 주변 음식 환경과 건강한 학교급식이 매우 중요하다. 야식, 단맛 음료와 탄산음료 섭취를 줄이고, 학교급식을 통해서 건강한 식습관을 몸에 익히게 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올바른 실태 파악과 지원이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우울감 등 정신 건강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정신 건강 검진과 규칙적인 대화와 상담이 필요하다.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을 발견하면 교사, 학부모, 전문가가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상담과 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의 운동과 신체활등을 늘리기 위해서는 학교 체육 수업의 내실화, 즐거운 운동, 활동 공간과 프로그램 마련 등이 필요하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미래인 청소년의 건강을 위해서는 학교, 가정, 사회 전반이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의 모범과 대화일 것이다. 부모가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따를 수 있을 것이다. 부모가 건강한 생활 습관의 본이 되고, 자녀들의 스트레스와 마음을 헤아리고 대화한다면 가정이 청소년 건강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