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무슨 커피를 드릴까요?”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는 카페 'I got everything'의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에는 여느 카페의 커피와는 한 가지 다른 맛이 들어 있다. 바로 중증장애인의 자활 의지와 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 제2사옥 옆에 자리한 화경원은 심평원이 원주로 이전하면서 지역주민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공간활용에 대한 여러가지 제안 중 사회공헌 활동 차원의 지역 장애인 자립 지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그해 4월 4일 장애인부모연대 원주시지회와 ‘지역장애인 자립자활지원사업 업무협약’을 맺게 됐다. 심평원은 제2사옥 화경원을 무상으로 빌려주고, 운영은 장애인부모연대 원주지회가 맡기로 했으며,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인테리어 등 카페 설치를 지원하며 3개 기관이 협업해 ‘I got everything’이 시작됐다.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또 한 사람의 독립된 성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많은 사람의 노력이 어우러져 화경원에 따스한 커피향과 잔잔한 음악 소리, 두런두런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카페를 오픈한 날, 바리스타 4명은 한껏 들떠 있었다.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서 자신들이 만든 커피를 마시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고, 커피가 맛있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포스기가 들어오기 전이어서 현금으로만 계산을 해야 하는데도 항의하는 손님 한 명 없이 이들이 만든 커피를 마시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또 무엇보다 이들의 기분이 업된 이유는 바리스타 4명이 바로 이 카페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들에게 주어진 일이 바리스타로서 커피를 만들고 손님을 맞이하고, 계산을 하는 일이 아닌 청소나 심부름 같은 보조 역할이었다면 이곳 ‘I got everything’에서는 네 바리스타가 바로 카페 주인이고 '진짜 바리스타'이기 때문이다.
진기현 씨는 자신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메뉴로 라테를 꼽는다. 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되면서 계산도 하고 전화로 주문 받은 커피를 직접 배달도 하면서 일에 자신감이 생겼다.
"누구보다 맛있는 라테를 만들 수 있어요. 여기서 일하는 게 재밌어요. 기분 좋은 커피를 만들고 싶어요."
카페 인테리어가 예뻐서 좋다고 말하는 박민선 씨는 바리스타 4년 차. 자신이 카페 주인이 되어 주문도 받고 가장 자신 있는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손님에게 내어주는 일이 재밌다고 말한다. 이우진 씨와 김령화 씨도 자신이 만든 커피를 사람들이 기다렸다가 사 가는 것, 그리고 그동안 배운 커피 만드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직장이 생긴 것에 들뜬 모습들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원하는 카페 브랜드 'I got everything'은 중증장애인의 자립기반 마련과 사회참여 확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2년 중증장애인 ‘꿈엔 카페’를 시작으로 2016년에 ‘I got everything'을 론칭했다. 심평원 화경원의 'I got everything'은 54호점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 장애인들이 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싶었고, 제2사옥 입주에 맞춰 화경원에 카페를 오픈해 지역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고 싶었던 심평원의 생각이 잘 맞물려 'I got everything' 54호점이 탄생됐다.
또 이 한옥 카페는 원주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강원감영'을 모티브로 해 강원도를 대표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지역주민과 호흡을 같이하려는 심평원의 지역상생 정책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장애인부모연대 원주지회에서 운영을 맡으면서 성공적으로 심평원에 안착할 수 있었다. 장애인부모연대는 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익을 위해 발족한 단체로 전국 단위의 지부가 지역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주지회에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18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후원인 200여 명도 동참하고 있다.
현재 심평원 'I got everything' 카페에는 상시 근무하는 매니저 1명과 장애인고용공단에서 파견된 복지사 2명, 장애인부모연대 원주지회 회원들이 수시로 카페를 찾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바리스타4명을 뽑는데 총 16명이 지원을 해 4: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이들은 다가오는 봄을 맞아 새로운 메뉴 개발에 한창이다.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심평원 직원이 많은 점에 착안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아침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게맛살, 연어 등을 넣어 든든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는 샐러드, 상큼하고 가볍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는 컵과일, 견과류와 시리얼을 넣어 영양까지 고려한 요거트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 중에서 재료 관리가 어렵지 않고 직접 발품을 팔아 꼼꼼하게 고른 재료로 아침 도시락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카페를 오픈하고 자신들이 만든 커피를 마시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많은 사람의 모습에 '진짜 바리스타로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근무시간이 지난 줄도 모르고 신이 난 바리스타 4명. 아직은 서툰 일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일은 어려워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만든 커피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I got everything’ 54호점은 정성껏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4명과 이들이 만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러 온 사람들의 온기로 따스함이 스며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