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건강
변화가 시작될 때
50세를 전후한 중년 여성은 폐경기를 겪으면서 건강에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콜레스테롤 수치와 몸무게가 올라가 골밀도가 떨어지며, 각종 생활습관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심리적인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어머니 건강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다.
글 조비룡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사진 송인호
"내가 좀 약해진 것 같아요···."
"혼자 있으면 갑자기 우는 경우가 많아졌고, 가족들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화가 나 싸울 때도 많고 잠도 자주 깨고, 허리와 무릎도 아프고···."
40~50대 여성들은 자녀가 독립적인 생활을 시작하고, 생활도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할 때면 그동안의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엄마로서의 짐이 줄어듦을 느낀다. 이젠 일상을 즐기면서 행복을 만끽해야 할 때인 것 같은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몸의 불편감이 갑자기 몰아닥친다. 게다가 갑자기 서글퍼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여성이 중년에 접어들면 폐경기 또는 갱년기라고 불리는 생리적 변화를 맞이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시작된다. 생리통과 같이 불편감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것들도 있지만,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고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콜레스테롤 수치와 몸무게가 올라가며 뼈가 빠져나가는 신체적 지표들이 당황스럽게 한다. 전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산다. 하지만, 스스로 평가하는 주관적 건강상태나 병원 방문율 등을 살펴보면 여성들은 스스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고, 이로 인해 병원을 찾는 경우도 더 많다. 이런 특징이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겪는 폐경이라는 신체적 변화와 겹치게 되면 여러 특이한 상황이 발생한다.
폐경에 따른 신체적ㆍ정신적 변화
여성은 대체로 50세를 전후하여 생리가 멈추게 된다. 이를 폐경이라고 하는데, 폐경이 된다는 것은 몸속에 급작스러운 호르몬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남성은 갱년기에 호르몬 저하가 서서히 발생하는 것에 비해 여성은 폐경기에 급격한 호르몬 저하를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급격한 호르몬 변화와 이에 따른 신체 변화로 중년 여성의 몸은 수년간 이어지는 폐경기 동안 다양한 이상 증상과 불편을 느끼게 된다.
가장 흔히 호소하는 불편은 ‘홍조’라고 불리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증상이다. 얼굴이 실제로 붉어지고 땀도 같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발열 이후 바로 추위와 떨림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생리주기가 불규칙적으로 변화하는데, 빨라지거나 느려지기도 하고 생리 양도 일정하지 않다. 질 분비물이 줄어들면서 부부생활이 불편해지기도 하고, 불면, 관절통, 배뇨기능장애, 기억력 저하를 같이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의 변화는 이러한 증상으로 인한 불안감을 증폭해 자주 울기도 하고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불편감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호르몬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호르몬치료는 장단점이 있지만, 폐경기의 여러 가지 증상 조절에는 탁월한 치료법이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증상이 발생한다면 주치의와 호르몬치료의 장단점과 필요성에 대해 상의해야 한다.
호르몬치료를 하게 되면 호르몬 저하와 관련된 대부분의 증상이 호전된다. 호르몬치료의 방법이나 기간은 증상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부분의 여성은 수년간 치료 후 큰 불편함 없이 호르몬치료를 성공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 물론, 흔치는 않지만, 평생 호르몬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폐경기의 또 다른 문제는 증상과 관련 없이 몇몇 중요한 건강 문제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폐경이 시작되면 뼈의 소실이 빨라져 골다공증이 급격하게 진행되기 시작한다. 저밀도 지단백이나 중성지방이 증가하면서 심혈관계 질환을 악화하고, 몸무게가 증가하여 각종 대사증후군이 나타나며 고혈압과 당뇨로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폐경기는 질병이라기보다는 신체의 정상적인 변화라고 봐야 한다. 생리를 시작할 때, 임신을 할 때, 출산을 하고 양육할 때 미리 교육을 받고 앞으로 생길 일들에 대해 준비하면 큰 문제 없이 잘 적응할 수 있듯이 폐경을 앞두고도 미리 대처 방법들을 알아보고 준비하면 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여행할 때 여행지의 특성과 위치를 익혀두고, 숙박지도 예약해두면 훨씬 편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에는 각 병원이나 학교, 보건소, 지자체 등에서 폐경에 대한 건강 강좌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서적이나 동영상도 많이 나와 있어 어렵지 않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생활 습관
여성도 남성과 같은 패턴으로 많은 퇴행성 질환이 중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동안 없었던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등이 사망 원인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하고, 고혈압, 당뇨,고지혈증 등 대사질환들도 늘어난다. 친구들이 입원했다거나 부고 소식까지 들려와 당황하기도 한다. 여성호르몬은 대부분의 질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폐경이 되면서 이런 효과도 줄어들어 남성보다 더 빨리 각종 질환이 증가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건강검진을 잘 받는 것이 여성에게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불편해도 큰 질병이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크게 불편하지 않아도 질병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특히 문제 되는 부분은 신체활동과 운동이다. 신체활동과 운동은 전통적으로 남성보다 취약한 부분이었는데, 최근의 여러 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좋지 않다. 출산으로 증가한 몸무게가 폐경기 동안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더 늘어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운동이나 신체 활동량을 적절하게 유지하거나 늘리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폐경이 되면서 골밀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운동이나 신체활동이 부족하면 골다공증이 더 일찍 발생하게 된다. 흡연과 음주는 과거 주로 남성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는데 최근 젊은 여성들의 흡연과 음주 경험이 증가하면서 앞으로 여성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똑같은 양의 흡연과 음주라도 여성 건강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특히 유의해야 한다.
여성 고유 질환을 철저하게 관리하자
중년 여성의 사망 원인 1위가 암인데, 전체 여성에서는 발병률 1위가 유방암이다. 자궁경부암은 예방접종과 자궁경부암 선별검사의 활성화로 줄긴 했지만, 예방접종과 암 선별검사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폐경이 되면 요로계의 퇴행성 변화로 요실금도 증가한다.
서양에서는 유방암이 60대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 여성 유방암의 특징은 20~30대 젊은 나이부터 증가 한다는 데 있다. 유방암의 발병 원인은 호르몬, 유전, 비만, 지방식이, 환경호르몬 등 다양해서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비만하지 않도록 하고,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고, 음주를 하지 않으며, 출산 후 모유 수유를 하는 등의 예방 지침을 권고한다. 하지만, 이를 모두 지킨다고 해도 유방암이 발병하므로 정기적인 건강검진 또한 중요하다. 국가검진에서는 40세부터 유방 촬영을 시작하지만, 가족력이 있거나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는 20대부터 자가 진찰하도록 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유방 초음파를 추가로 해야 할 수도 있다. 유방암은 높은 발병률에 비해 사망률은 그리 높지 않은데, 조기 발견 시 치료가 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방암은 전이가 잘되는 암종이어서 늦게 발견할 경우 완치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검진 또는 위험 요인에 따른 맞춤형 검진의 중요성이 크다.
자궁경부암은 선별검사가 발병과 사망을 줄인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 또한 늦게 발견하면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기검진이 중요하다. 최근 시작된 인유두종 예방접종을 하면 자궁경부암의 발병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 또한 꼭 필요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출산 여성에서 특히 많은 요실금은 폐경이 되면 더 증가한다. 근위축과 같은 퇴행성 변화와 폐경으로 인한 질점막 위축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골반근육 강화 운동이나 수영, 빨리 걷기, 댄스 등 유산소 운동으로 상당부분 예방 및 조절을 할 수 있으며, 변비, 비만, 술, 자극적인 음식 등 악화 요인을 잘 관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다행히도 최근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여러 치료법이 나오고 있으므로 일상 생활을 불편하게 할 정도의 요실금이 있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도움을 받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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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중년에 접어들면
폐경기 또는 갱년기라고 불리는
생리적 변화를 맞이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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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정신 건강에도 관심을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참여가 많아지면서 여권이 신장하긴 했지만 많은 여성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여권 신장으로 인한 변화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이러한 변화 자체도 기존의 차별, 편견 못지않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의 여러 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젊은 여성들의 생활 습관이 좋지 않고, 여성들의 빈곤 문제가 더 심각하며, 낮은 삶의 만족도와 주관적 건강상태가 이를 대변한다. 사회적ㆍ환경적 변화가 진행 중일 때는 개인들의 정신 건강 및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 된다. 본인에게 적합하거나 필요한 스트레스 관리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많이 추천되는 방법은 인지행동치료와 긍정적인 심리 증가이다.
집안일 분담이나 업무에 있어 힘들거나 불공정한 면이 있다고 판단되면 속으로 끙끙 앓기보다는 배우자, 가족, 동료나 선후배 등 관련된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상대방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오히려 상대방이 더 힘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후 대안이 있다면 이를 찾아보는 노력으로 의외로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다. 대안이 없는 경우에도 상대방이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훨씬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과거의 잘못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오히려 방해 요소로 작용하므로 문제 해결이 궁극적 목표임을 항상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 못지않게 행복한 경험을 자주 해야 한다. 이런 경험들은 부정적인 스트레스나 느낌을 이기는데 큰 도움이 되므로 나를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경험들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고 이런 경험을 늘리도록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람들과 같이하는 시간, 의미 있는 것들, 몰입할 수 있는 취미,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