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혈관질환
'심혈관질환’ 하면 갑작스럽게 흉통이 찾아와 응급실에 실려 가는 노인을 떠올리곤 한다. 고령으로 갈수록 심혈관질환을 앓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젊은 층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2016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심근경색증 환자 중 49세 이하 연령대의 비율이 20%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내 심근경색증 발생률 자료에 따르면 급성심근경색증 환자 중 40대 이하 (49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이 18.4%로 나타났으며, 2016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조사한 지난 5년간 자료를 보면 심근경색증 환자의 20%가 49세 이하였다. 연령대별로 심근경색증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를 보면 40대 이하에서는 흡연이, 50대 이상에서는 당뇨와 고혈압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글 이관용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 사진 송인호
협심증 VS 심근경색증
협심증은 심장 혈관이 동맥경화로 좁아진 상태에서 운동할 때나 스트레스에 노출되
면 심장근육의 산소 소모량이 증가해 가슴에 발생하는 통증을 일컫는다. 심근경색증은 이런 협심증이 악화되어 심장 혈관의 좁아진 부분이 터지면서 완전히 막혀 심장 근육이 괴사되는 질환이다. 결국 심장 혈관이 좁아진 상태냐 완전히 막혔냐의 차이로 볼 수 있다. 협심증은 운동을 중지하거나 안정을 취하면 통증이 사라지지만, 심근경색은 시간이 지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며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한다. 따라서 쥐어짜는 듯한 흉통이 20분 이상 지속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관상동맥은 내경이 70%까지 막혀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70% 이상 막혀야 비로소 협심증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은 서로 다른 질환이 아니고, 협심증 단계에서 예방하고 치료하지 못하면 결국 심근경색증으로 진행되어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조영술을 통하여 확진 후 경피적 스텐트 삽입술로 시술적으로 치료하거나, 협착혈관의 범위와 정도가 심할 경우 관상동맥우회술을 통해 수술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변이형 협심증
같은 증상(흉통)을 겪었는데 병원에서 검사 후 변이형 협심증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질병의 기전이 협심증과 달리 혈관 내경이 동맥경화로 좁아진 것이 아니라 심장 혈관 연축(오그라듦)으로 인해 심장근육으로 공급되는 혈류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추운 날씨, 새벽, 흡연, 음주, 스트레스로 인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운동과 무관하게 발생한다. 심장 혈관이 심하게 좁아져 완전 폐쇄되면 심장근육에 혈액공급이 중단되며 똑같이 심근경색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를 변이형 심근경색증이라고 한다. 이는 심혈관조영술을 통해 약물 유발검사를 함으로써 확진할 수 있고, 진단된 경우 혈관확장제를 포함한 약물 유지치료만으로 조절할 수 있다.
적절한 치료와
철저한 관리가 중요
심근경색증일 경우 늦지 않게 병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환자들은 스텐트 시술이나 관상동맥우회술로 막힌 혈관을 다시 뚫어주는 재관류 치료를 하게 되는데, 빨리 치료를 받을수록 후유증이 남지 않는다. 그러나 심근경색증이 온 환자들은 잘 치료해 회복되었더라도 추후 혈관이 다시 막힐 확률이 일반인보다 더 높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예방 치료를 해야 한다. 이런 환자들은 평생 약물치료를 해야 되는데, 임의로 중단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다. 재관류 시술을 시행하고, 약물치료를 잘하더라도 10명 중 1~2명은 5년 내에 혈관이 다시 막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약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막힐 확률이 더 높아진다.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으며 증상을 알리고, 혈압, 혈당, 혈중 지질 농도, 심전도 등을 체크하여 심장 혈관 상태를 적절히 관리 받아야 한다.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만이
예방의 지름길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은 심혈관질환의 4대 위험인자다. 이런 만성질환이 있을 경우 일반인보다 6배 정도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때 위험은 더 높아진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그 위험이 3~4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외에 비만, 육식 위주의 식습관 등도 심근경색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결국 동맥경화증의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적절한 운동도 도움이 된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적절히 관리하고, 특히 흡연, 비만 등 바꿀 수 있는 위험인자를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피하고, 채소류를 많이 먹고, 덜 짜게 먹는 습관이 필요하다.
운동은 식사 후 1시간 이내에는 피해야 하며, 주당 3회 이상, 1회당 30~60분 정도가 적절하다. 운동 순서는 준비운동 5분, 본운동 30~40분, 정리운동 5분 정도가 적당하며 준비 및 종료 단계에서는 가벼운 체조나 스트레칭 등 전신운동이 바람직하다. 운동 강도는 땀이 조금 나고 숨이 약간 가쁜 정도가 좋다. 또 한파 속에서 갑작스러운 운동은 심근경색증 발병 위험을 높이므로, 겨울철에는 실외 운동보다는 실내 운동을 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
관상동맥 CT 검사로
심혈관질환 미리 진단
위험 요소가 많은 환자일 경우, 애매한 흉통이 있다면 선별검사를 실시해 심근경색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 운동부하검사와 관상동맥 CT 검사가 이에 해당되는데,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진단 후 5년 이상 된 당뇨병 환자 등 선별적인 고위험 환자에서는 증상이 없어도 관상동맥 CT 검사를 시행하면 미래 심근경색증, 심혈관 합병증의 위험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1) 최근 안정형 흉통 환자에서 관상 동맥 컴퓨터 단층촬영을 사용한 경우 관상동맥질환이나 비치명적 심근경색증에 의한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인 연구(SCOT-HEART trial)가 발표되었다. 2) 참가자 4,146명을 두 군으로 나누어 표준치료를 받은 군과 표준치료+관상동맥 컴퓨터 단층촬영을 시행한 군으로 무작위 배정을 했다. 5년간 추적관찰을 한 결과 관상동맥 컴퓨터 단층촬영을 시행한 군에서 일관적으로 예후가 좋게 나타났으며,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관상동맥 컴퓨터 단층촬영을 시행한 환자에게 더 적절한 약물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Reference
1) KY Lee et al. Computed Tomography Angiography Images of Coronary Artery Stenosis Provide a Better Prediction of Risk Than Traditional Risk Factors in Asymptomatic Individuals With Type 2 Diabetes: A Long-term Study of Clinical Outcomes. Diabetes Care 2017;40:12.41–1248.
2) Newby D. et al. The SCOT-HEART Investigators. CT coronary angiography in patients with suspected angina due to coronary heart disease (SCOT-HEART): an open-label, parallel-group, multicentre trial. Lancet 2015;385:238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