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2019년 중앙치매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75만 명이 치매 환자로 추정되고 치매 유병률이 10%를 넘어섰다. 이제 치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영화 <장수상회>는 따스한 분위기와 감성,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치매 이야기를 다뤄 호평받은 작품으로, 치매 노인을 대하는 가족의 태도와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함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글 편집실 / 감수 정유석 단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장수마트 모범 직원 성칠(박근형)은 배려심, 다정함 따윈 찾아볼 수 없는 까칠함 그 자체다. 성칠의 앞집으로 이사 온 금님(윤여정)은 그런 성칠에게도 언제나 환한 미소를 보이며 친절하게 대한다. 장수마트 옆에 꽃가게를 차린 금님은 성칠에게 갑작스레 저녁 식사를 제안한다. 동네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첫 데이트를 무사히 마친 두 사람. 조금은 서툴고 어색해도 설레는 만남을 이어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성칠은 금님과의 약속을 잊고, 자신이 자주 깜빡한다고 고백한다. 함께 병원에가 검사를 받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만 받는다. 하지만 이는 모두 금님의 계획이었다. 사실 성칠과 금님은 부부이고 장수마트 사장 장수(조진웅)와 금님의 딸 민정(한지민)은 모두 성칠과 금님의 자식이었다.
전두엽 변이성 알츠하이머, 즉 치매에 걸려 모든 걸 잊고 망각의 세월을 사는 성칠을 위해 가족과 동네 사람들이 모두 힘을 모았던 것이다. 이후 성칠은 과거 일기와 사진을 보며 기억을 떠올리려 노력하지만, 맘처럼 쉽지 않다. 결국, 성칠과 금님은 요양병원에 머물며 기억하진 못해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그들의 추억을 함께 곱씹는다.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는 1907년 독일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최초로 보고했다. 알츠하이머의 진행은 점진적인데 초기에는 주로 기억력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점점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같은 다른 인지 기능에 이상을 보이다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알츠하이머
알츠하이머는 뇌의 특정 부위에 신경독성을 지닌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뇌에 침착되면서 뇌세포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것이 발병의 핵심 기전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뇌세포의 골격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 염증반응, 산화적 손상 등도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유전적 요인이 전체 알츠하이머 발병의 약 4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직계 가족 중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병 위험이 크다. 또 고령 역시 알츠하이머 발병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65세 이후 매 5세 증가 시 알츠하이머 유병률이 약 2배 증가하는 추세다.
알츠하이머 초기부터 나타나는 대표적 증상은 기억력 감퇴다. 특히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과거의 일은 비교적 잘 기억하지만, 증세가 심해지면 과거마저 잊는다. 시공간 파악능력(지남력) 저하도 흔한 증상이다. 상황을 쉽게 파악하지 못하고 날짜나 요일, 연도와 계절을 헷갈리기도 한다. 성격 변화, 우울증, 공격성 증가 등의 정신행동 증상과 같은 신체 증상도 나타난다.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예방
신체검사, 정신상태 검사, 혈액검사, 뇌 영상검사 등을 통해 알츠하이머를 진단한다. 그중에서도 뇌 영상검사는 MRI와 CT 같은 구조적 뇌 영상검사와 PET(양자방출 단층촬영)와 SPECT(단일 광자방출 컴퓨터 단층촬영) 등 기능적 뇌 영상검사로 구분된다. 구조적 뇌 영상검사에서는 뇌의 구조와 모양을 볼 수 있어 알츠하이머에서 나타나는 뇌의 위축, 뇌실 확대 등 뇌의 구조적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기능적 뇌 영상검사는 뇌의 혈류량이나 포도당 대사 능력 등을 측정해 뇌 각 부위의 기능 이상을 확인한다. 구조적 뇌 영상검사에서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뇌기능 저하 여부와 부위를 확인할 수 있어 조기 진단에 유용하다.
안타깝게도 알츠하이머의 완전한 치료법은 아직 없다. 다만 증상을 완화하고 진행을 늦추는 약물로 아세틸콜린 분해요소 억제제가 사용 중이다. 이 약은 환자에게 부족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양을 증가시켜 경도 혹은 중등도 환자의 증상을 완화한다. 여기에 더해 기억력 훈련을 포함한 인지재활치료를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유전이 발병의 주된 요인이므로 예방법도 확실치 않으나, 활발한 사회활동과 취미생활, 적당한 운동, 지중해식 식단으로 대표되는 건강한 식생활이 도움이 된다는 역학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