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은 건강에도 적용된다. 어릴 적 생활습관과 식습관은 평생 몸과 마음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부하느라 바빠서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때우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면 성인이 되어 각종 질병에 시달릴 확률이 높아진다.
글 이경실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사진 송인호
소아비만은 평생을 괴롭히는 문제123
매년 발간하는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늘 같은 결과가 있다. 바로 20~30대 젊은 성인의 건강상태가 점점 좋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우리나라 젊은 성인의 에너지 과잉섭취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하루 나트륨 섭취량 또한 매우 높은 편이다. 반면, 과일과 채소 섭취율은 20대 초기 성인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발표됐다. 그리고 젊은 성인의 비만 정도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진료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가정의학과에서 진료를 하면서 요즘 느끼는 큰 변화는 20대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비만관리가 아니라,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으로 병원을 찾는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증상이 있으면 당연히 심근경색이나 중풍과 같은 병도 이른 나이에 올 수 있다. 이런 20~30대 젊은 성인들 중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소아비만 경험자라는 것이다. 소아비만 역시 필요 이상으로 기름진 식사를 하고 운동량이 적으면 생길 수 있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유발하고, 이러한 만성질환은 심근경색과 중풍의 위험요인이 된다.
심근경색이나 중풍을 예방하려면 식사는 건강하게 먹고, 적절한 운동을 습관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미 성인이 된 환자들에게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기르라고 하기는 힘들다. 습관은 고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젊은 남성은 다이어트 시도율이 낮아 실제 고지혈증, 당뇨 발생률이 높고, 젊은 여성들은 약물이나 단식 방법을 이용하여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운동은 잘 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이런 방법은 효과가 일시적이며, 운동이 병행되지 않아 결국 요요가 온다. 요요는 한 번 생길 때마다 체지방률이 더 늘게 되고, 지방이 40% 이상이면 굶어도 살이 빠지지 않게 된다. 20대부터 만성질환으로 괴로워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애초에 라면, 피자, 햄버거, 치킨, 콜라 등 살로 가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라는 것이다.
아동기 생활습관은 부모가 형성
필자가 대학에 와서 만난 친구가 있다. 당시 미모에 관심이 많은 20대 여성들이었기 때문에 다이어트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친구는 자기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쭉 소아비만이었기 때문에 항상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 친구 집에는 늘 빵과 스낵, 컵라면이 종류별로 있었다. 주말에는 피자, 중국요리, 햄버거, 치킨으로 외식을 했다. 심지어 부모님이 근처 슈퍼마켓에 미리 돈을 내주시고, 친구가 원하면 언제든지 가서 골라 먹을 수 있게 해주셨다고 했다. 어렸을 때 만났다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친구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를 안 지금, 친구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진심으로 안쓰럽다.
반면 필자는 어린 시절 조부모와 함께 살다 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못하고 성장했다. 누룽지 정도가 간식이었고, 하루 세 끼는 모두 한식이었다. 라면도 없었고 주말 외식도 당연히 없었다.
어린 시절 외식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는 했지만, 막상 친척집에 방문해 피자나 치킨을 먹게 되면 즐겨 먹는 음식이 아니다 보니, 2~3조각 먹는 것이 최대치였다. 대부분 텃밭에서 유기농 채소를 키워서 먹었고, 어린 마음에도 내가 키운 것이라 맛있었다. 이런 환경 덕분에 현재 건강관리에 큰 힘을 쏟지 않아도 건강한 식생활이 유지되고 있다. 결국, 어린 시절 부모가 어떤 식습관을 형성해주느냐가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필자의 어린 시절처럼 식생활을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아이들이 집단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간식을 접하게 된다. 또 간식을 먹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에게 먹지 말라고 무조건 말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음식들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라면, 스낵, 사탕, 젤리, 빵, 콜라는 NO!
이런 식품들은 먹고 싶을 때, 함께 편의점에 가서 단품으로 사 먹는 것이 가장 적게 섭취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방법을 실천한다면 조금이라도 덜 먹게 돼 비만, 만성질환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 TV 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이 간식 정리함을 만들고 종류별로 구비한 것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다. 대량으로 구입하면 훨씬 싸게 살 수 있지만, 이런 간식들을 싸게 사는 것은 내 건강과 수명을 대신 지불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적절한 운동 습관도 길러야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146개국의 11~17세 학생들의 신체 활동량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서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운동 부족으로 분류된 학생 비율이 94.2%로 조사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운동을 제일 안 하는 10대가 우리나라 청소년이다. 특히 여학생의 운동 부족은 더 심각하다. 보통 20~30대에 근육량 최대치에 도달하고 서서히 근육량이 감소하는데, 한국 여성들은 인생에서 근육량 최대치를 경험하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버린다. 그래서 다른 나라 여성들보다 출산 후에 더 많이 힘들어하고, 폐경 후 증후군도 많은 편이다. 근육이 많으면 폐경 후 증후군으로 고생할 확률도 낮다. 어릴 때부터 적절한 운동 습관을 길러주는 것은 식습관 형성과 함께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