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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을까?
- 글. 강재헌(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지난 1897년에 개발되어 약 100여 년간 소염진통제로 사용되어 온 아스피린. 1970년대부터 아스피린은 저용량요법으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에도 사용되어 왔다. 그렇다면 아스피린은 심혈관 질환 예방에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일까?

아스피린의 명과 암
우리 몸에 출혈이 생기면 혈소판의 혈액 응고 기능으로 출혈 부위를 막게 된다. 하지만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좁아진 동맥 안에서 이러한 혈액 응고 기능은 혈전을 만들어 작은 동맥을 막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때 아스피린은 혈소판의 혈액 응고 기능을 억제하여 혈전 형성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아스피린은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전신의 혈관 염증을 억제하여 동맥경화의 진행을 늦추게 한다. 하지만 아스피린 요법이 뇌출혈과 위장관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아스피린 요법의 이익이 명확히 출혈 위험보다 크다. 하지만 그 외의 사람들에게도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예방 요법이 권고되는가에 대해서는 지난 10년간 의학계에서 논란이 있어 왔다.
효과와 부작용의 공존
2019년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는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의 기왕력(지금까지 걸렸던 질병이나 외상 등 진찰을 받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병력)이 없는 70세 이상의 노인과 소화성궤양, 혈액응고장애, 만성콩팥질환 환자,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 항응고제 복용자들에게는 저용량 아스피린 예방요법이 권고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권고는 아스피린 관련 연구를 모아 분석한 메타분석(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제로 연구되어진 많은 연구물들의 결과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계량적으로 종합하여 고찰하는 연구 방법) 결과와 최근 세 개의 대규모 연구 결과에 기초하고 있다.
세 개의 대규모 연구 중 2개에서는 아스피린 예방요법이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예방효과가 없는 대신 출혈 위험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는 심근경색 발생 위험을 1% 낮추었지만, 출혈 위험도 1%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

예방 차원에서의 복용은 권고하지 않아
심근경색의 과거력이 있거나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에 대해서는 아스피린의 심혈관 질환 재발 방지 효과가 충분히 입증돼 있기 때문에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이 권고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심혈관 질환 병력은 없으나 향후 심혈관 질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1차예방 효과는 현재까지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아스피린의 심혈관 질환 1차예방에 대한 권고는 여러 국가나 단체별로 상이하다. 2019년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에서는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 해당되면서 출혈 위험이 높지 않은 40~70세 연령군에는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권고했다. 1)
미국 예방 서비스 태스크 포스에서는 10년 심혈관 질환 위험이 10% 이상이면서 출혈 위험이 높지 않은 50~59세 연령군에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을 권고했다. 하지만 50세 미만이나 70세 이상에서는 예방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여 권고하지 않으며, 60~69세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이익과 위험을 평가하여 예방요법 실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2)
한편 2020년 캐나다의학회지에 발표된 권고안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 병력이 없는 사람이 혈관 질환의 1차예방 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3)
아스피린 의존보다는 평소 건강관리에 집중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혈관 질환의 1차예방과 2차예방을 위해 저용량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해왔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도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또는 말초혈관 질환의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2차예방을 위해 아스피린 요법이 여전히 권고된다. 하지만 그동안 이루어진 대규모 연구를 통해 얻은 근거에 따르면, 혈관 질환의 1차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예방요법은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권고되는 것은 아니다.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이 클수록 아스피린 요법의 이익이 출혈 위험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주치의와 상의를 통해 각 개인의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파악하여 아스피린 요법의 이익을 따져보고, 출혈 위험 등 위험도를 평가한 다음,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출혈의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될 경우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을 시작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해오다가 끊기로 한 경우라 할지라도, 반드시 사전에 주치의와 상의하여 혹시 있을지 모를 아스피린 중단의 부작용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아스피린 요법보다 평소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금연, 절주와 함께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동반 질환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 1) Arnett DK, Blumenthal RS, Albert MA, et al. 2019 ACC/AHA guideline on the primary prevention of cardiovascular disease. Circulation 2019;140:e596–e646. DOI: 10.1161/CIR.0000000000000678.
- 2)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Final Recommendation Statement; Aspirin Use to Prevent Cardiovascular Disease and Colorectal Cancer: Preventive Medication. April 11, 2016.
- 3) Wein T et al. Canadian Stroke Best Practice Recommendations, seventh edition: acetylsalicylic acid for prevention of vascular events. CMAJ March 23, 2020 192 (12) E302-E311; DOI:https://doi.org/10.1503/cmaj.19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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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복용 시 기억하세요!
- • 매일 세 잔 이상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은 복용 전 의사와 상의
- • 소화성 궤양 환자, 혈우병 환자라면 절대 금물
- • 아스피린 알레르기가 있다면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을 하루에 75mg 복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