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이야기 + 트렌드 읽기

'펭-하!(펭수 하이).' 요즘 대한민국에는 펭수 열풍이 불고 있다. 2019년 4월 교육방송 EBS에서 탄생한 펭수는 교육방송의 주 타깃이었던 어린이를 넘어 2030세대를 공략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어느덧 210만 구독자를 보유하며 우주대스타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선 펭수, 어린이부터 어른이까지 사로잡은 펭수의 매력은 무엇일까?

김희연

펭수 열풍의 가장 큰 요인은 탄탄한 세계관이다. 허무맹랑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펭수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고향은 남극이고 남극유치원 졸업 후 뽀로로와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을 보고 바다를 헤엄쳐 한국으로 왔다는 설정이다. 이 설정에 맞춰 남극유치원 졸업사진과 EBS 연습생이 되기 위한 과거 오디션 영상을 공개한다. 요들송을 잘 부르는 이유는 한국으로 오던 중 잠시 들른 스위스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또 펭수는 정해진 성별이 없다. 여자친구가 있냐는 질문에 여자친구도 남자친구도 없다고 답하고, 의상도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입는다.

펭수는 광고 촬영 현장 등에서도 사람들 앞에서 절대 탈을 벗지 않으며 펭수 그 자체로 행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진도 프로그램 안팎에서 세계관을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펭수의 실체를 묻는 질문에 “펭수는 펭수일 뿐”이라는 답으로 일관한다.

이런 펭수의 탄탄한 세계관과 캐릭터는 해리포터 시리즈, 마블 시리즈 등을 보며 자란 2030세대의 마음을 움직였다. 어린 시절의 취향을 간직한 키덜트(Kid+Adult)에게 세계관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구매력까지 지닌 2030세대에게 어필해 성공하며 펭수와 컬래버한 의류, 참치, 홍삼 등의 제품과 굿즈를 모두 품절시켰다.


 이름 : 펭수(남극 펭 / 빼어날 수)

 나이 :10살

 키  : 210cm

 성별 : 알 수 없음

 소속 : EBS 연습생

 고향 : 남극

 학력 : 남극유치원 졸업

 목표 : 우주대스타

 존경하는 인물 : 뽀로로

 좋아하는 노래 : 거북이의 비행기

 좋아하는 과자 : 빠다코코낫

선을 넘는 매력 또한 어른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 중 하나다. 펭수는 권위와 관행을 부수는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한다. 제작진과 구독자들에게 줄 선물을 논의하며 “김명중(EBS 사장)의 돈으로 선물을 사주면 된다”며 사장의 이름을 시도 때도 없이 당당히 언급한다. 또, 촬영이 계속되어 힘들면 프리 선언을 하고 다른 방송사로 이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825명을 대상으로 펭수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이 펭수의 거침없고 당당한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답했다. 대리만족을 느끼는 펭수의 모습은 ‘평소 내가 하지 못하는 사이다 발언을 날릴 때’가 46%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고 '사장님 이름을 거침없이 부를 때'(46.1%), '선배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을 때’(14.5%)가 뒤를 이었다.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된다", "EBS에서 잘리면 KBS로 가겠다" 등 시원한 사이다 명언을 남긴 펭수는 직장생활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이른바 '꼰대 문화'에 찌든 직장인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됩니다."

 "화해했어요. 그래도 보기 싫은 건 똑같습니다"

 "잘 쉬는 게 최고 혁신이에요."

 "EBS에서 잘리면 KBS 가겠습니다."

 "취향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존중해주길 부탁해요."

 "부정적인 사람들은 도움 안 되니 긍정적인 사람과 얘기하세요."

펭수가 언제나 거침없는 발언만 하는 건 아니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고민을 털어놓는 초등학생에게는 “공부는 많이 해도 좋지만, 너무 많이 해도 안 좋다”라는 답을,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는 “부정적인 사람은 도움이 되지 않으니 긍정적인 사람들과 얘기하라”라는 조언을 한다. 또, 눈치 보느라 고생한다는 이들에게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라. 눈치 챙겨!”라며 격려를, 힘들다는 사람에게는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저는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팍팍한 일상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고 헤아려주며 사람들에게 '힐링'의 경험을 만들어준다.

귀여운 외모로 무장하고 TPO(time, place, occasion의 머리글 자로, 옷을 입을 때의 기본원칙)에 맞게 감각적인 스타일링도 선보인다.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는 앞치마,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참여할 때는 한복과 조바위를 착용했다. 시상식의 시상자로 나설 땐 턱시도와 드레스, 머리핀으로 멋을 부리기도 한다.

2m가 넘는 키에 커다란 몸, 우리가 알고 있는 펭귄과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그란 얼굴에 더 동그란 눈, 발그레한 볼은 펭수의 귀여움을 극대화한다. 펭수의 등장만으로도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루 치의 피로해소제를 주는 것이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른이고 어린이고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예요."

 "세상에 친구는 많고 지구는 넓으니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세요."

 "자신감은 자신에게 있어요. 그걸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겁니다. 거울 보고 난 할 수 있다, 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세요."

 "뜨끈한 것을 먹어야지 마음이 편해지는 겁니다."

 "처음엔 다들 힘들고 실수도 많아요. 하지만 실수와 힘듦이 꽃을 피울 날이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