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야기 + 테마 건강

훌륭한 아버지,

건강한 아버지

사회인이 되고 가정을 꾸리면서 자신보다는 가족과 직장을 생각하며 살아온 아버지. ‘가장’이라는 무게는 어느덧 중년이 된 아버지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지만, 이제는 자신의 건강을 우선으로 돌봐야 할 때다. 건강한 아버지가 가정과 직장에서 훌륭한 아버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비룡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사진 송인호

“아직은 어쩔 수 없어요….”

중년 남성들과 건강 상담을 하다 보면 흔히 듣는 말이다. 검사 결과를 설명하며, 자신의 건강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면 아직은 그렇게 따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유는 자신이 아니라, 가족과 직장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과 직장을 만들기 위해 아직은 자신의 건강에 투자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중년 남성들에게 삶의 우선순위를 들어보면 건강관리는 상당히 아래에 있는 것 같다. 

노안 때문에 돋보기안경이 필요해지고,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고 약 처방전을 받으면 이런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런 가치관의 변화가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런 가치관에 따라 행동을 바꿔나가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건강한 아버지보다 훌륭한 아버지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훌륭한 아버지의 조건에 ‘자신의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라는 항목은 아예 없거나 우선순위가 상당히 아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아버지는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 위한 기본이다. 이번 시간에는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챙겨야 할 건강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하나, 성인병 예방을 위해 
생활 습관 다시 챙기기

젊은 나이에는 어떻게 살아도 큰 병 없이 지내지만, 40대부터는 상황이 좀 달라진다. 30대까지는 사망원인 1위가 자살과 사고 등이었다면, 40대부터는 암, 간질환, 심혈관질환 등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증가하는 질병들의 원인을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생활 습관과 관련되어 있다. 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폐암이 발생하고, 폭음해서 간경화가 왔고, 신체활동이 없었기에 심장마비와 중풍이 온 것이다. 중년이 되면서 꼭 확인하고 챙겨보아야 할 생활 습관 4가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적절한 신체활동과 운동

매일 30분 전후로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도록 한다. 걷기는 일상 생활에서도 가능해 체육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는 운동이다. 아령 들기와 같은 근력 강화 운동을 이틀에 한 번씩 추가로 해준다면 금상첨화다.

건강한 식사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 위해 균형 잡힌 식단이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종류의 위생적인 음식을 규칙적인 시간에 섭취하도록 한다. 단맛 나는 군것질거리를 줄일 수 있다면 더 좋다. 

금연과 절주

절주가 금주보다 더 어려우므로 굳이 마시지 않아도 된다면 금주를 추천한다. 흡연은 이미 간접흡연도 좋지 않음이 밝혀졌다.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사람마다 다르지만,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제일 중요하고, 다음 날 졸리지 않을 정도의 수면시간을 유지하도록 한다. 적절하지 못한 수면시간은 질병 발생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감소시키고 사고를 급격히 증가시켜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린다. 일반적으로 7~8시간 수면할 것을 추천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수면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수면시간을 늘려도 다음 날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므로 스트레스, 불안, 우울이 원인이 아닌지도 확인해보아야 한다.

둘, 건강검진 정기적으로 받기

중년은 질병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아무리 생활 습관을 잘 조절해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질병들이 있다. 상당히 많은 질병은 증상이 없을 때 또는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훨씬 쉽고, 치료 효과도 좋다. 중년 남성들이 받아야 할 필수 검진 항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이러한 검사들은 증상이 없어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할 것들로서 특이한 증상이 생겼을 때는 바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신체 조성(몸무게, 복부비만, 체지방)

적절한 몸무 게를 유지하고, 내장지방이 많아지지 않도록 특히 주의한다. 몸무게의 급격한 변화도 건강 악화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너무 급격한 변화는 추천하지 않는다.

혈압, 공복혈당, 콜레스테롤

혈압은 집이나 직장에서 편안한 상태에서 측정한 수치 중 가장 높은 수축기혈압이 120mmHg 미만, 굶고 측정한 공복 혈당은 100mg/dl 미만이어야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몸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은 130mg/dl 미만,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은 40mg/dl 이상이 추천된다.

이 수치를 벗어나게 되면 먼저 비약물적 방법으로 운동과 식사 조절을 진행하고, 그래도 정상적 수치로 들어오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암 검진(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 췌장암)

위암은 위내시경으로, 대장암은 대변검사 또는 대장 내시경으로 실시하는데, 중년이 되면 모두 하는 것이 좋다. 나머지 암 검진은 나이, 가족력, 위험요인에 따라 의사와 상의하여 시행하는데, 검사 결과에 따라 그다음 검진일과 검사 종목이 결정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에 필요한 항목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검사할 수 있다. 그 외 항목은 비급여로 시행하게 되는데, 첫 번째 검진결과가 정상으로 나오지 않으면 그다음부터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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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아버지 역할을 지속하려면

‘자신의 건강 챙기기’는
더는 호사로운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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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만성질병 관리하기

이 시기에 발견되는 대부분 질병은 완치되지 못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이러한 질병들은 병원에서 받는 치료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집에서도 스스로 꾸준히 약을 복용하거나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발병 초기부터 제대로, 꾸준히 관리하면 합병증의 발생을 대부분 막을 수 있다.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이 세 가지는 관리를 제대로 하고 안 하고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를 보이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다행히 관리에 큰 어려움이 없으므로 앞에서 말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만약 약 처방을 받았다면 충실히 복용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질병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 중풍, 심장병, 암, 치매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의 발생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에서도 이 세 가지 질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는 ‘심뇌혈관 질환’으로 묶어서 암과 함께 전국가적인 관리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주의할 점은 건강검진에서 제시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와 일단 질병이 발생한 경우 관리목표로 제시되는 수치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주치의와 상의하여 자신이 도달해야 할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알고 있는 것이 좋다. 특히 고혈압의 경우는 병원에서 측정하는 혈압보다 평소 집이나 회사에서 측정한 혈압 수치가 더 중요하므로 꼭 자주 측정하여 기록지를 의사에게 보여야 한다.

퇴행성관절염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의 연골이 닳아서 생기는 문제를 중심으로 관절 부위의 불편감, 통증 등이 주증상이다. 불편감은 주로 아침에 일어나면 심한데, 시간이 지나면서 30분 이내에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허리, 무릎, 발 등 많이 사용하는 관절에 불편감이 많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퇴행성관절염만으로 관절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문제가 되는 자세를 교정하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신체활동과 운동을 시작해야 악화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예방하거나 조기에 관리 하지 못하면, 추후 수술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립선비대증, 발기부전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남성만의 고유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소변보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밤에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깨는 경우가 증가하게 된다. 부부 생활 때 발기가 잘 안 되거나 되더라도 유지되지 못하는 횟수가 증가하게 된다. 이런 증상들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시작하면 상당 부분 좋아지기도 하지만, 필요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행히 최근 간단한 약물치료만으로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고 추후 합병증 발생을 줄일 수 있으므로 증상이 있을 경우는 주치의와 상담을 하도록 한다.

노안, 난청, 이명

잘 안 보이고 잘 들리지 않아 병원을 찾았을 때 이런 진단을 처음 받게 되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다. 이런 감각계의 문제는 대부분 완치할 수는 없지만, 안경이나 보청기 등 적절한 도움으로 기능을 상당 부분 회복할 수 있다. 노안이나 난청으로 사회생활이 어렵게 되어 소외되면 더 큰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꼭 검사 를 받고 조절을 받도록 한다. 최근에는 이런 치료의 상당 부분이 보험급여화되어 치료비 부담도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백내장, 중이염, 신경종 등 조절 가능한 원인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꼭 확인해야 한다.

훌륭한 아버지 역할을 지속하려면 ‘자신의 건강 챙기기’는 더는 호사로운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의술이 발전함에 따라 성인병을 좀 더 빨리 발견할 수 있고, 조기부터 관리 능력을 발휘하고 있으므로 도움받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더 좋은 것은 이런 문제들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할 때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마음 가꾸기’다. 중년 남성은 사회적으로 가장 활발히 활동할 시기여서 성취도 많을 때지만, 스트레스도 가장 크게 다가오는 때이기도 하다. 그동안 자신이 이루어놓은 여러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다가올 갱년기와 노년기에 대비해 몸뿐 아니라 마음의 준비도 이때부터 시작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